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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의 '서울공화국 우려'를 생각하며

 

청와대 보안을 이유로 그 동안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어 왔던 북악산 일대가 노대통령의 '결단'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바로 그 개방을 기념하는 기념 산행에서 노대통령은 중요한 화두를 다시 던지셨다. 바로 '돈과 권한과, 정보가 한 곳에 모이는 것의 위험성'이 그것이다. 특히나 대한민국에서 서울시가 갖는 우월적 지위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그것이 돈도, 사람도, 정보도, 권한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이 문제라는 점을 아래와 같이 지적하셨다.


"(전략) 서울시민이 (전체 국민의) 과반수고 서울 출신 국회의원이 (전체 의원의) 과반수라면 서울 시민이 좋아하는 것은 지방의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무엇이든 관철되는 그런 국가가 된다 (후략)"


역시 노대통령다우신 상황인식이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노대통령의 이와 같은 인식이 참으로 정확한 것이며,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비록 임기 5년짜리 대통령이지만, 대한민국의 20년, 30년 앞을 내다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본질적 고민이라는 점에서, 이런 지도자를 가진 대한민국 국민은 역시 복받은 국민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생각해 보라. 지금추세를 그대로 놔두면, 이와 같은 일은 결코 '과장도, 엄살'도 아닌 '현실'이 된다. 아니, 지금도 사실상 상당부분 '현실'이 되고 있다. 대선공약이었고, 여야가 합의해서 통과시켰던 신행정수도 건설 법안에 대해 헌법제작소가 위헌 판결을 내린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있지도 않은 '관습헌법'을 유일한 근거로 내린 세계 헌법 재판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한 희대의 코메디가 쓰여진 이면에는 이런 '서울공화국'의 '우려'가 결코 '우려'만은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17대 총선을 기준으로 보면, 전체 선거구 243개 중에 서울은 48개, '준서울'인 경기도는 49개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각각 19.8%, 20.2%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즉 이 두 곳의 선거구가 전체 선거구의 약 40%를 차지한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사실상 또 다른 수도권인 인천이 지역구 의석수 12개를 갖고 있으니, 이를 포함하면 전체 의석수의 약 44.9%를 수도권 지역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현실적으로 비례대표 역시 서울과 수도권 거주자들이 대부분 선출되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대한민국 국회에서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이해관계에 어긋나는 법안의 성립과 통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것이 신행정수도가 그 우여곡절을 겪게 된 문제의 '본질'이다.


더욱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의석수의 '과점현상'은 앞으로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에 대한 근본적 치유책이 없을 경우, 향후 10년 이내에 서울과 수도권의 의석수가 전체 의석수의 절반을 넘을 것이라는 '경고'는 결코 '엄살'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미 여러 통계에서 서울과 경기도, 그리고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의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2000년에 실시된 인구센서스 자료에 의하면 전체 인구 중 서울, 경기, 인천 주민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0.4%, 18.6%, 그리고 5.1% 등으로 총 44.1%에 머무른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최근 자료인 2004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2005년 총 센서스 자료도 대동소이할 것으로 예상됨), 이 비중은 각각 21%, 21.2%, 그리고 5.3%로 도합 47.5%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몇 년 사이에 3.4% 포인트 정도의 인구가 수도권에 더 집중된 것이다.


참여정부가 강력히 추진 중인 행정복합도시 건설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실현되면 이런 추세가 조금은 완화되거나 늦추어지리라 기대해보게 하지만, 해당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강력한 반대와 수도권 주민들의 반대, 그리고 이를 의식한 정치권의 움직임 등을 종합해 보면 추세 반전에 대한 전망은 불확실하거나, 추세 반전이 일어나더라도 그 효과가 매우 완만히 나타날 것인데 비해, '수도권의 블랙홀 현상'은 매우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예상을 더욱 지지해준다.


대통령은 이러한 수도권의 인구집중이 가져올 정치적 '독점'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특히 행정복합도시 건설이 한 고비를 넘긴 지금, 일각에서 레임덕 우려를 제기하고 있음에도, '남보다 멀리 봐야 하는 국가 지도자'로서 자기 책무를 다하기 위해 또다시 국민들을 위해서 '화두'를 던지고, '직언'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에 대한 수도권 지역민들의 불만 표시에 대해, '이대로 두면 거대한 공룡이 될 것이고, 지방은 고사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설득'을 시도한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영속가능한 대한민국호의 발전을 위해, 모든 법과 제도를 결정하는 국회의석의 수도권 독점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화두까지 염두에 둔 말이라고 필자는 느꼈다. 그것이 대통령이 굳이 내가 인용한 식의 '표현'을 하신 이유라는 것이 필자의 해석이다.


상상해 보라. 이대로 놔둬서, 수도권 출신 의원들의 수가 절반을 넘어설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지역구민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을 외면하기 어려운 정치인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정말 대통령의 우려대로, 수도권이 하려는 일은 아무도 막을 수 없게 되고, 심지어 수도권이 지방을 고사시키는 법, 제도를 밀어부쳐도 합법적으로 견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가져올 '분열의 생채기'는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도권 경제 집중에 대한 억제도 '시장논리'라는 이름으로 폐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 결과 독점기업의 폐해와 같은 독점지역의 폐해가 대한민국호를 멍들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필자는 오래전부터 우리도 '양원제' 도입을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되었다는 주장을 해 오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지둘려' 소신으로 우리를 말려죽일 뻔한 김원기 국회의장도 그런 식의 제안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양원제는 나라마다 그 구성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양원제를 한다고 해서 이러한 '특정지역에 의한 의회독점'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연방제를 택하고 있는 미국의 제도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미국은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된 의회제도를 갖고 있다. 하원은 인구비례로 선출되는데 비해, 상원은 각 주별로 동등한 권한을 갖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제도가 설계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원래 미 의회제도는 미국 독립 당시 '건국의 아버지'들이라 불리우는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등이, 연방 참여가 자기 주의 독립성을 침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던 작은 규모의 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고안해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대다수 중요한 안건의 생산과 실질적 의회기능을 담당하는 하원은 철저하게 인구비례로 선출하되, 하원의 독주를 견제하고, 의회와 행정부를 연결하는 목적을 수행하는 상원은 각 주별로 2인씩의 의원들을 배출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그리고 상원의 의장을 행정부의 부통령이 당연직으로 겸직하되, 부통령은 일반 안건에 대해 의회 내 투표권은 없으며, 단 가부동수일 경우 캐스팅보트만을 행사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인구가 많은 주들은 하원에서의 인구비례 구성 원칙 덕분에 하원에서 자기 출신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데 유리하게 되었으나, 인구가 작은 주들도 동일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원에서의 견제가 있기에 일방적으로 자기 주에 유리한 법안을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사실상의 다른 나라'들인 미국의 각 주들이 모인 연방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남북전쟁 이외에는 비교적 큰 탈 없이 하나의 나라를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인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우리나라도 이런 미국식 양원제, 특히 미국식 상원제의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수도권 인구집중을 막을 수 있도록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행정 기능 일부를 충청권으로 옮기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도 매우 유효적절한 방책이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다. 항구적으로 대한민국호의 균형발전을 꾀하고, '다수파의 전횡'과 '소수파의 극단적 저항'이라는 소모적 공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인구비례로 선출되는 하원과, 각 광역정치구(현 제도로서는 도가 되겠지만, 행정구역이 개편될 경우에는 달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별로 동일하게 배정되는 상원으로 이원화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차기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개헌안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터져 나올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임기와 국회의원 선거구제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우리 정치 환경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의회의 특정지역 독점'우려를 항구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로서, 상원제도의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청와대 주변 북한산 일대를 서울시민들에게, 주민들에게 돌려주면서 대통령이 하신 말씀에 대한 필자의 '응답'이다.


부디 이번 만큼은 대통령의 화두가 또다시 '무시'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여전히 커보이기는 하지만...

ⓒ 우국충정



2006-02-14 00:19:03
794 번 읽음
  총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묵이 '06.2.14 9:02 PM 신고
    서울의 특권의식....
    서울 사람들 특권의식은 빈부의 격차를 떠나 너나 할 것 없이 너무 심하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나는 부산에 사는데 서울에 있는 모기업 본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내가 찾는 사람이 부서를 옮겼다. 이동한 부서의 전화번호를 물어본다. 물론 부산사투리로 묻는다. 전화받는 사람, 목소리는 사근사근하고 친절하지만, 전화번호 지역번호 떼고 부른다. 당연히 (02)로 시작한다는 거다. 이건 좀 억지라는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면, 거꾸로 당신이 부산에 전화해서 같은 상황에 처해보라. 부산 사람은 10중 8,9 지역번호부터 알려줄 것이다.

    둘째, 서울에 사는 사람을 만났다. 그런데 이사를 했단다. 나중에 찾아갈 일이 있어 주소를 물어본다. 서울에 사니까 "서울시" 안 부르는 거 이해한다. 근데, 왜 "송파구"는 생략하는가? 대전사람이 서울 "목동" 이 송파구에 있는지 노량진구에 있는지 어찌 아는가? 모르는 사람이 바보인건가?
    반면, 지방에 사는 사람들... 어쩌다 서울 사람이 자기 만나러 오면서 주소 물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서울 사람이니까 당연히 지방 길을 모를 거라는 가정하에.... 오는 길과 차편도 무지 꼼꼼하게 챙긴다.

    셋째, 전부터 알고 지내던 서울 사람을 오랜만에 만났다. 근데 그 사람 사는데가 헷갈려 "당신 집이 신림동이라고 했던가요?" 라고 물으면 "아니~~!! 동부이촌동인데~~~!!" 라며 정색을 한다. 젠장, 전라도 사람이 서울 어느 동네 집값이 얼마나 하는지 알게 뭔가?

    대한민국에는 서울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서울에 모여 산다. 지방에 살던 사람들도 서울에 가서 2-3년만 살면 그 안에 녹아들어가고 만다. 제발 이런 현상이 향후 30년 내에 해소되었으면 한다.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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