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이 그렇게 암울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물론 기독교의 교계의 핵심인물들이 과거를 살아오신 분들이라 총회든, 노회든 현시대를 민감하게 반영하지 못함을 잘 압니다. 그건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죠. 어쩌면 저희가 나이들었을때도 우리 후배들에게 똑같은 질책을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 시스템은 무섭습니다. 학습되어지고 관습화된 관념은 정말 깨기 어렵습니다. 사도 바울도 그것을 깨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싸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완벽하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영지주의와 율법주의는 오늘날에도 버젓이 살아있으니까요. 예수님 이후의 최고의 영적권위를 지니고 있었던 그도 해내지 못한 일을 오늘날 쉽게 이룰 것이라고는 저는 애시당초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저는 저의 길을 갈 뿐입니다.
현실을 바라보면 늘 암담하고 답답한 면만 보이지만 그것을 헤처 나가는 것 또한 목회자의 몫입니다. 제 목회의 바탕은 열왕기상19장입니다. 닉네임님 또한 성경을 많이 보신 분같아서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엘리야가 죽기를 바랬던 심정을 늘 생각합니다. 해도해도 끝이없는 절망과 850대1의 절대적 불리를 딛고 기적적인 승리를 일궈냈지만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는 암담함속에 절망했던 그를 늘 기억합니다. 그래서 결국 하나님앞에 포기를 선언했을때 그를 세워 일으켰던 그 말씀을 새겨둡니다. 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현실 속에서도 7천명의 엘리야와 같은 이들을 남겨두었다는 희망을 저는 가지고 살 것입니다.
저는 닉네임님이 침묵하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정당한 비판은 약이 되어 줄 것입니다. 다만 실망하고 좌절하실 것도 없습니다. 성경안에서 복음의 비밀을 발견하셨다면,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치를 온전히 아셨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그 길을 가시면 될 일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 끊임없이 성경적인 교회를 만들기 위해 힘쓰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고 또 설령 우리가 살아생전에 그것을 이루지 못한다 할지라도 우리의 후배들에게 올바로 전달할수만 있어도 저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의 시계와 인간의 시계는 틀리니까요. 말라기 선지자 이후 700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약속도 예언도 주어지지 않았을때 얼마나 사람들이 답답해 했을까요. 그러나 그약속을 잊지 않았던 시므온과 한나는 예수그리스도를 만나는 복을 받았습니다. 낙담하지 마시고 절망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교회의 사명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사람들에게 올바로 전하고 그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위해 교육과 봉사가 존재합니다. 복음을 떠난 교육과 봉사는 저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봉사단체들은 지금도 엄청나게 많은걸요. 한국교회가 60-70년대의 한국경제의 성장과 함께 급격하게 달려오다 보니 수 많은 부작용과 뒷탈을 낳았지만 저는 앞으로는 교회가 제자리를 찾아 나갈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겨우 100년 조금 넘었을 뿐입니다. 앞으로 가야 될 일은 길고도 깁니다. 너무 빨리 좌절할 필요도 없고 현실에 안주할일은 더더욱 아니지요. 다만, 자끄 엘룰의 지적대로 세상, 특히 정치와 연합하는 회심하지 못한 교회와 교인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습니다. 그들은 [신앙]을 자신들의 이익에 이용할 뿐이지요. 그들은 그들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성전과 교회건물에 관한 지적, 목사=제사장이 아니란 말씀은 상식에 속합니다. 성경을 정말 조금만 읽어본 분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 상식이 상식으로 인정 못받는 현실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것을 위해 하나님은 자신의 사람들을 불러 세우실것입니다. 그 부름을 듣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저는 닉네임님의 마음속의 상처를 생각합니다. 목회를 준비하면서 님과 같은 안타까움과 분노의 목소리를 가지신 분들을 주변에서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권사님이신 저희 어머님도 저에게 너만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를 인도하라고 권면하십니다. 수십년을 한결같이 신앙생활을 해오신 어머님도 교회가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곳인지 몸소 많이 체험하셨지요. 저는 그런 분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한국교회를 비판만 하고 질타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과 사역을 쉬지 않을 것입니다. 뒤로 빠져 손가락질만 하는 사람은 불신자들과 별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것인줄을 안다면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 또한 우리의 몫입니다. 저는 엘리야에게 약속되었던 7천명의 신실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들과 연합하여 침체되고 왜곡되어진 한국교회가 온전한 교회로 거듭나는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차근차근 준비해서 반드시 이루어 나갈 것입니다. 진실로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닉네임님의 상한 마음을 하나님께서 치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