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내용]
대구 지하철 참사 자원봉사자 활동- 하나님의교회·적십자 등 무료급식소 운영 "큰힘"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돼간다. 주중에도 밤늦게까지 젊은이의 열기가 넘쳐났던 대구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중앙로는 이제서야 겨우 참사의 충격에서 벗어난 듯했다.
물론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희생자와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실종자 가족의 아픔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들의 아픔을 나누고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힘이 있어 실종자 대책위가 자리한 대구시민회관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그 힘이란 바로 자원봉사자의 사랑이다.
3월 13일 유가족 수백여 명이 모여 있는 대구시민회관은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로 붐볐다. 한 달 가까이 이곳에서 생활하며 실종자 신원 확인을 기다리며 애를 태우고 있는 유가족은 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힘을 얻고 있었다.
자원봉사는 여러 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었다. 생필품을 전달하는 자원봉사자도 있고 정신적인 고통을 상담하는 이도 있었다. 무료급식을 진행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는 물심 양면으로 유가족을 돕고 있었다.
점심시간, 대구시민회관 옆에 마련된 무료급식소에는 많은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 자원봉사자는 따뜻한 웃음을 지으며 유가족에게 식사를 권유했다. 유가족은 수사 당국과 마찰 때문에 식사를 거르기 경우가 많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자원봉사자는 한 명에게라도 더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유가족의 손을 잡아 끌고 있었다.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 각종 활동
한 유가족은 아픈 마음에 아침부터 술을 마셨다. 발그스레한 얼굴을 한 유가족을 본 자원봉사자는 그의 손을 잡고 급식소로 데리고 갔다. "뭐라도 드셔야 되지 않겠어요. 산 사람이 힘을 내야죠." 이 말을 들은 유가족은 힘을 내서 숟가락을 들어보지만 결국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는 듯 국물만 마시고 말았다. 이런 사람이 부지기수다. 한 할머니는 눈앞에 놓인 국밥을 쳐다만 보다가 자원봉사자가 옆에 다가가 손을 잡아주자 그제서야 식사를 했다.
이번 사고로 손녀를 잃은 이삼계 할머니(72)는 무료급식소에서 모든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추운 날, 비오는 날에도 변함없이 나와서 밤새 식사를 대접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가슴 속으로 전해진다"며 "이들의 봉사 덕택에 지금 유가족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카 2명을 잃은 유가족 도기석씨(60)도 "자원봉사자들도 유가족 못지않게 힘들 텐데 항상 웃는 얼굴로 유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모습을 볼 때면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무료급식소는 유가족만 이용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대구지하철 참사의 아픔을 나누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다. 황순오 유가족대책위원(33)은 "외부에서도 조문객이 많이 오는데 간단하게 이곳에서 식사라도 대접할 수 있어서 유가족의 입장에서 천만다행"이라며 "이들이 없었으면 대책위활동을 하는 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문을 하고 나오는 길에 점심을 먹으러 왔다는 송윤범씨(53)는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태도를 보면서 조문하느라 무거워졌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근무하다가 쉬는 시간에 허기를 해결하기 위해 왔다는 한 의경은 "음식이 정성스럽게 준비돼 있어 자주 온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대구지하철 참사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무료급식소는 총 네 군데로 각각 적십자와 삼성, KTF, 하나님의 교회에서 운영하고 있다.
"문제 해결될 때까지 유가족 곁에..."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하나님의 교회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하루에 1,000~3,000여 명. 7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4교대로 24시간 유가족과 조문객 등에게 식사와 간식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사용 한돈은 음식 재료값으로만 6천여만원. 비용은 전부 교회 헌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최수진씨(33)는 "TV에서 볼 때에는 나와 관계없는 먼 일로 느껴졌는데 이렇게 자원봉사를 하다보니 유가족의 마음을 알게 됐다"며 "더 많은 분이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힘을 되찾는 모습을 볼때면 몸의 피곤함이 깨끗이 가신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한 "유가족에게 밝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집에서 웃는 연습을 하고 있다"며 "웃는 얼굴을 보고 웃음을 되찾는 유가족을 볼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두석 목사(41)는 "교회에서 사랑을 배우고 있는 입장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당연한 일을 하는데 유가족들이 감사의 마음을 전할 때면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이어 "조문객의 발걸음은 뜸해지고 있지만 우리는 유가족이 전부 시민회관을 떠날 때까지 이곳을 지키며 봉사를 할 것"이라며 "무료급식 자원봉사가 끝나면 근처 청소까지 전부 하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같이 있다'는 동질감이다. 유가족은 이런 느낌을 자원봉사자로부터 얻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