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빈은 검찰 내 보수강경파를 의식했다. 그래서 사퇴한 것이다. 자신 스스로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권 지휘가 합법적이라고 밝혔듯이,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검찰 내부의 반발을 무마할 자신이 없었다. 소신 없는 총장이라는 내부 비판을 두려워한 것이다. 지휘력에 손상이 갈 것이라고 본 것이다.
법률이 정해놓은 2년이라는 임기를 안 채우고, 이런 이유로 퇴진하는 것은 쫌생이다. 이걸 대통령에 대한 항명으로 받아들이는 것 역시 오바다. 김종빈은 검찰 내 강경파를 향해 “내가 퇴진할 테니까, 그래서 검찰 명예 지킬 테니까 더 이상 떠들지 말자.”..이런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나름대로 멋있게 행동할려고 한 것인데, 크게 보면 스타일 더 구긴 거다. 왜 그런가? 그 이유가 밑에 나온다.
2. 쟁점 1 - 불구속 수사의 원칙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쟁점은 수사기관의 구속남발에 대한 인식 교정에 있다. 천장관이 밝혔듯이 이번 사안 역시 강정구 교수를 옹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구속’을 ‘범죄처단’으로 인식하는 수사기관 및 국민들의 인식을 수정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들 역시 마음에 안 드는 범죄가 있으면 ‘구속하라’며 난리치지 않았던가? 이런 여론재판을 끝내자는 것이다. 그래서 천장관은 ‘인권’을 기준으로 수사권을 지휘한 것이고, 김종빈은 번지수 잘못 짚은 것이다. 검찰 내부 강경파의 반발을 진압할 카드가 바로 ‘불구속 수사 원칙’이었는데 말이다.
3. 쟁점 2 -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앞서 봤듯이 불구속 수사원칙이 쟁점인데, 검찰 내 강경파들은 엉뚱한 초점을 잡았다. 장관의 불구속 지휘가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논리가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전례가 없었던 게 아니고, 워낙 역대 검찰이 정권의 개노릇과 시녀노릇을 충실히 하다보니까 문제된 적이 없었던 것이 진실이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수석이 밝혔듯이 검찰의 수사권 독립이 ‘검찰 꼴리는 대로’의 의미가 아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다. 민주적 권력의 통제를 받아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검찰은 스스로 강정구 교수 문제를 ‘정치적 사건’으로 판단했다. 이게 왜 ‘정치적 사건’에 해당하는지 스스로 소명해야 하는 짐도 떠안았다. 이걸 소명하지 못하면 검찰이 ‘정치적 판단’으로 ‘구속 결정’을 내렸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어찌됐든 이번 사태로 인해 검찰은 스스로 광범위한 감시와 견제의 대상을 자초했다. 박수 보낸다.
4. 쟁점 3 - 이번 사태의 배후조정
한나라당? 아니다. 언론이다. 김종빈도 그렇고, 검찰 내 강경파도 조중동의 배후조종을 받고 있다. 그들은 조중동을 통해 자신들에게 여론이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최초 사건이 발생한 이후 조중동은 검찰과 법무부 간의 이간질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검찰 내 강경파의 목소리만 전달했다. 합리적 온건파는 원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판단 착오를 했다.
한나라당이 두 번의 대선에 실패한 이유가 조중동의 코치를 받았기 때문인데, 검찰 역시 역사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조중동의 코치를 받음으로 인해 스스로 몰락의 길을 자초했다. 이제 무소불위의 권력은 안녕이다.
5. 검사들의 집단 반발 가능성
별로 없다. 어떤 철없는 검사 놈의 새끼가 장관한테 물러나라는 이메일을 썼다고 하던데, 치기어린 소영웅주의의 발로에 불과하다. 거기에 집단으로 동조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반발하면 우짤낀데?
그리고 애시당초 장관의 불구속 지휘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쿨하게 받아들이자는 쪽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쪽으로 갈렸었다. 그리고 한겨레신문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김종빈이 천장관에게 수사권 지휘를 요청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구속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현재 상황을 분석할 때 검사들이 집단 반발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 검찰 내 합리적 온건파가 동의해 줄 가능성도 없지만, 세력 분포상 의견이 하나로 모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강경파들이 목소리를 내준다면 고마울 뿐이다. 꼴통들을 구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인적 쇄신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어느 집단이든 깃발 들고 설치는 인간들의 목소리에 대다수 합리적 목소리가 덮힐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소신을 가지고 내부의 강경파를 향해 비판을 날릴 수 있는 검사가 등장할 때도 됐는데...언론은 온통 싸움 붙이려고 혈안이니...ㅋㅋㅋ 언론이야 뭐 무책임한 집단의 표상이니까...하여간 지켜볼 일이다.
아 그리고 동반사퇴? 이거 할 놈 없다. 이참에 검사 때려치고 정치판으로 가는 놈을 있을 수 있겠다. 과거에 은진수도 그랬었다. 검찰 때려치기 직전에 검찰 고위간부들을 향해 직설적인 비판을 퍼붓고, 그래서 언론은 소신있는 검사 어쩌구 저쩌구 띄워주고, 그러다가 옷벗고 나가서 한나라당 지구당 위원장 되더라...이런 인간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집단사퇴’..웃긴다...소설도 좀 리얼리티를 살리면서 써야 한다.

▲ 퇴임식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하는 김종빈 검찰총장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6. 책임에서 벗어난 경찰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생겼다. 이번 사태에 있어서 함께 비판받아야 할 집단이 경찰이다. 강정구 교수에 대해 구속의견을 낸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이 옛날과 한 치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최초에 구속을 신청한 경찰은 민간연구소에 이적성 검토를 의뢰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관의 원장이 송두율 교수 사건 당시에도 검찰쪽 증인으로 나왔던 인물이라고 한다. 당시 그 인간은 재판정에서 “송씨는 사이비종교를 연구하기 위해 내부자적 시각으로 바라보다가 사이비종교 자체를 신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런 인간이 제출한 소견서를 한 장 달랑 첨부해서 ‘구속 의견’을 검찰에 개진했다고 한다. 경찰총장은 국정감사에서 당당하게 구속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불구속 수사 원칙’은 검찰 뿐만 아니라 경찰에도 적용되는 원칙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그런데 경찰이 이번 사태에서 벗어나 있는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수사권 종속’ 때문이다.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아야 하는 현상황이 경찰을 책임에서 비켜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7. 경찰 수사권 독립 이후를 고민해야
나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만약 경찰이 수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했을 경우 누가 통제할 것인가?를 생각해봤다.
이번에 알 수 있었듯이 검찰의 경우 법무장관이 검찰 수사권을 통제했다. 그렇다면 강정구 교수 건을 경찰이 대입해보면 걱정이 생긴다. 경찰 독자적으로 강정구 교수를 구속했을 때 누가 통제하는가의 문제 말이다. 같은 원칙을 적용하면 행정자치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경찰의 인신구속 전횡을 막아야 할 터이다.
앞으로 이 문제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논의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수사권 독립을 추진하는 경찰 입장에서는 호재가 아니라 악재를 만났다. 경찰 역시 검찰과 함께 인신을 구속하는 권력기관이기 때문이다.
8. 폴네띠앙 유감
이번 사태에서 폴네띠앙은 과연 무엇을 했던가?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하지는 않았는가? 이곳 서프에서 함께 민주를 외치고, 개혁을 외쳤다면, 적어도 경찰의 말도 안 되는 구속영장 신청에 반대의 목소리쯤은 나와줬어야 했다.
이번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은 경찰 독자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지 검찰에 수사권이 종속됐기 때문에 구속을 신청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수사권 독립을 염원하는 폴네띠앙 입장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가정을 해보자. 경찰이 강정구 교수에 대해 구속을 신청한 상황에서 만약 검찰이 독자적으로 불구속 수사 지휘를 했다면? 아마도 검찰은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고, 경찰은 인권의식이 박약하다는 비판을 몽땅 뒤집어썼을 것이다. 수사권 독립이 물 건너가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검찰이 경찰의 논거를 반박할 때 써먹던 논리를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런 상황을 우려하고 걱정하는 폴네띠앙을 전혀 보지 못했다. 당신들도 결국 경찰의 조직 논리에 갇혀 내부 비판을 못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또 반대로...폴네띠앙이 경찰총장의 의견에, 그리고 보안과의 구속의견에 소신있는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면 수사권 독립 운동에 힘이 실렸을 것이라고 본다.
사개연은 경찰의 2중대가 되었음을 자인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강정구 교수 건과 관련해 사개연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목소리가 나온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경찰을 감싸는 데 앞장섰다. 자기반성과 비판이 있어야 할 것이다.
9.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과 관련하여
언론에서는 흥미성 기사로 2003년 검사들과의 대화, 그리고 김각영 당시 검찰총장 퇴진, 그리고 강금실 장관의 인사개혁을 들추고 있는 모양인데....
(1) 검사들과의 대화
그 때 그 검사들이 지금의 조치에 반발할 수 있을까? 못한다. 왜? 전 국민들이 보는 앞에서 호기롭게 검찰 독립을 외치면서 대통령한테 까불었던 놈들이다. 더 이상 정치적 외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장관의 합법적인 통제를 놓고 반발? 못한다.
그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이제는 이 눈치, 저 눈치 봐야 할 일이 없다는 사실을...
(2) 김각영 퇴진 및 인사개혁
여기는 약간의 배경 이해가 필요하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그랬다. “현재의 검찰 간부들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사실 당시 검찰 간부들은 국민의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믿지 못한다고 그랬을까?
바로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노대통령은 판단한 것이다. 실제 그랬다. 검찰을 ‘정권의 주구’라고 공공연히 지목했었다. 박정희 이래로 길들여진 ‘주구’ 검찰은 국민의 정부에서도 충실히 정권의 개노릇을 했었다.
노대통령은 그런 주구노릇을 했던 정치검사들을 몰아낸 것이다. 그게 김각영 퇴진과 고위 간부들의 일거 퇴진이었다. 돌아가는 사정이 잘 파악안되는 젊은 검사들이 많은 모양인데, 그런 정치검사들 퇴출시키는 걸 가지고 따지는 놈은 자가당착에 빠진다.
왜인가? 지금은 출세했다고 하는 안대희? 국민의 정부에서 물먹고 승진에서 누락되고 한직으로 전전했었다. 대검 강력부장 조승식? 이 인간도 서울고검에서 신세한탄이나 하고 있었다. 대검 감찰부장 유성수? 마찬가지다. 서울고검에서 푹 썩고 있었다. 이런 예는 수두룩하다.
위에 언급한 사람들이 바로 과거의 관례나 정상적인 승진 인사로는 오를 수 없는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노대통령의 정치검사 퇴출 때문이다. 물론 퇴출된 당사자들은 이런 현실을 부정하고 싶겠지만 말이다.
이런 맥락도 모르고 함부로 짓까부는 젊은 검사들이 있다면 한방에 간다. 논리적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런 맥락을 생략한 채 흥미성 기사를 써재끼는 언론은 반드시 책임을 지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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