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브랜단님의 이 질문에 대해, 부족한 대로 답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진화는 사막에서 시계를 주웠을때 그 시계가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거랑 같습니다.]
맞습니다. 진화란 '우연'의 산물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우연'이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이죠.
실제로 시계를 낱낱이 분해해 커다란 통에 넣고 아무리 흔들어 봐야 다시 시계로 조립되어 나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생명의 탄생과정을 이와같은 시계에 비유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1. 볼트 수백만개와 너트 수백만개를 커다란 통에 넣고 수백만년동안 흔들어 봅시다. 그중 하나라도 볼트와 너트가 짝이 맞아 조여져서 나오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산소분자 수백만개와 수소분자 수백만개를 그릇에 넣고 작은 불꽃(정전기에 의한 작은 불꽃이라도 충분합니다.)을 일으켜 봅시다. 산소와 수소들은 서로 짝을 맞추어 결합해서 물분자를 만ㅤㄷㅡㄼ니다. 왜냐하면 산소와 수소는 누군가가 볼트와 너트로 조여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생명체의 탄생은 시계와 같은 기계적 조립이 아닌 물의 생성과 같은 화학적 결합의 결과입니다. 직관적으로야 나사가 저절로 조여지거나 납땜이 저절로 될리가 없다고 생각되겠지만, 생명탄생의 영역에서는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단지 분자끼리 충돌하는 것만으로 저절로 나사가 조여지고 납땜이 되거든요.(만약 그렇지 않다면 모든 화학반응은 일어날 수가 없겠죠.)
2. 진화론적 관점에서 시계는 '시계나와라 뚝딱'하고 나온 것이 아닙니다. 시계를 이루는 장치들 - 톱니장치, 태엽장치 등 - 이 먼저 만들어진 후 이들의 조합으로 시계가 만들어진 것이죠. 100개의 부품이 필요한 시계가 '우연히' 만들어질 확률보다는 10개의 부품이 필요한 톱니장치와 10개의 부품이 필요한 태엽장치 등이 '우연히' 만들어질 확률은 훨씬 크죠.(작은 상자 안에 톱니바퀴가 빽빽히 들어차 있는 톱니장치를 생각하신다면 1번을 다시한번 읽어보시죠)
3. 시계의 장치들은 그 자신으로서는 아무 역할도 못합니다. 하지만 생명탄생에 있어서 시계의 장치들은 그 자체가 촉매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여기서 시계는 기계가 아니라 화학물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즉 위에서 이야기한 분자 10개짜리 톱니장치는 주위에서 다른 톱니들을 흡수해서 가지고 있다가 10개의 톱니가 다 모이면 새로운 톱니장치를 만들어 내보냅니다. '증식'을 하는 것이죠.
결국 이러한 태엽장치나 톱니장치가 만들어진다면 지구는 태엽장치들과 톱니장치들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이런 능력이 없는 장치들은 자외선 등에 의해 분해되어 복제능력이 있는 장치들의 재료로 쓰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부품들의 충돌로 장치가 만들어진 것처럼 장치들의 충돌로 시계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때는 100개의 부품이 조립되는 것이 아니라 10개의 장치가 조립되는 것이니까요.
쓰고보니 읽는 사람들이 많이 헷갈리겠군요. 간단히 다시 말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시계의 조립은 기계적 조립이므로 우연히 조립될 가능성은 0이다.
생명의 탄생은 화학적 반응이므로 우연히 조립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2. 100개의 부품들이 동시메 결합되어 시계를 만들 가능성보다는 10개의 부품들이 동시에 결함되어 태엽장치나 톱니장치를 만들 가능성은 훨씬 높다.
3. 시계의 톱니장치는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
생명의 장치들은 '자기복제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진화론에 있어서의 태엽장치와 톱니장치는 점점 그 수가 늘어나며, 태엽장치와 톱니장치가 충돌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최종적으로 이들이 모여 시계가 조립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입니다.(마지막으로 한번 더 말하죠. 이 태엽장치와 톱니장치는 DNA나 RNA같은 분자들입니다. 이들은 나사를 조일 필요 없이 충돌만 하면 결합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