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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즉흥발언은 ‘꼼꼼히 준비된 메모’”

 
청와대 대통령 메모습관 공개 “2시간 행사에서 메모 10장 이상 남기기도”
입력 :2005-12-21 16:29   이기호 (actsky@dailyseop.com)기자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즉흥적이다, 생각나는 대로 한다는 세간의 오해가 존재하지만 이는 실상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대통령은 작은 메모 하나에도 정연한 논리적 구성의 틀을 세우고 그 메모를 바탕으로 발언한다. 심지어 즉흥적으로 보이는 발언조차 준비된 것이다. 생생함과 현장감을 강조하기 위한 대통령의 어법에서 비롯된 착각일 뿐이다.”

청와대가 21일 홈페이지 ‘클릭 노무현’ 코너를 통해 소개한 노 대통령의 메모습관이다. 청와대는 이날 ‘메모는 힘이 세다’는 제목으로 노 대통령의 메모습관을 비교적 상세하게 공개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부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정상회의에서 “회의 시간도 잘 지켰고 회의 운영도 성공적이었다”며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 등 각국 정상들의 호평을 받았던 노 대통령의 ‘사회 솜씨’와 미리 준비된 연설문외에 돌발적으로 나오는 발언이 모두 사실은 ‘준비된 메모의 힘’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2003년 12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 주최한 ‘리멤버1219’에 참석해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발언할 당시에도 노 대통령은 이동중 차량 안에서 메모를 작성했다. 청와대는 “역대 대통령의 친필 메모가 빈약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메모는 소중한 역사자료”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메모는 기록관리비서관실에서 모두 정리한다.

▲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지난 11월 17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청와대 
부시가 호평한 진행솜씨는 ‘메모의 힘’

10. 폭스 대통령(17~21) 조류 인플루엔자 대비 예산/ 백신 생산/ 재건축 프로그램/ 에너지 정유시설/ 가스시설
11. 후진타오(21~29) 철새-
12. 마틴 총리(30~35) 국내 정보도 중요/에너지-정치적 이용

지난달 19일. 세계적 현안으로 떠오른 조류인플루엔자와 고유가로 인한 에너지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던 부산 APEC정상회의 의장으로 사회를 본 노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의 발언 요지와 시간을 순서대로 메모하며 회의를 이끌었다. 정상들 사이에서도 노 대통령의 진행능력은 단연 화제로 떠올랐다. 청와대는 “메모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평소 노 대통령은 각종 회의를 주재할 때 회의 내용을 면밀하게 메모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마무리 발언을 한다”며 “코멘트가 필요한 참석자의 발언은 그 이름과 내용을 적고 대통령이 질문할 사항에 대해선 반드시 물음표 처리를 해 답을 구한다”며 “만찬이나 오찬 같은 식사자리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소개했다.

현장에서 의제를 적시에 잡아내 메모해뒀다 회의의 주제가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기도 한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메모 때문에 회의 진행은 적당히,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마무리 발언으로 불법도청 문제의 해법을 제시한 지난 8월 9일 국무회의와 9월 2일 정부혁신추진회의에서 남긴 메모와 회의 녹취록을 보면 이런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두 시간짜리 행사에서 10장이 넘는 메모를 남긴 적도 있다.

즉흥적으로 보이는 발언조차 준비된 것

노 대통령은 지난 11월 9일 신임사무관 대상 특강의 세세한 내용까지 정리한 5장짜리 강연 안을 마련하고도 특강에 임박해 도입부 내용에 메모를 추가했다. 청와대는 “신임 사무관 대상이라 곧장 본론으로 들어갈 경우 분위기가 딱딱해질 것을 우려한 대통령의 배려”로 소개했다. 친필 메모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여러분의 심경 - 푸른 꿈을 안고, 가슴은 사명감에 불타고, 몸을 바쳐 난관을 돌파해 나갈 굳은 각오?” “실감이 안 나요? - 나는 2년 남짓, 여러분은 수십 년.”

청와대는 “대통령과 신임사무관은 처음 만났지만 특강 내내 넘치는 웃음과 활기만큼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 같은 자리였다”며 “대통령은 특강이 끝난 뒤 받은 사무관의 질문에 대해서도 이름과 질문 내용을 꼼꼼하게 적고 일일이 답변하는 성의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또 “비단 사무관 특강만이 아니라 여러 행사장에서 대통령은 준비된 연설문이나 강연 안도 이동 중에 현장 분위기에 맞게 고치고 그 내용을 메모해 활용한다”며 “준비된 원고만 연설하고 질의응답 없이 보고와 지시만으로 회의를 진행하던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커다란 변화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징표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실에 따르면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들은 거의 친필 메모를 남기지 않는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26권 분량의 업무노트를 친필 메모로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메모가 정자체인데 비해 노 대통령은 휘갈겨 쓰는 필체를 즐겨 쓴다는 차이가 있지만 정권의 맥을 같이 하는 두 지도자가 비슷한 습관을 가졌다는 점도 흥미롭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2005-12-22 07: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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