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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티즌들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ISP업체 주도로 인터넷 종량제가 전격 실시된지 1년이 지난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타임지는 “IT 강국 코리아의 몰락”이란 제목의 특집 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다루었다. 이 기사는 “한때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으로 도약하던 한국이 어느날 갑자기 인터넷 후진국으로 몰락해 버렸다. 경이로운 시선으로 한국의 인터넷을 주목하던 세계는 이제 그 몰락을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마치 찬란한 고대 문명을 자랑하던 아틀란티스 대륙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과 같은 미스테리다. 이 미스테리를 푸는 열쇠는 다름아닌 인터넷 종량제에 있었다”라고 보도하고 있다. 사실 이같은 조짐은 인터넷 종량제가 실시된지 불과 몇 달도 지나지 않아 감지되고 있었다. 대형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 대한 네티즌들의 접속률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전자상거래 이용률도 현격하게 감소했다. 코스닥에서는 주요 벤처 기업들의 주식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인터넷 기업들이 잇달아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게다가 골목마다 빼곡히 들어선 수많은 PC방들도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하나 둘 폐업하는 곳이 늘어났다. 국내 IT산업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경제 상황은 총체적 파국으로 치달았다. 이른바 “종량제 실업”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지경이었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태는 경제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네티즌 펀드를 통해 만든 영화로 각종 국제영화제를 석권하며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제작사들은 투자자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가 이렇듯 허무하게 막을 내린 것이다. 전국에 17개나 되던 사이버대학들도 오랜 고심끝에 내년부터는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폐교 결정을 내렸다. 언론사들도 발빠르게 인터넷 미디어 부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종량제가 도입되면 불필요한 인터넷 접속이 줄어들어 인터넷 중독과 같은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던 ISP 업체들의 주장도 결국 허구임이 드러났다. 사실 요금 부담이 두려워 인터넷 이용을 줄일 수 있을 정도의 통제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는 이미 인터넷 중독자가 아니다. 그리고 진짜 인터넷 중독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과다한 요금 부담까지 겹쳐 문제만 더 악화될 뿐이었다. 애초에 인터넷 중독이란 것이 교육과 치료를 통해 치유해야지 종량제를 도입한다고 간단히 치유될 일이 아니었다. ISP 업체가 굳이 정신과 의사 노릇까지 자처해 나섰던 것부터가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보다 심각한 사태는 정치 영역에서 벌어졌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해놓은 인터넷 선거 시스템이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폐기 처분되었다. 애초에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종량제 체제에서 유권자들이 접속비용까지 부담하며 인터넷 선거에 참여할리 없다는 것이 선관위의 판단이었다. 국회의원들도 자신의 홈페이지를 철거했다. 어짜피 국회의원 홈페이지를 찾아올 네티즌들이 없기 때문이다. 의정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치 문화를 혁신한다는 전자 민주주의의 꿈은 이제 말 그대로 한같 꿈같은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손실은 참여 민주주의의 후퇴이다. 인터넷을 통해 급격히 확산되던 네티즌들의 현실참여 열기가 싸늘하게 식어 버린 것이다. 토론 게시판에 올리는 글자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요금 고지서에 비용으로 담겨 청구되는 마당이니 그저 입다물고 있는게 상책이었다.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다양한 온라인 행동을 통해 참여 민주주의를 꽃피웠던 이른바 네티즌 파워는 그저 아득히 오래된 전설로만 기억될 뿐이다. 이제 인터넷은 꼭 필요할 때만 어쩔수 없이 접속해서 그저 정보나 검색하는 침묵의 바다로 전락해 버렸다. 한국의 인터넷은 시대를 역행하여 중세의 암흑 시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타임지 기사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정액제는 한국을 인터넷 강국으로 이끈 주요한 원동력 중 하나였다. 그러나 IT를 기반으로 2만불 시대의 문턱까지 다다른 한국이 느닷없이 종량제를 도입한 것은 스스로의 발목에 족쇄를 채운 꼴이 되어버렸다. 결국 그 족쇄의 무게가 한국을 2만불 시대의 문턱에서 추락시키고 말았다”라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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