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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가 나타났다!!”라는 말에 돌아버린 대한민국

 
요새 나라가 보통 시끄러운 것이 아니다. “빨갱이가 나타났다!!”라는 한 마디에 나라가 완전히 돌아버렸다. 다른 나라 같으면 “별 신기한 놈이 나타났구먼”하고 넘어갈 일을 가지고 정치권에서는 나라의 정체성 운운하면서 별의별 싸움을 다하고 있다.

일단 이 글을 읽기 전에 요번에 문제가 된 강정구 교수의 칼럼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언론에서 끄적거리는 이야기 말고, 자신이 직접 보고, 비판해 보기를 바란다. (‘데일리서프라이즈’에 원문 수록)

이번에 문제가 된 강정구 교수의 글, 난 대부분의 내용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설사 그의 말이 맞는다 하여도 감정적으로 동의 할 수가 없다. 그의 칼럼내용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한번 생각해 보았다.

먼저, 강교수의 글에서 인정 해줄 부분은 있다. 미군이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얘기, 이건 이미 많이 밝혀진 내용이고, 물증도 있기 때문에 인정한다. 미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전쟁이 1달 안에 끝났을 거란 얘기도 어느 정도 인정한다. 개인적으로 미군이 개입이 없었다면 2달 안에는 우리 대한민국이 없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군의 개입이 있었음에도 1달도 안돼서 낙동강까지 밀렸다. 미군의 자만심이 한 이유였고 자료가 있기 때문에 인정한다.

하지만 인정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이 글을 모두 읽어보면 미국의 잘못이 크게 부각되어 있다. 당시에 직접적인 개입은 없어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던 소련에 대한 얘기가 빠진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 글의 주제가 미국을 비판하기였다는 것을 감안해서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준다고 치자, 또 그의 말처럼 소련의 역할에 대해 많이 알려졌다는 것도 일리가 있기 때문에 그것도 이해해 준다고 치자.

그렇지만,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라는 말에는 절대 동의 할 수가 없다. 맥아더 동상은 한국전쟁의 상징이다. 단순히 맥아더가 잘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천상륙작전을 통해서 우리 대한민국을 수호해 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필자는 솔직히 말해서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 이 글이 왜 지금 나라를 흔들 만큼 문제를 일으키는지 몰랐다. 그저 ‘반미성향을 가진 교수가 요상한 글 하나 지어냈구나..’라고 생각을 했을 뿐이다. 그리고 기사를 보았다. 그때야 왜 이 글이 나라를 흔드는지 알았다. 언론과 정치권의 글 해석능력은 가히 놀랍다. 그 놀라운 해석능력을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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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은 통일전쟁이면서 동시에 내전이었다(물론 외세가 기원한 내전). 곧 당시 외국군이 한반도에 없었기에 집안싸움이었다. 곧 후삼국시대 견훤과 궁예, 왕건 등이 모두 삼한통일의 대의를 위해 서로 전쟁을 했듯이 북한의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었다.
우리 역사 책 어느 곳에서도 왕건이나 견훤을 침략자로 매도하지 않고 오히려 왕건을 통일대업을 이룬 위대한 왕으로 추앙한다. 그런데 이 같은 성격의 집안싸움인 통일내전에 외세인 미국이 사흘 만에 개입해 전쟁주체가 된 셈이다. 만약 집안싸움인 이 통일내전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전쟁은 한 달 이내 끝났을 테고, 물론 우리가 실재 겪었던 그런 살상과 파괴라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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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강교수 칼럼의 원문 중 일부이다. 이것을 일부 언론과 정치권이 어떻게 해석을 하였느냐 하면, “왕권이나 견훤을 침략자로 매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김일성은 왕건이다.” 대충 요약하자면 이렇다. 욕 한번 해주고 싶다. 수능에서 만약 이 지문이 나와서 올바로 해석한 것은? 이라는 질문에 저 답을 선택하면 바로 틀린다. 여기에는 왕권, 견훤 같은 인물이 ‘잘했다, 못했다’라는 가치판단 같은 것은 없을뿐더러, 왕권 = 김일성이라는 말조차 없다. 만약 그런 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하면, 남한도 왕권이 될 수 있다.

자, 내용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 해보고, 과연 이 글을 북한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사람들은 ‘빨갱이가 글을 지었으니 쌍수를 들고 환영하겠지..’라고 생각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북한은 그럴 수가 없다.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 같기도 하지만, 좋다고 난리 칠 수 만은 없는 글이다. 아니 왜? 수구들이 말하는 골수 빨갱이 간첩이 글을 썼는데? 답은 간단하다. 강교수도 북이 시도한 통일전쟁이라고 하고 있다. 이 말은 전쟁은 북한이 먼저 시작했다는 뜻이다. 지금 북한은 남한이 먼저 시작했다고 시치미를 때고 있다. 그런 마당에 이 글이 맞다고 하면 자기들은 모순에 빠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이 사건이 이슈화된 계기를 알아보자. 그 계기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다. 지휘권 발동의 명분은 인권보호였다. 필자는 이번 지휘권 발동은 잘 한 일이라고 본다. 일부에서는 ‘나쁜 놈 인권은 무엇 하러 보호하느냐’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나쁜 놈도 인간이다. 그 악질 흉악범 유영철도 인간이기에 그의 인권을 보호해 처음에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일부에서는 ‘공안사범은 구속이 관행이다.’라고 말을 한다. 관행이면 무조건 따라야 하나? 잘못된 관행은 끊고 가야된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불구속 수사를 하라고 검찰총장을 지휘한 것이다.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사법처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구속, 불구속이냐를 지휘한 것뿐이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과 같은 자칭보수들은 어떤 말을 하느냐, 나라의 정체성이 흔들린다고 한다. 구속하면 나라의 정체성이 바로서고 불구속을 하면 나라의 정체성이 흔들린다? 정말 한나라당다운 발상이다.

사실 이런 사건에 정말 보수라면 사법처리를 반대해야한다. 일반적으로 보수라 하면, 자유주의 사상에 기초하여 개인의 사상, 신체의 자유 등을 강조하는 것을 말한다. 또 진보라 하면, 사회정의, 평등, 환경 등을 강조하는 것을 말한다. 한나라당은 자칭 보수다. 그런 정당이 사법처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니 이런 코메디가 또 어디 있겠나.

그럼 한번 우리나라를 돌아보자. 우리나라는 처음에 말했듯이 “빨갱이가 나타났다!!”라는 말 한마디에 나라가 완전히 돌아버렸다. 우리나라처럼 반공교육이 잘 되어 있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자 나라는 한 번 더 돌아버렸다. 교수 한명이 쓴 칼럼 때문에 온 나라가 과민반응이다 싶을 정도로 미쳐버렸다. 그리고는 그를 잡아서 사회와 격리시켜야 한다고 한다. 나참, 어떻게 이런 북한스러운 발상이 아직도 나오는지 모르겠다. 나와 다르면 무조건 나쁜 놈이다. 북한에 대해 조금이라도 긍정적이면 바로 빨갱이 골수 간첩이 된다.

강교수를 사법처리 해야 할까? 필자는 강교수에 대한 구속뿐만 아니라 사법처리도 반대한다. 그의 주장에 동의해서가 아니다. 동의하지 않아서 이다. 아무리 또라이 같은 주장을 하여도 사람의 생각이고 사상이다. 현대 사회는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아닌가? 누군가의 주장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면 그에 대해 반대 주장을 하면 되는 것이지, 사법처리를 해서는 안 된다.

사람의 생각을 사법으로 제단 할 수 있다는 구시대적인 사고는 이제 버려야한다. 30년? 40년? 전에는 잘 먹혔을지 몰라도 이제는 아니다. 그리고 아직도 이러한 사안에 관심을 얻어 보려고 하는 정치권도 반성해야 한다. 지금은 21세기 이지 7,80년대가 아니다. 경제력만 12위면 뭐하나, 사람의 의식은 그것을 따라오지 못하는데. 반대 주장에도 너그러운 대한민국이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냉정&열정
2005-10-18 10:35:07
1987 번 읽음
  총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땅 '05.10.18 2:20 PM 신고
    내가 궁금한 건 '왜 이 이야기가 이렇게 불거지는 가' 이다
    그냥 대한민국 어딘가 '헛소리'하는 인간도 있구나, 라고
    지나칠 수도 있는 것을,
    왜 언론들이 앞을 다투어 대서특필하고
    모르던 촌부들 까지도 빨갱이냐 아니냐를 논하게 만드냐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논란을 누가 부축이는 것인가?

    정부인가? 야당인가?

    그 결과로 과연 누가 이득을 보게되는 것인가?

    정부일까? 야당일까?

    사실은 서로 이득을 보는 윈윈전략아닐까?

    각자진영의 결속을 다져주니까.....

    그게 아니고, 상대방진영의 몰락을 원하는 것이라면...

    서로가 자기들이 이익이라고 믿고 있는 가운데...

    어느 한 쪽은 상대방에 이용당하고 있는 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필요이상으로 붉어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

    어느 소시민의 감상평이다..... ↓댓글에댓글
    • ㄴ 1. 냉정&열정 '05.10.19 2:35 AM 신고
      그러게 말입니다.
      글 나온지가 3달이나 가까이 됬는데 이제서야 이렇게 붉어지다니;;
      우리나라 사람들도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 ㄴ 2. 냉정&열정 '05.10.24 9:47 AM 신고
      오늘 기사를 보니;;
      오늘 기사를 보니 왠지 한나라당이 이번 정체성 공방에서 가장 큰 이익을 얻은 듯 보입니다;;
  2. 2. 비오네 '05.10.18 11:22 PM 신고
    유신공주 = 수첩공주
    유신공주 = 수첩공주의 한계 입니다 .

    꼭 한나라당 대표가 나서셔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한나라당에는 김용갑, 정형근, 이규택 등등 할 사람들이 많은데.

    다른 대권후보들은 이명박, 손학규들은 이런 색깔론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접근 하던데 박대표의 경솔한 행동 아쉽네요.

    선거철이니깐 뭐 ~! 조선일보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에댓글
    • ㄴ 1. 냉정&열정 '05.10.19 2:36 AM 신고
      하핫;;
      이번에 한나라당 말그대로 오바입니다.
      이나라가 또다시 이념때매 미쳐버렸습니다.
  3. 3. 코끼리손 '05.10.21 10:30 AM 신고
    가장 객관적인 평론입니다.
    지금까지 본것들은 거의가 언론3사의 과대포장이었는데
    오랜만에 제대로 된 글을 봐서 반갑습니다.
    물론 보수진영의 목소리도 중요합니다.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을 반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대의 대세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기존의 기성세대를 배려하는 국정운영이
    다음 대권의 향방을 가를 것입니다. ↓댓글에댓글
    • ㄴ 1. 냉정&열정 '05.10.21 11:36 AM 신고
      감사합니다.
      코끼리손님의 말씀을 들으니 기쁩니다^^
      저역시 보수진영의 목소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정도가 지나친듯 보입니다. 경제에서는 자유를 외치지만, 사상에서는 통제를 외치는 한나라당의 태도가 좀 모순인듯 싶기도 하고요..
    • ㄴ 2. bluespy '05.10.24 9:18 AM 신고
      가장 객관적인 평론입니다.2
      저도 동의합니다.
      지금의 보수는 개념조차 이상해져 버린 매카시스트들의 광란 같습니다.
    • ㄴ 3. 냉정&열정 '05.10.24 9:45 AM 신고
      감사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진보/보수의 개념이 없고, 당의 정체성도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경우가 또 있을까요? 남과 다름을 인정할 수 없는 우리나라.. 아직 갈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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