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문제
정부에서 유엔총회에 상정될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을 할 거랍니다. 북핵문제 등 중대 현안이 걸린 마당에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겠지요. 하지만 어차피 북한도 앞으로 국제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면, 이제 북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때도 된 것 같습니다.
인권이 체제를 뛰어넘는 인류보편의 가치의 문제라면, 여기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지요. 하지만 진보와 보수가 북한인권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려면 먼저 두 가지 문제가 풀려야 합니다.
첫째, 북한은 외부의 인권공세를 여전히 체제전복의 음모로 바라봅니다. 남한의 보수주의자들이 UN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고 아무리 권해도 국보법이 없으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따라서 남한부터 UN의 권고대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북한을 향해 UN의 권고대로 인권결의를 받아들이라 촉구하는 겁니다. 자기도 안 듣는 UN의 권고를 남에게만 들으라고 할 수는 없지요.
둘째, 북한이 인권문제에 소극적인 것은 체제의 붕괴의 우려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인권개선의 권고가 절대로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반공캠페인이 아님을 설득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뉴라이트를 비롯해 북한인권을 말하는 우익인사들은 공공연히 ‘김정일 체제의 붕괴’를 말합니다. 우리 요구가 ‘체제’가 아니라 ‘인권’에 관한 것임을 분명히 해두려면, 이들부터 ‘북한체제의 붕괴’라는 정치적 목적의 포기를 공식적으로 천명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에 관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한결 쉬워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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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의 추억
“도청의 원조와 본류는 대로를 활보하고, 국가안전기획부를 개혁하고 도청을 근절한 사람은 구속되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의 말입니다. 물론 억울하겠지요. 하지만 그 모두가 ‘공소시효’ 때문이니, 탓해야 소용이 없지요. 게다가 개혁의 주체는 원래 개혁의 대상보다 더 큰 도덕적 부담을 져야 하는 겁니다.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과 관련하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군요.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안을 그렇게만 바라보면, 국가기관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라는, 사건의 본질이 사라지게 됩니다.
1800명의 시민이 국가기관으로부터 부당하게 도청을 당한 국가범죄입니다.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이익에 부합합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고민스러운 모양입니다. 고민할 거 없지요. 이런 문제로 떨어져 나갈 민심이라면, 그런 민심에는 영합하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이번 사건에 걸린 시민의 이익은, 특정 지역의 민심을 사는 것에 걸린 당략보다 중요하니까요.
민주당에서는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하는 모양인데, 검찰총장 사퇴 파문으로 볼 수 있듯이, 검찰은 더 이상 정권의 뜻에 따라 움직이지 않습니다. 별로 개연성 없는 음모론으로 이 사건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피해가려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공소시효' 덕분에 살아난 분들이 있군요. 모처럼 호재를 만난 한나라당. 시효가 지나서 그렇지, 실은 자신들이 도청의 본류이자 원조라는 점 망각하지 않고, 함께 반성했으면 좋겠네요. 시효가 지나도 '도청의 추억'은 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