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노무현대통령이 과거의 지도자와 다른 점을 정리해본다.
1. 학연에서 자유롭다. 그래서 소위 엘리트 학벌계급의 고유한 커뮤니티를 벗어나 진정 일반시민으로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다고 본다. 눈치코치볼 거 없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신념대로 정치할 수 있는 것이다.
2. 명문가 출신도, 재산가도 아니다. 우리나라 정치인의 계보를 보면 친일파 혹은 재산가 출신이 많다. 이들은 월등한 재력을 바탕으로 학력에서 우세를 차지하니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입장만 대변한다. 물론 반공제일주의로 올바른 소리에 재갈을 물려왔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노무현대통령은 기득권으로부터 자유로운 일반인이고 사상으로부터 자유로운 전후세대이다. 변호사로 자수성가하여 정당한 부와 명예를 차지한 바 있어 더 이상 욕심부릴 것도 없다.
3. 가신 그룹이 없다. 여기서 가신그룹이란 기존의 정치구조에서 나오는 가신, 즉 리더가 부와 권력을 나눠주면서 충성을 바치게 함으로써 형성된 가신을 말한다. 이러한 가신문화는 조폭 세계와 다를 바 없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맞으면 따르고 안맞으면 갈라서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돌아오는 댓가나 보호막을 기대하고 충성을 바치니 조폭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노무현은 가신이 아니라 진정 자신의 정치신념과 철학을 지지하고 충성을 바치는 지지자(그룹)만 갖고 대통령이 되었다. 상징적인 모습이 바로 3당 합당 당시 주먹을 불끈 쥐고 이의를 제기하던 모습이다. 노통에게는 사상과 철학이 중요하며 가신은 꿈도 꾸지 않고 있다. 내 생각이 맘에 들면 지지해 달라고 할 뿐이다.
4. 권력욕보다는 역사정신으로 무장했다. 그랬기에 취임하자마자 과거의 통치자가 유용하게 이용했던 부정적인 권력을 모두 국민에게 돌려주었다. 노무현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권력도 아니요, 부도 아니고 오로지 국가와 민족의 튼튼한 미래이다. 이런 것들은 역사의식에서부터 나온다고 불 수 밖에 없다.
5. 권위주의를 버렸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대통령이나 장관이나 별 거 아니다. 그냥 임기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 뿐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다. 그래서 외국 영화에서 그려지는 정치인들을 보면 대부분 서민들과 별 다를 바가 없다.(에어포스원 같이 영웅시 하는 영화도 있지만 그건 미국의 일부 영화의 경우다. 데미지 등 유럽영화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곧 왕이었고 장관은 '높으신 분'이었다. 봉사하는 게 아니라 국민위에 군림하는 존재였을 뿐이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일본군국주의가 물려준 나쁜 유물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그 자신부터 권위주의를 버렸고 그로써 국가권력을 국민에게 봉사하는 시스템으로 변화시켜 버렸다. 아무 것도 아닌 거 같지만 이건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대단한 일이며 국민들이 이에 익숙해지면 제대로 선진민주국가가 되는 거다. 결국은 노무현이 구축한 선진시스템으로 변화할 수 밖에 없고 노무현시대에 와서야 구시대 시스템이 대폭 뜯어 고쳐진 거다.
이래서 노무현대통령을 보고 하늘이 내리신 축복이라는 말을 하는 거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지 모르나 당연한 시스템이 도입된 거 자체가 엄청난 변화이고 핵심적인 변화이다. 그깟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나 내가 보기에는 핵심중에 핵심이 바로 이러한 '시스템 개혁'이다. 시스템을 바꾸면 굳이 하나하나 바꾸지 않아도 전체가 변한다. 경제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국민의식도 그렇다. 가만 놔둬도 모든 것이 하나하나 자리잡게 마련이고 그 결과 이제 경제도 견실해지고 국민여론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부당한 권력체계, 비민주적인 제도, 불합리가 제거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시스템 구축에 있어서 제도가 먼저냐 인식변화가 먼저냐고 물으면 나는 당근 제도변화가 먼저라고 말하고 싶다. 제도를 바꾸면 인식은 저절로 그에 익숙해지지만 제도를 놔둔채 인식을 바꾸려고 하면 정말 하세월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며 그래서 혁명이 일어나 모든 구제도를 뒤집어 엎는 것이다. 또 그래서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결코 일반인들의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기득권세력의 반동 세뇌작업 또한 만만치 않다. 이를 다 알고 있는 노통은 엄청 당하면서도 속으로 빙그레 웃으면서 갈 길을 가는 것이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년 반 동안 시스템 개혁을 어느 정도 마무리짓고 이제 핵심인 정치개혁에 나선 것에 대해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식이 노무현대통령을 따라 오려면 멀었고(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조차 없다) 앞으로 나아가려면 제도부터 바꾸는 것이 효과적이기에 우선 선거제도를 고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노무현대통령은 진정 나라와 민족의 역사적 발전을 위하는 입장이기에 이러한 것들이 가능하며 이는 분명한 명분과 도덕성을 부여해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노무현은 잘못하는 게 없으며 결국은 그 방향이 옳았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기에 당당히 나아갈 뿐이다. 이러한 지도자를 갖게 된 것이 우리나라로서는 대단한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