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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면 죽는다

 
잠들면 죽는다" 폭풍우속 28시간 사투
東海 두동강 화물선 육해공 구조작전
거센파도에 역부족… 7명중 4명만 살아
춘천=김창우기자 cwkim@chosun.com
입력 : 2005.01.18 05:10 56' / 수정 : 2005.01.18 05:25 36'


▲ 17일 강원 삼척 앞바다에서 해경 헬기가 두 동강 난 선박 코리코303호의 상공을 날며 생존자에 대한 구조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 선박은 지난 16일 동해항으로 향하던 중 10m 이상의 높은 파도에 휘말리면서 사고를 당했다./ 연합
“정신 차려.” “잠들면 죽어!” 비바람이 무섭게 내리치고 10m 높이의 집채만한 파도가 몰아치던 16일 오후 7시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궁촌항 150m 앞 부산선적 코리코303 호 860t급 선상. 두 동강난 선박 위에서 선원 6명이 서로를 붙들고 채근하며 생존의 의지를 붙들고 있었다.

석회석을 싣고 부산항을 출발해 동해항으로 향하던 이 배가 목적지를 3시간여 앞둔 궁촌항 근처에서 높은 파도에 휘말려 두 동강난 지 10여시간. 출동했던 70여명의 구조대가 육·해·공 입체작전을 총동원해 8시간 동안 구조작업을 벌이다 모든 걸 삼킬 듯한 파도의 기세와 어둠에 밀려 선원 1명만 구조하고 철수한 직후였다. 남은 선원 6명은 모두 “이제 죽었구나” 하는 체념에 가족들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16일 오전 8시45분 좌초

앞서 이날 오전 8시45분 동해해경 상황실에 긴급한 타전이 접수됐다. 코리코 303호가 궁촌항 앞에서 좌초해 선원 7명이 배 안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동해해경은 이 사실을 해군, 육군, 119구조대에 타전하고 현장에 특수기동대원을 파견했다.

이어 헬기가 뜨고 구조 선박이 발진했지만 사고 선박에 구조로프를 올리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다. 강풍을 동반한 비바람과 배를 집어삼킬 듯한 높은 파도가 방해한 탓이었다. 이번에는 동해해경 소속 헬기가 발진했다. 14인승의 대형 헬기는 몇 차례 실패 끝에 이날 오후 5시 마침내 선상에 밧줄을 내리는 데 성공했다.

배 안에 있던 구상윤(61·부산 영도구)씨가 구조벨트를 완전히 착용한 게 확인된 오후 5시35분. 현장을 지키던 동해해경서장(심병조 총경)의 입에서 “일제히 당겨!” 명령이 떨어졌다. 마침내 10분 후 구씨를 육지 위로 끌어올렸다. 구씨는 그러나 큰 파도에 몇 차례 머리를 맞은 뒤 정신을 잃고 차가운 바닷물에 온몸이 젖어들면서 저체온증을 보였다. 구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저세상으로 떠났다.

◆16일 밤 상황

남은 선원 6명은 갑판에 나와 10여시간 동안 부들부들 떨며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자신과 사투를 벌였다. 10m 높이의 파도가 8m 높이의 갑판을 넘나들면서 배를 집어삼켰다. 선원 이진우(76)씨는 “정말 진저리쳐지는 파도였다. 나보다 젊은 사람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젊은 선원들의 어깨와 등도 두드리고 볼도 때렸다. 밤새 이뤄진 구조 상황실과의 교신도 희망이었다.

◆17일 새벽 구조상황

17일 오전 7시 날이 밝자마자 구조작업이 시작됐다. 찬바람에 정신을 차린 선원 6명은 회오리 소리에 잠을 깼다. 헬기 소리인가. “환청인 줄 알았다”고 선원 이붕기(66)씨는 말했다.

그러나 헬기는 바람이 워낙 거세 두 동강 난 선박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사고 선박 위에 구조낭을 내렸다. 구조낭은 아직 살아 있던 기관사 이진우(75·부산 영도구)씨와 갑판장 김태철(60·전남 영암군)씨를 실어올렸다. 이어 선장 최왕림(52·부산 영도구)씨와 조기장 이붕기(66·전북 군산시)씨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후 1시20분. 밤새 갑판 위에서 비와 파도에 흠뻑 젖어 몸을 가누지 못하는 기관장 정민영(67·부산시 금정구)씨와 조리장 이두래(67·부산시 해운대구)씨를 헬기 위로 실어 나르기 위해 동해해경 특수기동대원 2명이 갑판 위에 착륙했다. 그러나 이들은 완전 실신한 상태였다. 이들은 결국 “살아만 있어 다오” 하는 구조대의 염원을 저버리고 구씨의 뒤를 따라 생을 달리했다.

사투에 가까운 구조작업은 28시간여 만에 종결됐고, 결국 이 사고로 선원 7명 중 3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동원된 구조작업 끝에 4명은 구조됐다.



2005-01-18 08: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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