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개인적으로 인터넷 종량제에 대해 정확히 아는 바가 없다. 물론 종량제를 밀어붙
이려는 케이티 측이 자세한 내용을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케이티 측은 각계 각 층의 의견을 수렴해서 신중히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동안 이런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힘을 가진 자가 자기 의견을
강제로 관철시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러지 않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
다. 그러나 내가 아는 바는 인터넷 종량제 실시로 엄청난 파장이 닥칠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인터넷 종량제 실시에 대해 인터넷 토론방에서는 네티즌들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분위
기이지만 그것이 일상 사회에서 어느 정도로 힘을 발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
지 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인터넷이 생활화되지 않거나 인터넷을 자주 할 수가 없
는 상황에 놓인 많은 사람들은 주로 신문이나 TV, 라디오 등의 기존 매체에서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주변 사람들은 인터넷 종량제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
다거나 아는 바가 거의 없어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뉴스와 신문
을 주로 보기 때문에 그 날 그날의 큰 이슈가 되는 사건 또는 자기에게 직접적으로 다
가오는 큰 문제가 아니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인터넷 뉴스를 보니 케이티 사장이 인터넷 종량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여 심히 걱정이 된다. 초고속 인터넷이 이미 전 사회에 일반화되어
있는데도 요금 체계에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가 밝혀지지 않
은 현 상황에서 종량제로 전환하겠다고 하니 말이다. 정액제가 가지고 있다는 문제에
대한 케이티의 주장이 정확한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는건지, 그들의 주장하는 인터넷
종량제가 정액제가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대안으로서 바람직한 건
지, 인터넷 종량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시될 것인지, 그에 따른 요금체계의 변화
는 서민 현실 경제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인지, 인터넷 정액제에서 종량제로의 변화
는 인터넷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제반 산업에 어떤 파장을 불러 올 것인지, 인터넷 종량
제 실시 이후 예견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는 어떤 것인지 등 국가적으로 큰 변화를 가
져오게 될 사안에 대한 정확한 연구와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면서 인터넷 전산
망을 독과점하고 있다시피한 케이티의 일방적인 주장에 정통부가 동조하고 있기 때문
에 심각한 상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본인은 인터넷을 장시간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인터넷 종량제 실시 이후 큰 불이익을
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반대 입장에 있다고 몰릴 수 있다. 그러한 반박에 대
해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터넷을 어느 정도 이용하는가에 따라 종량제를 찬성하
고 반대한다고 해서는 이 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시행하고 있
는 제도를 바꾸고자 할 때에는 그것이 가져올 장단점을 제도 시행에 영향을 받는 사
회 구성원 모두가 정확히 이해하고 공감을 가져야 하여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 강제
로 시행되는 정책은 사회 구성원 중 일부는 이득을 보고 다른 쪽의 사람들은 피해를
입어 사회가 분열되고 갈등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케이티가 종량제를 도입하려는 배경에 대한 설명을 보면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
람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그들이 주장하는 사항을 한 번 살펴보면,
첫째, 상위 5% 이용자가 전체 트래픽의 50%를 점유하고 있으며 도시지역과 농어촌간
의 사용량 차이 등 이용자간 비용부담 형평성이 맞지 않다.
둘째, 연평균 100%씩 증가하는 트래픽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하여 매년 수백억원 이
상을 투자하고 있으나 정액요금제하에서는 투자비 마련이 곤란한 실정이다.
셋째, 무차별적인 스팸메일 발송, 중/고등학생 등의 인터넷 중독, 파일공유를 이용
한 저작권 침해 등 인터넷 오남용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라고 한다. 우선 첫째 주장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을 말하면, 그 주장이 사실
이라고 입증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으며 왜 그 자료는 공개되고 있지 않은가이
다. 어떤 주장에는 반드시 논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왜 그걸 제시하여 이해시키
려 하지 않는지가 이해할 수 없다.
둘째, 트래픽에 대한 용어와 트래픽이 그렇게 발생할 경우 왜 문제가 되는지, 그리고
정액제하에서는 왜 그걸 개선할 수 있는 자금의 마련이 어려운지 구체적으로 언급하
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의 진대제 장관은 크게 공감하고 있다는데,
정통부장관은 사전지식이 많아서 공감할 수도 있겠다고 추측해도 일반 국민 중 이런
문제 상황이 어째서 문제가 되는가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의문이
다. 이것은 인터넷 전산망의 원리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다소 복잡하고 전문적이라 해
도, 전 국민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이 문제의 당사자인 만큼 인터넷 종량제를 추
진하고자 설득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넘어가야할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셋째, 도시지역과 농촌 지역의 인터넷 사용량에 대해 과연 면밀하게 조사, 분석하였으
며 도시와 농촌의 현실적 상황이 고려되었는가에 대해서 제시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
다. 도시와 농촌에 분포하는 모든 인터넷 사용자의 사용량을 통계내는 것 자체가 무리
이기에 결국 평균 사용량을 내어 통계낼 수 밖에 없을 것인데 평균 사용량의 측정에
작용하는 변수를 모두 감안하여 조사할 수 있는가 의심스럽다. 사용자가 인터넷을 사
용하는 양에는 사용자가 의도한 양 이외에도 여러가지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구체
적으로 모두 언급하는 것은 배경지식의 한계로 불가능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스팸 메
일이나 팝업 창 등의 요소도 인터넷 사용량에 작용하는 큰 변수라고 들었다.) 실제 사
용자가 사용한 양만을 가려서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보여진다. 뿐만 아니라 도시
에서의 사용자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환경이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경향, 용도 등을 조
사하기 어렵고 여여기에다 농촌에서의 인터넷 사용자의 환경, 경향, 용도 등을 단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 형평이니 평등이니 하는 것은 절대적 기준
에 맞추어 모든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입장과 상황을 고
려하여 차등적으로 적용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종량제로 형평성을 맞춘다는 것은 도
시 인터넷 사용자의 사용량을 농촌 인터넷 사용자의 사용량으로 낮춘다는 의미인지
그 반대의 의도인지 이해가 안 된다. 게다가 농촌 사용자가 도시 사용자의 비용을 부
담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로 증명된 것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기존의 요금체계로는
농촌 사용자와 도시 사용자의 형평을 맞추지 못한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동안 농
촌 사용자가 현실적으로 인터넷을 자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일괄적
으로 부과해 놓고서 이제와서 그런 사실을 언급하다니 종량제를 실시하기 위한 구실
에 지나지 않다고 보인다.
둘째 주장에 대해서 우선 연 100% 트래픽의 증가가 정말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인지 근거 자료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해가 안 된다. 거기에다 기존의 요금체계
로 수백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든지 그럼에도 투자비 마련이 어려운 실정인지 구체
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의심스럽기만 하다. 기존의 요금체계는 월 2~5
만원의 정액제인데 이제 국내시장이 포화상태가 되어 더 이상 신규 가입자를 늘리기
어려우니 요금을 대폭 인상하려는 의도에서 종량제를 실시하려는 의도가 아닌가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고, 실제로 어느 정도로 투자비 마련이 어렵고 전산망 공급 업체
의 경영 상태가 어려운 상태인지 현재로선 도저히 알 방법이 없다. 케이티를 비롯한
여러 관련 기업들이 민영 기업이기 때문에 그것을 공개하면 기업내 비밀 유출이라고
반박할 지도 모르나 그것이 어째서 기업 기밀이 된다는 것인가? 민간기업이 전국민을
상대로 요금체계를 개편하는 특수한 상황을 초래한 정부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이
런 요금은 국가가 세금 형식으로 거둬 들여야 했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을 목표로 인터
넷 보급화를 서둘렀지 않은가? 국가적 사업을 민간 기업에게 맡기니 기업이 자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국민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요금을 인상하려고 드는 것이
다.) 전국민이 자신이 낸 요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도 알지도 못한 채로 요금 인
상을 묵묵히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기존의 요금체계로는 왜 투자비 마련이 어려운
것인지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정당한 요금체계로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계속
국민의 돈을 무조건 갉아먹으려 들려고만 할 것인가? 방향에 어긋나는 사례일지도 모
르나 현재 은행이 거둬들이는 수수료는 원가의 6배에 이르고 이렇게 거두어진 자금이
고객에게 혜택으로 돌아가지도 않고 기업의 이윤만 늘리고 있다. 인터넷 종량제 실
시 이후에 이와 같이 안 되리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셋째 주장에 대해서는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인터넷 보급이 이루어지
면서 계속 대두된 문제를 종량제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극단적인 방법으로서 지양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문제
의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형태로 얼마든지 변형되어 나타날 수 있는 가
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무차별적 스팸 메일 발송 등 불법 행위와 인터넷 중독, 인터
넷 오남용 문제는 각각 개별적으로 원인을 규명해서 해결책을 마련해야지 한꺼번에 해
결하려고 인터넷 사용량을 대폭 줄이는 종량제를 실시한다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이루
어진 민주주의적 토양(전자민주주의)의 뿌리를 뒤흔드는 것이며 선의의 이용도 불가능
하게 만들고 만다.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VOD 감상등을 하는 동안에 얼마나 많이 인터넷 사용량이 늘어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
다. 인터넷 종량제는 위와 같은 행동에도 큰 제약이 되기 때문에 정부의 빈익빈 부익
부를 초래하여 케이티측이 주장하는 "형평성"은 헛된 공상에 지나지 않게 된다.
특히 인터넷 종량제에 찬성하는 일부 네티즌들이 주장하는 사이버 범죄나 사생활 침
해 등은 법적, 제도적 장치에 의한 규제, 사이버 상의 에티켓 교육, 기본적, 사회적
가치 윤리 교육 등을 통해서 장기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다른 사회적 문제
로 변모할 수 있다. 인터넷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자신들은 인터넷 종량제
실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주장도 사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하나의 창을 띄우는 데 수많은 이미지, 플래쉬, 링크 등의 파일이 오가
기 때문에 별로 오래 쓰지 않았어도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게 된다. 직접 눈
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본인은 장시간 이용자임에도 인터넷 종량제에 대해 아는 바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2007년에 일방적으로 실시한다는 것이 너무 어이없고 분한 일이
라 여겨 시간을 내서 글을 적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부디 인터넷 종량제와 같은
전국민이 당사자가 되는 문제가 공론화되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
으면 하는 점이다. 지금 케이티 사장은 일방적으로 자기 의견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근거를 내세우고 각 계 각 층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야 하며, 언론도 이
문제를 공론화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독도 문제 등 큰 사회적 이슈가 산적해 있지만
그런 문제들도 지금의 인터넷 종량제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대처 방법처럼 감정적으
로 대응하지 않고, 사안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식으로 처
리되어야 근본적인 해결이 이루어지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