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후 반년.
모두들 전부 군복을 벗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아직 군복을 벗지 못했다.
물론 누구의 강요도 아니다. 오히려 주의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의지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거리 한 복판에 서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나를 보면 [무슨 큰 봉변을 당했나 보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힘든 싸움을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비극적이고 처절한 이유로 거리에 서있는 것이 아니다.
비슷한 정도의 심각성을 느끼고 거리에 나선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후유증이 남을 정도로 맞은 적도 없고, 정신병이 생길 정도로 가혹행위를 당한 적도 없다.
그래서 어떤 예비역, 특히 전역한지 오래되고 비교적 힘든 여건에서 근무한 예비역들은 나를 보고 [개념없는 놈], [배부른 소리한다] 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군대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누가 죽거나 다치는] 조건이 갖추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군대가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군대에서 일어나는 어느 정도의 [부정]에 대해서는 관용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대문제는 사회로 노출 되는 몇몇 [누가 죽거나 다치는 사건]을 통해서만 사람들에게 인지되고 그 사건이 마무리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듯 다시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진다.
군대를 갔다온 당신! 왜 침묵하는 가?

[누가 죽거나 다치는 문제]외에 군대 문제가 별 다른 이슈거리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또 내가 [누가 죽거나 다치는 문제] 당한 것도 아닌데 개인적인 희생을 감수하며 거리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단순히 심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선 끊임없이 왜곡된 가치관을 학습하고 변해가는 동료 전우들을 보며 그 심각성을 느낀다.
국가의 부름을 받아 훈련소에 입소하고, 이병, 일병, 상병, 병장 까지의 군생활을 해가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한다.
그리고 나는 그 군대라는 환경 속에서, [짬]이 차 갈수록 무섭게 변하는 수 많은 전우들을 보며, 그들이 변하는 방향이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폐쇄적 계급문화 아래서 비리와 적당주의, 법을 교묘히 어기는 법, 이기심, 그리고 권력을 학습하고 나오는 그들이 이 사회에서 어떻게 기능할 지는 자명했으며, 그것은 [누가 죽거나 다치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매우 심각한 문제임을 느낄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것들을 학습한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이것을 [살아가는 방법], [처신하는 방법], [참을성] 등을 배웠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판은 있을 수 없고, 동시에 그들은 비판 없이 기성문화에 순응하는 것을 좋은 가치로 여기게 된다.
나는 이렇게 변해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행동과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부조리와의 닮음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병장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밑에 사람들에게 가하는 은근한 횡포와 부패한 정치인들의 그것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고, 각종 사회의 비리, 문화 등과 내가 군대에서 본 그것들과는 언제나 닮은 꼴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이 문제가 [누가 죽거나 다치는 문제]는 아니지만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다.





또한 [누가 죽거나 다치는 문제]가 지금의 상태로는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통찰을 통해 나는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
[누가 죽거나 다치는 문제]는 군대가 가진 문화적 배경에서 파생되는 개연성 짙은 부산물중 일부에 불과하다.
밑빠진 독에서는 수 많은 내용 물들이 흘러 나올 수가 있다. 우리는 그것을 심각하게 여기고 그것을 닦아내지만 정작 밑빠진 독 자체는 고칠 생각은 하지 않는다.
군대도 마찬가지이다.
비교적 최근에 벌어졌던 노충국씨 사건서부터 김일병 총기난사사건, 총기수탈 사건, 인분 사건 등 군대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다고 말할 수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없으면 [누가 죽거나 다치는 문제]는 없어 지지 않을 것이고, 나는 그 근본적인 노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대해 심각하다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군대 안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지금의 대한민국군대는 [국방]을 이루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기본적인 전우애, 국방의식은 전혀 없고, 이기심과 규정 미준수, 각종허위적이고 비효율적인 일처리 등, 기본적인 것도 갖춰져 있지 않은 그 속에서 누구도 군대가 [국방]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었다.
그리고 이것은 전역한 대부분의 예비역들도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군대에서 터지는 사건들을 보며 대부분의 예비역들은 [어떻게 그런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기 보다는 [역시 군대는.....]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그들은 그 사건이 마무리 되는 것을 보고도 [그래봤자 군대는 안변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어쨌든 나는 이런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심각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전역한 병사로서,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행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예비역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가만히 있나?
모든 군대문제의 근원은 군법의 유명무실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면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안에
뒤틀린 권력구조와 그로인한 뒤틀린 사회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더욱이 이런 사회적 관계는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또 다른 사회관계와 달리 더 실질적이고 은밀하게 이루어 짐을 알 수 있다.
뒤틀린 권력 구조 안에서 구타, 가혹행위, 강취 등 수 많은 형태의 부조리가 생겨나고 사회구성원은 그것들에 불만은 갖지만 그 것에 순응하며 살아 갈 수 밖에 없다. 그 속에서 상식적이고 도덕적인 발언은 허용되지 않는다.
군대의 현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군대 안에서는 크게 두 가지 룰이 있다.
하나는 공식적인 룰, 즉 군법, 규정 등이고
다른하나는 비공식적인룰, 즉, 관행, 병사들 사이의 자의적인 룰 등이다.
이 두 가지 룰은 서로 상반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것은 군대를 둘러싼 분위기에 따라 서로의 영향력에 변화가 생기고, 흔히 이것을 세력사이의 무게중심을 잘 파악해내는 병사들을 보며, [군대 돌아가는 것을 안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비공식적인 룰은 결코 양지로 나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 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법에서 정한 처벌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이 룰을 유지하기 위해 자의적이고 불법적인 처벌방법이 종종 사용되고 또한 비공식적인 룰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불법적인 자기의 이득을 위해 불법적인 권한을 사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후자인 [비공식적인 룰]이 더 영향력이 크고, 더 많은 영역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청소, 군화닦기, 제초 서부터 화장식 이용법, 식당이용법, 복장 착용과 같은 아주 작은 많은 일, 즉 의식주 전반에 관한 것을 이 [비공식적인 룰]이 담당한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구시대적 군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군대간부 대부분이 이것을 옹호하거나 방관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하드웨어에 두 가지 운영체제가 존재함으로 해서 군대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것이 바로 위에서 말한 [밑빠진 독]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그리고 무용하게 운영된다면 필연적으로 그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군대에서 끊임없이 [누가 죽거나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는 이유도, 젊은 청년들이 왜곡된 가치관을 학습하고 나오게 되는 것도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와 같은 군대의 실제 운영원리를 파악하고 그것을 일원화 시키는 일을 사회적으로 공론화 시킬 필요가 있다.
시위의 직접적인 계기?국방부의 은폐, 왜곡, 축소

어쨌든 이런 것에 대한 문제를 제시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으로 나는 전역 후 [암혼한 불온]으로 존재하는 군대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그리고 그 첫번째 방법으로 내가 있던 부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였다.
국방부를 통해서 내가 있었던 부대에 존재하였던 비공식적인 룰, 비리, 부정부패 행위들을 신고하였다.
대략적인 신고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신종가혹행위 : 인분청소, 수면시간을 빼앗고 단순반복작업을 하루종일 시키는 것 등..
2. 병사들의 군수품 절도, 판매행위 : 군수품을 훔쳐서 미군병사들에게 파는 행위
3. 간부들의 보고 은폐 행위 : 위와 같은 일들을 보고 해도 모조리 은폐하는 행위.
4. 장성의 수사권 개입 : 장성이 수사권에 개입하여 범죄자를 석방하는 일.
5. 은폐된 사건, 사고들 : 공포탄 격발사건, 병사들의 음주운전 후 기지활보사건
그리고 민원 회신 기간이 훨씬 지난 뒤 성의 없는 한장의 회신이 도착하였다.
회신의 요지는 물론 [아무 혐의 없고, 부대원 모두가 아무 문제 없다고 함] 이었다.
수 많은 증거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조사한번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조사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내 신고가 은폐, 축소, 왜곡 되었음을 감지하였고, 바른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들에게 바라는 것
아직까지 내 생각은 이렇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감시와 자발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것을 통해서만 사회적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생업을 포기하고 거의 반년동안 이일을 하면서
[언론은 이슈화 될만한 것 이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나서서 바꿔주길 원하지 자발적으로 바꿀 생각을 하지않는다.]
[사람들은 군대에 대하여 원래 그런곳이라고 규정 짓고, 근본적인 군대 문제 해결에는 관심없다.]
등의 비참하고 일상적인 교훈들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언제까지 내가 이런 노력을 할 수 있을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나이먹은 자식이 제 구실도 못하고 이런 무익한일에 젊음을 바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부모님께 할말도 없고, 홀로 싸우며 사회의 벽을 몸소 체험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해볼 수 있는 노력까지는 할 계획이고, 내 뜻에 동조하는 네티즌들의 조언을 구하기 위해 이런 글을 작성하였다.
관심있는 네티즌들은 내 블로그(//blog.naver.com/hcc0730)에 방문하여 일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많은 지지와 응원을 부탁한다.
그리고 좀더 적극적인 참여의식을 가진 네티즌들은 어떤 형태의 도움이라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글을 퍼주는 것 서부터, 제보 등 수 많은 당신들의 노력이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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