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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온탕 반복하는 인터넷 종량제 논란

 


[한겨레]

사이버 공간이 때 아닌 ‘종량제’ 논란으로 시끄럽다. KT가 초고속 인터넷 요금을 지금처럼 매달 일정액을 내고 쓰는 게 아니라, 사용한 만큼 돈을 내도록 바꿀 것이라는 얘기가 알려지면서부터다. 네티즌이 모이는 곳마다 구체적인 근거를 조목조목 들이대며 종량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그런데 배경을 들여다보면, 주인공인 종량제는 없고 ‘종량제 논란’만 있는 모양새다.

초고속 인터넷 요금 종량제(이하 ‘인터넷 종량제’) 논란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해 4월이다. 당시 EBS 인터넷 수능 동영상 강의가 시작되며 갑작스레 접속(트래픽)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인 KT가 설비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인터넷 종량제를 도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인터넷망을 타고 돈 것이다. ‘괴담’으로 떠돌던 이 소문이 웹에서 웹으로 들불처럼 번지면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KT가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섰고, 이후 인터넷 종량제 논란은 수면 위로 가라앉는가 싶었다.

그런데 올해 3월, 이 문제가 다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발단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입’이었다. 지난 3월10일 정통부에서 열린 ‘네티즌과의 대화’에서 진대제 장관이 “인터넷을 자주 쓰는 상위 5%의 네티즌이 전체 트래픽의 40%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덜 쓰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며 “(통신사업자들의) 의견이 접수되고 공론화되면, 공청회를 거쳐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데서였다. 인터넷 종량제 도입 가능성을 에둘러 내비친 것이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KT가 여기에 ‘기름’을 붓고 나섰다. 3월11일 가진 KT 주주총회에서 이용경 KT 사장은 인터넷 종량제 실시 여부를 묻는 주주들의 질문에 “정부와 사업자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며 소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도입 가능성을 본격화했다.

이런 가운데 한 일간신문이 KT의 ‘인터넷 종량제 도입 가상안’을 구체적으로 보도하면서 논란은 폭발했다. 3월21일자로 보도된 이 기사에 따르면 △KT는 초고속 인터넷 요금 개편 방안을 상한선 6만원, 하한선 3만원으로 하는 부분종량제 또는 정액제 2가지로 압축하고 세부안 마련에 들어갔으며 △도입 시기는 과금 시스템 개발 일정 등을 감안해 내년 중반께로 잡았다는 것이다. 인터넷 종량제 도입에 관한 구체적인 수치와 도입시기가 나왔다는 점에서 이 기사의 반향은 컸다. 지난해에도 ‘KT 종량제 요금표’ 등 구체적 수치가 인터넷을 돌긴 했지만 사실무근으로 밝혀졌기에, 이번 사안에 대한 이용자들의 관심과 반응이 더욱 뜨거워진 것이다. 이른바 ‘종량제 논의’의 도화선에 불이 붙은 셈이다.

■ 잘못된 정보 흘러 논란만 과열 하지만 KT측에 확인한 결과, 이는 사실과 다소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과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로선 종량제 도입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황인데, 어떻게 그런 구체적 수치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사내에 전담팀조차 꾸려지지 않았고, 시장 및 여론조사 과정도 전혀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금액이나 도입 시기가 정해질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만약 종량제를 도입한다 해도 우리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일반 이용자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 뻔한데 허황된 요금제를 도입하겠느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인터넷 종량제 도입 가능성까지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 관계자는 “상위 5%의 마니아 이용자가 전체 트래픽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만큼, 많이 이용하는 사람이 그만큼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취지에는 회사도 공감한다”며 “일반 사용자들은 지금과 동일한 수준의 요금으로 이용하는 대신, 5~10%의 상위 이용자들은 이용 정도에 따라 추가 요금을 내는 방안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간추리자면, 인터넷 종량제 도입 여부는 긍정적이되, 도입 시기와 요금 수준은 정책 당국과 협의하고 시장조사와 공청회 등을 거친 뒤 최종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미 불붙은 반대 여론은 사이버 공간을 후끈하게 달궜다. KT의 인터넷 종량제 가상안이 알려진 이후 주요 포털 및 커뮤니티 사이트는 지난해와 비슷한 성토의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포털 비씨파크 www.bcpark.net 내 ‘인터넷 종량제 반대 1천만인 서명운동’ 페이지에는 3월31일 현재 25만2500여명의 네티즌이 서명을 한 상태다. 일부에선 KT와 KTF의 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KT의 포털인 파란닷컴 가입 해지운동을 벌이며, KT 회선 사용자의 품질유지요청과 부가상품 해지운동을 벌이는 등 구체적인 반대운동 지침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런 반대운동들은 결국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확대됐기에 모래 위에 집을 지은 꼴이 됐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는 인터넷도 수도요금처럼 쓴 만큼 돈을 내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그 가운데 가장 귀 기울일 대목은 “어떤 식으로 종량제를 하든, 결국은 이용자의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근본적 회의론이다. ‘PC통신 1세대’로 IT 컬럼니스트로 활동하는 김중태씨는 지난 3월 명지대학교 교지 <명지> 43호에 기고한 글에서 “인터넷 종량제는 정보 격차를 유발하고 정보 후진국을 조장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중태씨의 주장을 잠시 들여다보자. 그는 일부 이용자가 인터넷 데이터량을 과도하게 차지하고 있어 대부분 가입자에게는 정액요금제가 오히려 불평등하다는 KT의 주장에 대해서 “일부 사용자가 트래픽을 점유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며, 상위 이용자가 결국 산업을 이끄는 핵심인력들”이라고 반박했다. 일부 과다 이용자 때문에 설비투자를 무리하게 할 수 없다는 KT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용자에게 배정된 트래픽 한도 안에서 쓰는 게 무슨 문제냐”며 “KT가 설비투자를 최대치에 맞추는 것이 정상”이라고 맞받았다. 이 밖에도 △종량제를 실시한다고 해서 저질 인터넷 문화나 인터넷 중독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며 △결국 돈 없는 서민만 이용시간이 줄어, 정보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을 종량제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인터넷 사용시간을 줄이자는 말은 정보 후진국으로 가자는 반국가적 주장”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의 핵심이다. 이는 주요 웹사이트에 올라온 ‘종량제 반대론자’들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 의견 수렴 거쳐 합리적 요금제 내놔야 인터넷 종량제 논란이 좀체 누그러들지 않자, ‘불씨’를 제공했던 진대제 장관도 진화에 팔을 걷고 나섰다. 진대제 장관은 3월30일 국내 게임업체 대표들과 가진 모임에서 “인터넷 종량제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확정된 정책이나 추진하는 제도가 없다”며 다시금 세간의 소문이 사실무근임을 확인시켰다. “업계에서 이를 상당히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겠다”고 의견 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남들보다 많이 사용한 사람이 그만큼 돈을 더 내야 한다는 명제에는 누가 뭐랄 바가 아니다. 하지만 대개의 네티즌이 지적하듯, 초고속 인터넷에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지금도 이용하는 서비스의 품질에 따른 ‘차등 요금’은 존재한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주고받아야 하는 사람은 그만큼 비싼 돈을 내고 빠른 속도의 회선을 사용한다. 속도가 느리더라도 1Mbyte 안팎의 ‘느린’ 속도에 만족하는 이용자라면 값싼 정액제 상품을 이용해도 그만이다.

인터넷 사용량을 수도물 쓰듯 측정하기 힘들다는 점도 있다. 수도물은 이용자가 꼭지를 튼 만큼만 흘러나오지만, 인터넷의 정보들은 다르다. 웹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대용량 동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된다면, 이 접속자는 원하든 않든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받는 꼴이 된다. 바이러스나 해킹 등 예기치 않은 문제로 인해 데이터량이 폭증할 경우 어떻게 요금을 매길 것인가도 관건이다.

결국 문제는 인터넷 종량제의 근본 취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데 있다. KT측은 “종량제 방침이 확정되면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요금제 방안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감시자’들의 역할은 이제부터다. KT가 종량제 도입을 확정하는 순간부터, KT가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여론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요금제를 내놓는지 끊임없이 감시하고 지적해야 한다. 아니 땐 굴뚝을 보고 연기가 난다고 미리 소리치는 것은 힘만 뺄 뿐이다. 이희욱 기자 asadal@economy21.co.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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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14 19: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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