세계 12번째 경제국가를 만들어 낸 한국인들이 어쩌다가 중국 공산주의자로부터 ‘경쟁’에 관한 설교를 듣는 처지가 되었는가. 이 얘기를 듣고 서구 언론도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설(11월 15일자)을 썼다. “상황 반전! 이제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과거 아시아의 호랑이 중 하나였던 나라에 대해 지지부진한 경제를 회생시키는 방법을 강의하고, 한국인들에게 덜 사회주의적이 되는 법을 보여줄 만큼 우쭐해 있다. … 한국경제가 악화되기 시작했는데도 노무현 정부는 평등주의적 아젠다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고.
세계는 지금 지구적 차원의 경쟁시대이며, 여기서 살아남는 방법은 초일류가 되는 길밖에 없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미국 GM보다 순익을 1.6배나 올리고, 일본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순익 1조엔을 돌파한 도요타 자동차의 요즘 회사 내 구호는 “타도! 도요타”이다. 초일류의 도요타 사람들이 “타도! 도요타”를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도요타를 타파하지 않으면 미래의 도요타는 없다”는 것이다.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세계 최고 기업의 위기의식은 어디서나 똑같다. 삼성전자 CEO도 얼마 전 직원들에게 “삼성은 초일류로 가느냐, 추락하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면서 ‘초일류 인자(因子)의 체질화’를 요구했다. 초일류 인자의 체질화는 치열한 경쟁체제서만 가능한 것이며,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결과의 평등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생길 수 없다.
한국인의 몸 속에는 불행하게도 ‘초일류 유전자(遺傳子)’보다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파지는 ‘평등 유전자’가 더 깊이 박혀있다.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에 와서, 그것도 젊은 386세대에서 ‘평등 DNA’는 더 기승을 부린다. “가진 자에게 고통을 주겠다”고 말한 대통령이 있었다. 국민들의 평등심리에 편승한 이 말이 씨가 되어, 결국 외환위기를 불러오고 나라 경제를 거덜냈다. 정당하게 돈을 번 사람들을 괴롭게 하면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더 피해를 본다. 부자들이 마음 놓고 국내에서 돈 쓰고, 기업들은 정부 간섭 받지 않고 마음대로 투자하여,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고, 학생들은 외국에 나가 비싼 외화 쓰지 않고도 국내에서 자기 능력대로 개성대로 공부할 수 있고, 환자들도 국내에서 세계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야 내수도 일어나고 가난한 사람들의 일자리와 복지재원도 생긴다.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게 한국이다. 조기유학생이 2만명을 넘고, 총 유학연수비용은 편법송금 포함해 5조원이나 되는 걸로 추정된다. 해외에 뿌리는 의료비도 족히 1조원은 넘는다고 한다. 개인들의 해외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평등 DNA의 대가로 치르는 달러유출이 너무 크다. 재계가 강력히 요구했던 기업도시법안을 보라. 초안에는 모든 외국교육기관 설립을 자유화하도록 했지만, 386의원들이 초·중·고교는 불허했다. 기업도시의 모든 여건이 최고가 되어야 일류인재가 모이고 그들로부터 일류기술과 일류제품이 나올 텐데, 한국의 386은 그것을 특혜로 본 것이다. 사람과 돈의 엑소더스는 끝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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