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2004-11-24 17:38]
약 6조원에 달하는 공무원 대출에 대한 성격을 둘러싸고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은행측이 격론을 벌이고 있다.
이는 최근 우리은행에서 대출받은 현직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개인채무자회생제 도를 신청하자 은행측이 공무원들의 채무회생제도 신청은 제도를 악용한 도덕 적 해이라며 법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은행이 격론을 벌이고 있는 부분은 공무원 대출이 사실 상 퇴직금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 성격이 있는지 여부다.
연금관리공단은 은행측과 맺은 협약에서 '공무원들에게 대출해 줄 때 해당 공 무원이 퇴직금을 받으면 은행 계좌로 입금시켜 준다'는 협약을 맺고 있다. 이 에 대해 공단측은 "공무원 대출은 신용대출이며 퇴직금에 대해 은행이 담보권 을 행사한다는 내용은 협약에 명시하지 않은 만큼 이 대출을 담보대출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은행측은 "공무원 대출을 실시한 후 공무원이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면 퇴직금이 은행에 입금되는 대로 예대상계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 실상의 담보대출 성격”이라고 주장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일반 신용대출은 금리가 연8~9%인 반면 공무원 대출 금리는 연 5%에 불과하다”며 "퇴직금이 은행에 입금되면 이에 대해 일종의 구상권을 행 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담보대출로 분류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금리가 낮은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금을 사실상의 담보로 설정할 수 없다면 공무원 대출도 일반대출처럼 금리 를 높여야 한다는 게 은행측 주장이다.
반면 연금관리공단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직장이 안정돼 있고 신용도가 높기 때문에 은행측이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이지 퇴직금 때문에 금리를 낮춰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또 "현행 제도상 퇴직금 중간정산이 허용되지 않지만 부채가 많은 공무원은 퇴직금 중간정산을 통해서라도 부채를 갚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야 한다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부채가 많은 공무원들은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부채를 먼저 상환한 후 그래도 안될 경우 채무회생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공무원 신용 대출이 퇴직금의 50% 이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채무회생제도를 신청할 정도로 부채가 많은 공무원은 일차적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통해 부채를 갚을 수 있 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게 은행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공단측은 "현행 규정상 퇴직금 중간정산이 허용되지 않는데 중간정산을 통해 부채를 갚도록 한다는 것 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공무원대출을 받은 현직 공무원 27명이 지방법원에 채무회생 제도를 신청해 법원에서 개시결정이 나자 '공무원 대출은 사실상 퇴직금을 담 보로 대출해준 것이며 중간정산 등을 통해 충분히 상환할 수 있는데도 채무회 생제도를 신청한 것은 부당하다'며 각 지방법원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개인채무자회생제도는 금융권에 빚이 많아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법원 승인을 받으면 대출금을 탕감받을 뿐만 아니라 최장 8년 까지 분할상환하는 혜택이 주어진다.
이에 따라 향후 법원 판결을 통해 공무원 대출의 성격과 공무원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채무회생제 신청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해 최종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 다. 공무원 대출은 총 6조원에 달하며 대출받은 공무원들도 수십 만명에 달해 이번 법원 판결이 향후 여타 공무원들의 채무회생제도 실시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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