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시장에서 출혈경쟁 논란을 불러왔던 경쟁사 가입자 뺏어오기 마케팅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도 거세게 불고 있다.
3일 초고속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까지 1%에도 미치지 못하던 해지율이 4분기 이후에는 월 평균 해지율이 2%선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은 해지율 급증의 원인이 가입자 뺏어오기 마케팅 때문인 것으로 분석,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지율이 급증한 10월부터 해지자들의 80%이상이 한달 이내에 경쟁사 가입자로 전환되는 현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업계는 올해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는 가입자 전환을 위한 마케팅이 집중 강화될 것으로 예측, 가입자 유지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의 경우 초고속인터넷 신규가입자가 400만에 달했으나 올해는 200만 이상의 신규가입자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 초고속인터넷 사용 경험이 있는 경쟁사의 가입자를 자사 가입자로 확보하려는 마케팅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해지율 급증 속 '해지자=경쟁사 가입자' 현상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비단 해지율 증가 때문이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해지율 계산조차 의미가 없을 정도로 해지자가 적었으나 해지율이 몇 달새 급증한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해지자 대부분이 경쟁사의 가입자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이전까지는 초고속인터넷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해지의 주요 이유였으나 4분기 이후부터는 경쟁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해지한다는 이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가입자를 놓치면 바로 경쟁사의 가입자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이후 KT, 하나로통신, 두루넷등 초고속인터넷 등 빅3의 월 가입자 해지율(해당월 누적가입자 대비 해당월 해지자 수)이 2%선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지난해 10월 이후 월평균 해지율이 1.8%선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T의 지난해 4분기 이후 누적가입자를 350만명으로 계산하면 월 평균 6만3천여명의 가입자가 이탈을 했다는 것이다.
하나로통신은 11월에만 1.5%의 해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실제 13만의 가입자를 모집했으나 해지자가 3만에 달해 가입자 순증 수치는 10만 가입자에 그쳤다는 것이 하나로통신 관계자의 설명이다.
두루넷의 경우 지난해 12월까지 총 132만의 가입자를 유치했으나 해지자는 2만2천여명에 달해 1.6%의 해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왜 뺏어오기 마케팅인가
사업자들은 왜 뺏어오기 마케팅을 선택하는가?
이미 뺏어오기 마케팅으로 인한 폐해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이동전화 시장의 전례를 보면 가입자가 급속히 증가, 더 이상의 신규시장을 발굴하기 어려운 시장규모에서 사업자간 경쟁이 격화될 경우 사업자들은 '뺏어오기 마케팅'외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국내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가입자 증가세를 보면 이같은 결과는 사전에 예고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반기 월 평균 39만 이상의 신규가입자가 모여들던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하반기 들어서면서 월평균 25만 미만으로 축소됐다.
지난해 상반기에 증가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총 198만7천여명이었다. 하반기에는 11월말까지 102만7천여명으로 상반기 대비 절반 가량 줄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두루넷 한 관계자는 "이미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은 자체 조직과 유통망 구조가 상반기 최대 호황을 누리던 시절의 규모로 커져있는 상황에서 신규시장이 줄어들면 경쟁사 가입자 뺏어오기를 통해 조직을 운용할 수 있는 영양소를 공급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의 지역별 핵심유통망으로 자리를 잡은 영업파트너들은 가입자 증가분 만큼의 인센티브를 받고 있어 파격적인 할인과 설치비 무료 이벤트와 1~3개월 서비스 무료 이용등 할인을 통해 타사 가입자를 전환시키려는 노력을 집중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계약 가입자라 하더라도 장기계약에 대한 할인율보다 많은 할인혜택과 경품제공을 내세워 가입전환을 유도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대해 KT의 한 관계자는 "경품이나 할인율에 따라 사업자를 전환하는 철새 가입자들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경쟁 격화에 정비례하는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올 하반기 경에는 사업자별로 5%에 육박하는 해지율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의 경쟁 전략은 가입자 유지
초고속인터넷 업계는 일제히 올해의 경쟁전략이 가입자 유치가 아닌 유지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기존 가입자를 효과적으로 지켜내는 것이 신규가입자 유치보다 더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자사 가입자를 지키지 못할 경우 가입자감소는 물론 경쟁사 가입자 증가로 직결, 시장 점유율 차이에서는 두배의 격차가 난다"며 가입자 유지가 올해의 핵심 마케팅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무선 초고속인터넷인 네스팟 서비스와 유선의 초고속인터넷을 연계, 차별적인 부가 서비스를 제공해 가입자들의 충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또 렛츠KT닷컴등 e 비즈니스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지난해 10억원에 그쳤던 가입자 유지비용(순수 CS비용)을 올해는 무려 7배나 증가한 70억원으로 늘려잡았다.
또 드림엑스닷넷과 하나넷의 서비스 결합을 통해 멀티미디어형 콘텐츠 제공으로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국내 최초의 ADSL서비스 사업자라는 하나로통신의 특성을 부각시켜 기술적 우위를 브랜드 가치로 내세운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두루넷 역시 가입자 유지 비용을 대폭 증가시켰다. 지난해에는 AS와 CS를 합친 가입자 유지비용을 260억원 가량 사용했으나 올해는 70%를 증가시켜 400억원의 유지비용을 책정해 놓고 있다. 또 5개월 무료 사용서비스를 앞세워 가격면에서도 우위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들 사업자 모두 자사 가입자는 유지해야 한다는 기본 정책 외에 경쟁사 가입자를 뺏어오기 위한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어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구순기자 cafe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