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도 '안' 주고, 기대에도 부응 '안' 한 제 17대 국회의 첫 해가 이대로 저무는가 싶었는데, 새해를 한 달도 '안' 남기고 또 시끄러워졌다. 이틀 전 국회에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미래한국'이라는 주간신문의 보도를 근거로 들어 열린우리당의 이철우 의원이 '조선노동당원'이라고 폭로했다. 이철우 의원과 열린우리당이 이에 '간첩조작'이라고 반발하면서 다시 국회는 싸움판으로 변했다. 이래저래 가뜩이나 힘든 시민들은 또 짜증나게 생겼다. (참고로 미래한국신문은 로또님과 코드가 일치한다.)
한나라당 또 다시 빨간 페인트칠인가?
불과 몇 달 전에 일이다.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이하 의문사위) 소속의 한 위원이 간첩출신이라고 해서 논란이 빚어진 일이 있었다. 그 때 한나라당은 그 당시 얼마 전에 의문사위에서 '간첩 출신을 의문사로 인정한 것'을 절묘히 엮어 '간첩 출신이 간첩을 민주화 인사로 둔갑시켰다'라는 식으로 색깔공세를 취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간첩 출신'이라고 했던 그 위원은 실제로 안기부가 자행한 간첩 조작 사건의 희생양이었다.(1993년 있었던 남매간첩 사건임. 후에 안기부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사건 연루자는 모두 사면복권되었음) 진상이 알려지자 한나라당은 슬그머니 색깔 공세를 접었다. 그렇게 목에 핏대를 세우며 의문사위를 성토하던 박근혜 대표는 현재 그 의문사위 위원으로부터 고소당한 상태다.
이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은 이대로 가다간 국가보안법 폐지를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이 꺼낸 히든카드로 보인다. '빨갱이'라는 단어에 엄청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대중들에게 마타도어를 함으로써 선동하고, 이로인해 민심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국가보안법 페지를 비롯 나머지 3대 법안에 대해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자기 자신에게 겨누는 칼이 될 것이다. 첫째로는 더 이상 시민들이 '색깔론'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점이고, 둘째로는 그 사건을 조사했던 사람을 비롯 관련자들이 국회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 정형근 의원도?...
그렇다. 당시 수사를 맡으신 분이 저 유명하신 자칭 '자유민주주의의 거목'이신 정형근의원이다. 정형근 의원은 여기서 한 술 더 떠 열린우리당에 조선노동당 가입 연루자가 더 있다고까지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럼 정형근의원은 이철우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빨간색 페인트칠하기의 '명인'이신 정 의원이 어째서 17대 국회가 개회한지 6개월이나 지나 이제야 '그렇다'라고 하는 걸까? 또 하나 의문점은 분명 한나라당에서는 이철우 의원을 '지금도 암약하는 간첩'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그렇다면 당시 수사를 맡았고, 조선노동당 가입 사실을 알았던 정형근 의원은 이철우 의원이 지금까지 '빨갱이짓'하는 것을 수수방관했다는 이야기다. 아직까지 국가보안법은 시퍼렇게 살아있다. 고로 정형근 의원은 국가보안법상 불고지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누구보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을 많이 접했고, 자유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시는 정 의원이 이걸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어째서 자수하지 않는 걸까?
한나라당 방향을 잘못 잡았다.
한나라당은 이 간첩공세를 국가보안법 폐지 겸 3대 법안 입법 저지와 엮으려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래한국신문(로또님과 코드 일치)의 기사 말고는 별다른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이는 역으로 한나라당에 핵폭탄이 될 수도 있다. 만약에 진상이 밝혀져 이철우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사실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날 경우, 한나라당은 면책특권을 또 한 번 악용했다는 심각한 도덕적 비난에 직면할 것이고, 어쩌면 법적 소송에까지 휘말릴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은 '지지자 이탈'과 4대법안 입법과정에서 주도권 상실일 것이다. 어차피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여론은 개정이 폐지보다 우세하여 입법과정에서 지금이라도 충분히 한나라당의 견해를 많이 반영시킬 수 있다. 한나라당은 우선 국가보안법 개정 법안을 마련한 다음 여론을 등에 업고 여당과 협상했으면 자신들에게 좀 더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한나라당은 어쩌면 당 전체가 박살날 수도 있는 상황을 맞고야 말았다. 4대 입법 저지라는 판돈을 건 한나라당, 이후 사태의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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