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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표를 위한 민생경제 특강

 
"차는 모른다. 운전은 한다."

수년전 모 자동차 정비회사의 광고에 등장한 이미연 씨의 입으로 전해진 카피다. 운전자들의 귀에 쏙 들어오는 얘기였고, 여성운전자들에게는 더더욱 와닿는 얘기였다. 민생경제 특강한다면서 왠 자동차 얘기냐. 경제라고 하는 것이 혼자 뚝 떨어져 사는 녀석이 아닌 복합적인 시스템을 갖춘 유기적 관계에 의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표는 말끝마다 '세금 내려야 한다', '국채가 왜 이리 많냐', '씀씀이 아껴야 한다' 뭐 이렇게 1차원으로 경제를 얘기하는데 경제란 게 그게 말처럼 쉽게 여기 뚝딱, 저기 뚝딱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란 말씀이다.

자동차 하면 일단 달리는게 목적인 물건이다. 그런데, 달리기만 하면 될까? 달리는 능력만큼 제동능력(흔히 말하는 브레이크다.)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즉, 필요에 따라 달릴 것인지, 설 것인지 운전자의 의지에 따라 움직여 줘야 한다는 말이다.

박근혜 대표가 입에 달고 사는 "경제가 문제다"는 얘기는 이 차는 왜 이렇게 못 달리느냐의 하소연이다. 왜 못 달리느냐는 여러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첫째, 기름이 떨어진 것은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한다.

자동차는 기름 없으면 못 간다. 경제도 마찬가지. 돈이 있어야 경제는 굴러간다. 국가를 경영해 나가는데 있어 돈은 어디서 나올까? 그렇다. 세금이다. 세금이 걷혀야 민생도 챙길 수 있다. 그런데, 이 세금 온 나라의 사람들이 공평하게 내고 있는가?

자영업자, 재벌, 변호사 등등 누가 봐도 돈 제일 많이 버는 사람들이 세금은 거꾸로 안내거나 떼어먹는 경우 비일비재 하다는 게 이젠 귀에 굳은살이 박힐 정도다. 그러니 꼬박꼬박 투명하게 월급받는 월급쟁이들에게서 세금 더 걷거나 물건에다 세금 더 붙이게 마련인 것이다.

이 문제, 한 나라의 정당대표면 좀 심사숙고해서 얘기해야 하는 문제다. 없는 사람들 세금 많아서 못살겠다고 얘기하는 것 앵무새처럼 옮기는 일이 정당대표의 할 일이 아니라 근본 원인을 찾아서 그걸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기름이 문제가 아니라면?

그럼 제너레이터나 배터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전기계통이 문제를 일으키면 시동이 안 걸린다. 박대표도 한 두 번 경험 있으신지 모르겠다. 이렇게 제너레이터나 배터리에 문제가 생기면 응급조치로 카센타에서 달려와 전기를 나눠주고 일단 시동은 걸게 되지만 지속적으로 문제없이 달리기 위해서는 제너레이터와 배터리 등을 바꿔줘야 한다.

경제에 있어서 제너레이터와 배터리는 무엇일까? 지속적이고 견실한 상태로 경제가 달리기 위해서 구조적으로 안정성을 지녀야 하는 건강상태의 중소기업, 흔들리지 않는 경제기간망 등 대기업 하나 망하더라도 끄떡없을 정도로 힘을 축적해 둘 수 있는 경제상태라야 한다는 말이다.

시동이 안 걸린다는 것은 점화플러그나 흡, 배기밸브 등에 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경제를 움직이게끔 촉발하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돈이 나가고 들어오는 것이 원활하게 제 때에 딱딱 맞아야 한다는 말이다.

벌써부터 골치 아파지면 안 된다. 한참 남았다.

세번째, 달릴 때를 생각해보자.

기름도 어느 정도 있고, 시동도 어떻게든 걸렸다면 보다 쾌적한 컨디션으로 달리길 바라고 더 나가 연비 등 효율성을 따지게 된다. 지금 현재 한국 경제가 기어 3단으로 달린다고 해 보자. 박 대표는 왜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경제정책을 쓰지 않느냐고 말한다.

차로 말하면 1단 기어만 넣고 달리면 된다. 그렇게 하면 엑셀레이터(가속기라고도 한다.)를 밟을 때 웅- 소리 내며 차가 나가는 느낌이 들고 페달에서 발 떼면 또 움찔하며 차가 운전자의 취향대로 움직이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생각해 보시라. 고속도로 달릴 때 1단만 넣고 달리면 힘은 넘쳐날지 몰라도 엔진이 과열되고 그러다보면 차가 금방 퍼진다.

1단으로 달리는데는 힘이 넘치는 만큼 기름이 과도하게 들고 달려가는 거리에 비해 연료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동차엔 1단부터 5단까지 각각 속도와 도로환경에 맞게끔 기어를 선택적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왜 시작부터 5단을 쓰지 않느냐고 하거나 1단으로 계속 달리자고 한다면 사람은 물론 차도 경제도 환장하는 노릇인 것이다.

넷째, 달리기만 잘한다고 경제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과거 박정희 독재시절처럼 8차 대로를 아무런 막힘없이 저 혼자 질주할 수 있으면 별 문제가 안된다. 지금은 얼마나 경제가 헤쳐가야 할 난관이 많은가. 재벌이라는 대형차가 앞에 서서 뻐퉁기고 나 못가 하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같이 달리던 먼나라 차가 기름문제 일으키면 그야말로 난데없이 못에 펑크난 바퀴처럼 한동안 고생한다. 어디 그 뿐이랴. 어디서 난데없이 돌이 날아와 앞유리창을 박살낸다. 저주를 퍼붓는 언론말이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디 주행감이나, 안락한 실내분위기를 논할 수가 있느냐 말이다.

마지막. 총정리.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대형버스에 몸을 싣고 달리고 있다. 언론이라는 것들은 뒤에서 밀어줘도 시원찮을 판에 운전자가 다칠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앞 유리창에 짱돌을 던져대고 있다. 그렇잖아도 오르막 내리막 험로를 달리고 있는데 승객들은 음악 틀어달라, 에어컨 틀어달라, 커튼이 이게 뭐냐, 의자 좀 푹신하게 해 줘라, 시끄럽게 구는 사람 왜 운전사가 못 말리느냐 하며 닥달해 댄다.

아니, 닥달만 하고 있으면 그나마 괜찮다. 아예 술 처먹고 개새끼 소새끼 찾으며 달리고 있는 버스 안에서 운전자에게 발길질하고 침 뱉고 하면서 경제 왜 못 달리느냐고 하면 어떡하냔 말이다. 그래서 운전기사가 그럼 당신들 중 누구라도 버스 내 소란을 좀 멈추고 운전대 잡으라니까 이런 험로를 내가 어떻게 달리느냐며 그마져도 싫단다. 박대표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리고 말이야 바른말이지, 이 버스 누가 타다 넘겨준 거더라? 이승만이 부품 팔아먹고 박정희가 여기저기 박아대고, 전두환이 서스펜션 가라앉히고, 영삼이가 네바퀴 다 펑크낸 것 DJ가 급한대로 여기저기 손보고 해서 차랍시고 넘겨받은 것 아닌가?

강의가 좀 길어졌다.

마지막으로 박대표께 심심한 조언을 해 드린다.

일단 좆선일보부터 끊으시라. 모르긴 몰라도 당행사에, 지역구 인사에, 보좌진 브리핑에 하루가 마흔시간이라도 모자랄만큼 바쁘실 것이다. 그러니 신문도 한 잔 한 장 그저 넘기는 맛으로 보다가 특정 헤드라인에 눈이 꽂히고 속으로 혀 차며 대통령 씹을 것이다. 내용 읽을 시간이 없으니 자세한 내용은 그저 상상해 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내용을 읽지 않으니 헤드라인과 내용이 하등의 관계가 없어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제목 장사하는 좆선의 만행을 알 턱이 없지 않은가.

그리고 경제, 민생 얘기하시려면 위에서 장황하게 예를 들어 설명한 대로 모든 문제가 입체적이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문제라는 것만이라도 좀 인지하시고 말씀 좀 하시라. 박대표가 나중에 대선에 출마를 하든 안하든 그건 하등에 관계가 없는 일이다. 지금 당장 우리나라의 정당대표가 경제 민생이라는 말을 무슨 쥬시후레쉬 껌 씹듯 너무나도 쉽게 쉽게 얘기하고 다니는 게 졸라 쪽팔려서, 남의 나라 누가 볼까, 들을까 졸라 낯뜨거워서 드리는 말씀이다.

ⓒ해질녁바람


2005-09-23 04: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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