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30일, 정부에서는 전파법을 개정한다고 발표하였다. 시행은 2005년 7월 1일이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개정 전 : 전력선통신설비를 운용하고자 하는 자는 정통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함
-개정 후 : 주파수가 9KHz 이상인 전류가 흐르는 통신설비중 전계강도 등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설비. 간섭에 관한 부분은 고시할 수 있음(발췌, 축약)
간단히 말하면, 허가를 받아야 통신사업이 가능했었지만 개정후 전자파 적합등록 등 인증만을 받아 사용 가능한 길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현재 11월이 넘어갔지만 어디에서도 전력선통신을 상용화한다고 발표한 곳은 없다.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인증기관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규제는 풀렸다고는 하나 아직은 빛좋은 개살구요 그림의 떡인 것이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을 시작으로 많은 업체가 PLC 모뎀을 개발하고 전력선 통신을 연구해왔다. 국책과제로 국내 X모 기업에서 수백억을 들여 세계 최상속도급의 모뎀칩을 개발하고, 모뎀을 만들어 통신설비를 시범운용하고 시범서비스지역을 만들어 몇몇 가구에서 전력선통신을 사용하고 있다.
KT, 한전, 데이콤 등 내노라 하는 통신기업들이 앞다투어 전력선통신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계획을 수립해나가고 있고 전력선 통신규제 완화와 관련되어 조만간 관련부분들도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몇가지 짚고 넘어가 볼게 있다.
전력선 통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꿈의 통신일까?
일단, 전력선 통신을 위해 필요한 모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X 기업에서 개발한 payload 200Mbps 급 모뎀(시범서비스는 45M 급이다)은 아직 모뎀개발에 성공하지 못했다. 칩에 대한 성능 및 추가기능(영상전송 등)에 대해서도 각종 테스트와 개발이 남아 있는 상태이고,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 5년 국책과제가 올해초 마무리되면서 국비를 사용한 모뎀개발비(수백억 이상)중 일부가 상환되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국내 일개 중소기업이 수백억에 달하는 개발비의 일부를 수입없이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과연 X 기업은 난관을 잘 헤쳐나가 국내 PLC 부분에 획을 그을 수 있을것인가?
개발비에 대한 부담은 물론, 통신서비스를 하기 위한 기간망 구축에도 많은 부담이 추가된다.
통신을 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통신회선과 모뎀이라고 할 것이다. 통신회선을 전력선으로 사용하는 이상 추가적인 회선의 사용은 없을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전력선의 상태 즉 옥내 배선이 문제가 된다. 가내 서킷브레이커(두꺼비집)에서 선이 하나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여러개의 선이 나오는데, 하나는 거실로 하나는 방으로, 이런식으로 분기되는 것이다. 거실과 방은 또다른 서킷브레이커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방과 거실 사이에는 분기점이 생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수많은 분기점들의 노이즈와 신호감쇄를 해소하기 위하여 전력선통신을 위한 또다른 전력선을 설치하거나 두꺼비집 및 서킷브레이커를 일괄 교체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물론 다중분기로 어지럽게 배선되어 있는 노후된(10년정도? 그다지 오랜세월은 아니다) 옥내배선도 모두 정리해야 할 것이다. 집안에 이러한 공사를 하기 위해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과연 통신사업자가 대어야 할 것인가? 개인이 지불해야 할 것인가?
또다른 비용은 댁내로 통신신호가 흘러들어오기 위해서는 전력선에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노이즈와 신호감쇄, 신호왜곡 등을 주기적으로 정리해주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현재 개발되어 있는 그 '무언가'는 150m (이론상 300m 정도)의 단위로 전봇대에 설치되어야 하며 10,000m 이내에 일직선으로 67개가 설치되어야 한다. 10km x 10km 의 지역에 통신을 하기 위해서는 67의 제곱 개(약 4,500개)의 '무언가' 가 설치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다. 전력선 통신을 위한 각종 장비들.. 장농만한 장비와 교환기, 스위치들.. 거기에 전력선을 이용하기 때문에 한전과의 시설/장비/선로(전기선) 임대에 대한 비용협의도 있어야 하고 통신사업자 자체내 수입구조도 확립되어야 한다.
일반 인터넷이 들어오지 않는 전력선만 이용할 수 있는 오지지역을 보자.
그곳까지 지속적인 '무언가'를 설치하여야 하고 열악한 전력선도 교체 또는 수리를 해야하며 각종 장비도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 일단은 돈이다.
PLC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위의 작업들을 기초로 금액을 대강 짐작해보자면.. 수백억, 수천억의 수준이 아니다. 국가 예산에 커다란 자리를 차지할 만큼 큰 금액인 것이다.
이미 칩 개발과 각종 전력선 관련 시범사업, 시간비용 등을 통한 수많은 지출이 이루어졌다. 추가로 수천억이 넘는 사업지출이 기다리고 있다.
또하나 중요한 사실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국가이다. 거의 대부분의 가정에 인터넷 회선이 자리잡고 있으며 100M 급을 상회하는 초고속 라인도 이미 가동중에 있다. 더이상 인터넷 사업 자체가 들어설 수 없다는 뜻이다.
초기 인터넷을 기억하는가? 수없이 끊기고, 매우 느린 속도로 수많은 민원을 할수밖에 없었던 인터넷 회선들의 아픔. 물론 전력선 통신도 그러한 과정을 겪어야만 한다.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고 현재 큰 불만없이 진행되는 인터넷 사용을 바꾸려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있을까?
우리나라 1500만 가구의 인터넷 접속회선이 있다고 한다면, 그중 100만 가구라도 전력선 통신을 사용할지 의문이다. 이미 전력선과 같이 아파트에는 내선으로 인터넷 인프라가 구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와 같은 고품질의 인터넷 사양은 전력선이 갖추어야 할 또하나의 숙제이기 때문이다.
1회선당 5만원이라고 한다면, 100만 가구에서 한달에 500억씩 나올것이다. 하지만 감가상각을 고려하고 순수익만 따진다면 얼마 되지 않을것이다. 넉넉히 잡고 100억이 순수익으로 남았다고 가정하면, 1조원이 투자되었다고 한다면 손익분기점은 앞으로 100개월 뒤가 될것이라는 단순한 산수가 나온다. 8년이 넘는다. 100개월동안 손해를 보아가며 사업을 할 사업자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 투자비용이 2조라면 두배의 시간이다. 16년간 손해를 보며 사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 사용하는 3~4만원의 비용은 정말 저렴하게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볼수있다. 전력선 통신이 이 가격대를 형성하려면 글쎄.. 연구개발과 시간의 소비가 더 있어야 할까? 더이상의 소비는 힘들다고 본다.
그럼, 비싼 돈을 들여 개발한 고속PLC 모뎀 칩의 활용은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언급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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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저는 PLC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으며 PLC 관련 국책과제에 참여하였고, 또 참여하고 있습니다. 관련 연구기관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위의 숫자들은 비교를 위한 상대적인 수치이며 금액도 정확한 근거를 두지 않은 대략 계산된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