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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이 건물을 갖게 된 것은 1970년대 초였다. “통일되면 동생들과 같이 살려고….” 고향인 황해도 연백에 두고 온 두 여동생이 평생 마음의 짐이라고 했다. 월남 당시 스물여덟. 부모님은 북에서 이미 돌아가신 뒤였다. 월남 직후 남자를 만났지만 결혼에 실패해 남한에는 피붙이도 없다.
잘 살고 싶어서, 통일되면 여동생들 걷어 먹이고 싶어서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처음 내려와 자리를 잡은 강화도에서는 민가에 물을 길어다 주고 밥을 얻어 먹었다. 잘 곳은 피난민 상대로 떡국장사 하는 집에서 쌀을 빻으며 마련했다. 1960년대 들어서야 허리춤에 넣어 모아뒀던 돈으로 건국대 앞에 담배가게를 열 수 있었다. 건국대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조그만 담배가게에서 일할 때는 지지리도 가난했어. 고리땡(코르덴) 치마를 돌려 입었다니까. 이쪽이 닳으면 저쪽으로 돌리고, 또 닳으면 다른 쪽으로 돌리고….”
할머니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낡아서 너덜한 거즈 천으로 눈물을 닦았다.
“결국 다 해져 누더기가 될 때까지 입었어. 그렇게 돈을 모았지.”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했다. 양공주 삯바느질도 했다. 옷은 사는 법이 없고, 반찬도 늘 김치 한 가지였다. 담배값을 덜 내고 달아나는 학생은 끝까지 쫓아가 받아낼 정도로 모질다는 소리도 들었다. 통장에 돈을 입금하는 법만 알았지 빼는 방법은 모를 정도였다. 이를 악문 끝에 생긴 재산이 지금의 이 건물이다. 그 후로는 식당과 학생 자취방에서 나오는 세를 받아 살아왔다.
50년 가까이 ‘또순이’로 살아온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느낌이 든 것은 4년 전이었다. 손발이 떨리고 몸이 계속 부어 병원을 찾았다. 파킨슨 병이었다. 근육이 서서히 굳어가는 병의 특성 때문에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요즘은 말하고 먹는 것도 수월하지 않다. 그즈음 갑자기 죽기 전에 통일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서 동생들을 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지나간 50년이 허망했다. “의사는 오래 살 수 있다고 하지만 다 그게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지… 내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아.”
할머니는 그때 마음을 다 잡았다. “학생들한테서 번 돈이니 학생들을 위해 써야지.”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을 때 기증의사를 확인하는 증거를 남기고 싶었다. 약정서를 쓴 할머니는 가난한 학생들을 돕는 데 돈을 써달라고 학교에 특별히 부탁했다. “나는 형편이 안 좋아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어. 공부하는 머리도 아니고… 공부하는 학생들 얼마나 기특해?”
이날 약정식을 마치고 온 할머니는 “이제야… 속이… 시~원~하~다”고 했다. 그 말을 하는 동안에도 안면근육이 굳어버린 얼굴은 무표정했다. 인터뷰 내내 입술만 가늘게 떨렸다.
할머니가 살고 있는 2층 건물의 소유권은 건국대가 갖는다. 다만 학교측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건물을 처분하지 않기로 했다. 또 학교측은 감사의 뜻으로 할머니의 병치료를 돕기로 했다. 인터뷰 말미에 할머니는 “학교가 배려해주는 건 고맙지만 주위 사람들 괴롭히지 않고 빨리 가야지. 그거면 돼”라며 떠듬떠듬 말했다. 그것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줘버리고 난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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