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를 보면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을 보여주면서 항상 재래시장에 가서 인터뷰를 한다. 재래시장은 아주 죽겠단다. 그런데 뉴스나 신문을 보면서 이상한 점을 느낀 적이 없는가? ‘어라, 경기가 나빠서 재래시장은 죽는데 왜 마트는 경기가 나쁨에도 불구하고 영업시간이 부족해서 돈을 못 벌지?’ 지금 경기가 나쁜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우리는 대통령이 경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하면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욕을 한다. 경제 각료들도 욕을 먹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전문가다. 솔직히 경제 쪽에는 우리보다 아는 것도 많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다. 왜 그런 사람들이 경기가 심각하지 않다고 할까? 그저 정신이 나간 걸까?
다시 재래시장 얘기로 돌아 가보자. 경제 뉴스를 전할 때, 왜 재래시장을 갈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생필품이 거래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생필품의 거래는 국가의 경기를 알 수 있는 척도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지금의 재래시장이 현재의 경기를 반영할 수 있는 곳일까? 답은 ‘아니올시다.’이다.
뉴스를 보면, 대형 유통업체, 편의점,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등.. 현대판 시장은 매년 두 자리, 혹은 세 자리라는 경이로운 성장을 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영업시간이 부족해 돈을 못 번다고, 새벽까지 연장 영업을 하는 실정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거의 비슷한 물품을 파는 두 곳이 경기가 나쁘다는데 오히려 한쪽은 계속해서 성장을 하고 있다. 한번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요새는 동네 가까운 곳에는 항상 마트나 슈퍼마켓이 존재한다. 아무리 멀어도 재래시장보다는 가까운 경우가 더 많다. 요새 동네 아줌마들은 어디를 갈까? 여러 사람에게 물어봐도 재래시장 간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 왜 마트에 가는지 물어보니.. 재래시장은 냄새내고, 여름에는 덥고, 물건을 들고 다니기도 힘들다고 한다. 또, 물건도 많고, 싸고, 중국산 때문에 걱정할 일이 재래시장보다는 적다고 한다.
아하!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경기가 심각하게 나빠서 재래시장에 가는 것이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라는 편리한 시설이 생겼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쁜 탓에 손님이 줄은 것도 있지만, 더 큰 요인은 바로 민심(?)이 떠났다는 것이다. 누가 더 좋은 곳을 두고 재래시장을 가겠는가.
그럼 이젠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알아보자. 과연 재래시장의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을까? 통계청의 도소매업동태조사의 경상지수를 바탕으로 한 통계이다. 경상지수는 아래의 식을 따른다.
경상지수 = 비교시 업종별 판매액 / 기준년도 업종별 월평균 판매액 X 100
경상지수
2000.08 93.7
2001.08 94.4
2002.08 96.9
2003.08 91.3
2004.08 90.0
2005.08 90.0
이 표는 2000년의 평균을 100으로 봤을 때의 지수이다. 기타 소매점의 지수이기 때문에 재래시장과 상가의 지수가 같이 들어가 있다.(현재 재래시장만의 통계는 없다) 위 표를 보면 판매액이 10%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6년간의 10% 감소가 급격한 감소일까? 그럼 이제 대형 유통 업체의 통계를 보자.
백화점 슈퍼마켓 대형할인점 편의점 무점포 판매
2000.08 105.8 103.9 101.6 108.7 101.1
2001.08 78.4 108.2 130.9 176.4 138.3
2002.08 86.3 113.9 171.7 238.7 183.5
2003.08 88.4 116.3 194.6 289.2 172.2
2004.08 82.6 115.1 209.5 320.9 180.4
2005.08 87.3 121.6 221 359.2 202.8
이 표를 보면, 백화점은 매출이 13% 감소했지만, 슈퍼마켓은 21%, 대형할인점은 121%, 편의점은 259%, 무점포 판매(인터넷, 홈쇼핑, 방문판매 등등) 102%가 성장 한 것을 볼 수 있다. 할인점은 2배가 넘게 성장했고, 편의점은 3배가 넘게, 무점포 판매도 2배가 넘게 성장했다. 경기가 심각한데 이렇게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한 것인가? 이 자료는 각각의 종목이 얼마나 성장 했는지 만 알 수 있기 때문에 가중치를 이용하여 전체 성장을 알아보자.
총계를 1000으로 봤을 때, 기타 소매점의 가중치는 568.5, 백화점 134.2, 슈퍼마켓 85.3, 대형할인점 114.2, 편의점 14.8, 기타대형점 6.4, 무점포 판매 76.6이다. 필자가 수학의 천재는 아니지만, 568.5에서 10% 감소한 것은 전체 1000에서 5.685%가 감소한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이렇게 따지면, 백화점 -1.704%, 슈퍼마켓 1.842%, 대형할인점 13.818%, 편의점 3.836%, 기타대형점 -0.097%, 무점포 판매 7.874%로 19.884%가 증가 한 것으로 계산이 된다. 경기가 아주 심각한 데 오히려 생필품 판매는 증가 한 것으로 나타난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 5년간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 한 걸까? 그런 뉴스 본적이 없다. 오히려 준다고 난리다. 경기가 호황인가? 뉴스나 신문에서는 죽겠다고 난리다. 그럼 도대체 저 계산 결과는 뭔가? 필자의 계산 실수? 계산기가 틀리길 바란다면 가능성이 있으나..
그럼 결론을 뭘까? 재래시장에서의 소비는 줄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늘어난 모습이다. 그렇다는 것은 더 이상 재래시장이 경기의 척도가 되지 못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재래시장은 죽어가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현상이다. 재래시장이냐, 마트냐는 소비자가 선택한 결과이다.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도태되고,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 아닌가?
재래시장은 더 이상 경기의 척도가 될 수 없다. 경기가 어려운 것은 맞지만, 대통령이나 경제 각료의 말처럼 경기가 소비가 급감할 만큼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시대가 바뀌고 소비의 행태도 변화했다. 이젠 집에서 클릭 몇 번이면, 파, 마늘 까지 배달되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언제까지 재래시장을 경기의 척도로 삼고 있을 것인가. 이젠 재래시장보다 대형 유통업체,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을 경기의 척도로 삼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