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펙을 앞두고 조선과 동아가 이걸 어떻게 보도할지 궁금해졌다. 괜히 이것 저것 보도했다간 혹시라도 노대통령의 이미지만 좋아질테니 무시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겠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조국인 미국의 “대통령 각하”께서 친히 방문하시는 행사니 마냥 그럴수도 없을터다. 에이펙 끝날 때까지 조선, 동아의 데스크는 정말 머리 아플거다. 데스크에 모여 잔머리 굴리는 모습이 훤하다..
사진부터 다른 신문사들과 차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역시나. 조선은 오늘자 1면에 부시부부가 환하게 웃으며 불국사로 입장하는 사진을 올렸다. 모든 신문들이 어제 한미정상회담에서 노대통령과 부시가 같이 찍은 사진이나 불국사를 방문해 같이 찍은 양국 대통령 부부의 사진을 올렸는데 역시 조선만은 달랐다..
미국 신문들조차도 이렇게 “멋지게” 찍은 사진을 올린 곳이 없을텐데, 참 그 “애국심”이 놀랍다. 전 세계 신문들 중에 미국 신문을 제외하고 부시의 사진을 이렇게 많이 싣는 신문은 조선일보가 유일하다..
하긴, 대통령 취임연설도 아닌 공화당 전당대회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 테이프를 월간조선 특별부록으로 뿌려댔던 조선일보라면 전혀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동아는 더 노골적이었다. 오늘자 동아 1면의 사진을 한번 보라. 같이 불국사를 찾은 노대통령 부부와 부시 부부를 담았는데, 나는 처음에 권양숙 여사는 다른 일정으로 같이 오지 않은 줄 알았다. 근데, 사진을 가만히 보니까 앞에 서있는 스님의 모습에 권여사의 모습이 거의 가려져 있던 것이다..
물론 의도적이다. 다른 지면의 내용을 살펴 볼 것도 없이 두 신문 1면에 실린 사진만 가지고도 한국 수구언론의 실체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아마도 전두환, 노태우 시절이었더라면 조선닷컴은 에이펙 기사로 넘쳐났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에서는 어제 오늘 그 어떤 주요한 기사도 제대로 싣고 있지 않았다. 아니, 아예 보도를 하지 않기만 하면 참 좋으련만, 노대통령이 뭔가 큰 실수를 하거나 에이펙행사에 큰 문제가 발생하기만을 바라는 간절함이 역력하다..
어제 부시가 미국기자의 질문을 받고 당황한 연합뉴스의 기사를 전하면서 바꿔놓은 제목이 “부시 불쾌감 내비쳐”였다. 기사제목만 본 조선독자라면 누구라도 ‘아, 한미 정상회담에서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구나’라고 느끼게끔 유도하는 기사였다..
이런 악의적인 제목달기와 기사작성이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국익이 걸려있는 중대한 문제들까지도 정말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장난질을 해댄다..
에이펙 취재단이 묵는 호텔이 ‘섹스여관’이라는 선정적인 기사, 부시와 푸틴이 에쿠스를 타지 않았다는 기사, 부시부부의 일거수 일투족을 취재한 기사가 그들의 유일한 관심이다..
이번 에이펙 행사를 맞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지만, 지금 대한민국 최고의 비극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라는 정치집단이 언론행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