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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계 자본에 대한 국세청의 전격 세무조사를 비판하고 있는 <조선일보> 15일자 1면 머리기사. |
| | | 우리나라에서 영업을 하면서 많게는 1조 이상, 적게는 수천억 원의 이익을 내고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기업이 있다. 유리 지갑의 직장인이나 몇십만 원의 영업이익에도 세금을 내야하는 자영업자의 눈으로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 일이지만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뉴브릿지캐피탈은 제일은행을 팔면서 1조1500억 원의 이익을 남겼고, 칼라일 그룹은 한미은행을 팔면서 7000억 원을, 론스타는 스타타워 빌딩을 팔면서 2600억 원의 이익을 남겼으나,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방법 등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 또 이제 골드만삭스는 '국민소주기업'인 진로를 넘기면서 1조 원 이상의 차익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익 있는 곳에 과세 있다
문제는 97년 외환 위기 당시 무차별적으로 끌어들인 외국 자본들이 직접적인 기업 활동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금융 거래나 기업의 인수와 매매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내고도 세금 한푼 없이 이익을 챙겨감으로써 막대한 국부를 빼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최근 론스타 등의 외국 투자펀드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은 이런 문제 의식이 많이 적용한 결과일 것이다. 물론 조세조약(이중과세방지협정) 등 국제기준에 비춰볼 때 외국자본에 대한 과세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겨가는 외국 자본에 대해 국세청이 부당한 이익이 있는지, 과세 회피를 위한 변칙 거래가 있는 지를 검증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4월 15일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 '외국계 자본에 칼 들이댄 국세청', '민감한 때 무더기 세무조사 파문'이라는 제목으로 국세청의 이번 외국 자본에 대한 세무조사에 대해 외국 자본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며 비판하고 나섰다. 또한 사설에서도 '외국자본 세무조사해도 일제단속식은 곤란'하다며 국세청의 조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의 국세청은 과연 글로벌스탠더드에 걸맞는 세무 행정을 펴고 있는 것일까? 사전 통고 한마디 없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외국계 자본에 대한 집단 세무조사가 외국인들에게는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조선>의 머릿기사 첫 구절이다. 또 유럽계 투자기관 관계자의 입을 빌어 "최근 5%룰과 은행의 외국인 이사 수 제한으로 경제민족주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제 여론의 악화가 우려된다"고 한다.
흡사 얼마 전 한국이 외국자본에 대해 정신분열증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만을 내세워 한국 금융감독당국의 감독 방침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던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의 기사를 보는 듯하지 않은가? 도무지 한국 신문인지 외국 자본을 대변하는 외국 신문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외국 자본의 투자라도 다 환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고용의 증대나 기술 이전, 시설 투자 등이 전혀 없는 외국 투기자본의 투자는 주주의 고율배당과 막대한 매각 차익을 통해 국부를 유출하고 국민 경제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 또한 투자자본의 조기 회수에만 열을 올려 오히려 정상적인 기업의 성장을 방해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러한 때에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외국 자본의 납세 회피를 눈뜨고 뻔히 쳐다보기만 하고 있다면 사실상 조세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국내 기업에 엄격히 적용하는 과세 기준을 외국 자본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조선일보>가 내세우는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다. 우리나라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겨 가는 외국 자본에 대한 세무조사를 우리가 지레 먼저 걱정할 필요가 무엇이 있는가?
<조선일보>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외세의존인가
이러니 그간 <조선일보>는 "도대체 어느 나라 신문이냐"는 비판을 들어온 것이다. 외신의 기사를 이용해(심지어는 오역된 기사를 통해) 우리 정부나 대통령을 비판해온 것은 수도 없고, 한미관계에 대한 것은 항상 미국의 이익을 고려한 미국내의 목소리를 확대해 우리 정부를 비판해 왔다. 이번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FT의 목소리를 들어 '민감한 시기'라고 해석해 놓고 외국 언론과 외국인들의 목소리를 확대해 비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외국자본에 과다하게 노출된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시장 안정과 건전화를 도모하는 것은 정부와 감독당국의 기본 책무다. 국경을 넘나드는 무한자본경제시대에 선진국들은 자국의 자본과 경제 이익의 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세무조사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등의 편법적인 외국자본의 과세 회피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FT같이 언론의 정도를 버리고 자국의 자본 이익 대변에 적극 나서는 것도 비판받을 일이지만, <조선일보>같이 우리나라의 언론이 오히려 외국자본의 이익 대변에 나서는 것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왜 항상 미국이 안 지켜주면, 외국인이 투자해 주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안 된다고 끊임없이 주입시키려 하는가? <조선일보>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외세의존이라 그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