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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9%의 확실성'으로 박정희가 '비정상'

 

'비정상'에게는 '정상'이 '비정상'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4일 대구에서 국민이 "정치도 경제도 정상적인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며 "10년간 비정상이 돼온 것들을 정상으로 돌리는 문제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국가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를 해야"하는데 내년 대선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박근혜 의원이 한국사회를 '비정상'으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월26일 한나라당 대표 자격으로 발표한 신년 기자 회견문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상식이 무너지고, 비정상이 정상인 것으로 느껴지는 일들이 너무 자주 벌어지고 있"다며 개탄했다. 그때는 그래도 일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정도였는데, 몇 달만에 '국가 전체'의 문제로 번졌나 보다.

재미있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도 한국 사회의 정상성을 의심한 바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축사에서 전시 작전 통제권 환수는 "국군 통수권에 관한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태를 바로잡는 일"이라고 했었다.

작년 7월 대연정 제안 성명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 정치를 '비정상'으로 진단했다. 계속된 국회에 비해 권한이 세지도 않은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가며 "법도 고치고 정부를 통솔하여 경제도 살리고 부동산도 잡고 교육과 노사문제도 해결하라"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런 "비정상적인 정치를 바로 잡"는 방법으로 대연정을 제안한 것이다.

취임 직후 가진 조각 설명 기자회견(2003년 2월)에서도 노무현 대통령은 "법무부를 검찰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면서 이는 법무부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는 일이라고 설명했었다.

대통령과 야당 전대표의 의견이 모처럼 일치됐다. 한국 사회 구석구석에 비정상이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지적한 비정상의 내용이 다르다는 데 있다. 대연정을 둘러싸고는 '야당의 발목잡기'와 '대통령의 야당탓'이 격돌했다. 전작권 환수에 관해서는 '자주'의 해석이 정반대다. 그리고는 서로를 비정상이라고 몰아붙인다.

의식 있는 유권자라면 이쯤해서 누구 말이 옳은지 따져봐야 한다. '묻지마 편들기'로 바로 넘어갈 수도 있다. '무조건' 노무현 대통령 편을 들 수도 있고, '이유 없이' 박근혜 의원 편을 들어도 된다. 그건 각자 선택할 문제겠다. 하지만 뭐가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생각해 보는 게 뭐 그리 나쁜 일은 아니지 않는가. '정상'을 한번 평미레질 해 보자는 말이다.

'정상'이란게 뭘까?

'정상이라는 게 뭘까'하고 묻는데, '노말(normal)이란 말이지…' 하고 싶은 사람은 잠깐 참아 주시라. 외래 컨셉은 잠시 제쳐두고 얘기하자. 하더라도 마지막에 각주 삼아 얘기할 수 있다 (약속한다). 한국 개념 '정상'을 먼저 정리해 보자는 말이다.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정상'을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 인 상태"로 풀었다. 그러니까 '정상'의 구성요소는 두 가지다. '변동/탈이 없을 것'과 '제대로 일 것'이다. 국어사전의 '정상'은 한자어 풀이와도 대개 일치한다. '변동/탈이 없을 것'은 상(常)에 가깝고 '제대로 일 것'은 정(正)에 가깝다.

정(正)은 '바르다, 옳다, 곧다'는 뜻이고 '처음'이라는 뜻도 있다. 한자 계보를 푼 <중문자보>는 '정'을 "선(一)에 멈춘다(止)"는 뜻으로 풀었다. 한도를 넘지 않는 것이다. 유교 윤리인 '분수 지키기'다. 제 분수를 지키는 게 옳고 바르고 곧은 것이다. ('처음'이라는 뜻은 한계(一)를 본분의 하한선으로 보면 된다. 거기로부터 '시작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정월(正月)은 '바른 달'이 아니라 '첫 달'이다.)

상(常)의 뜻은 '언제나'와 '보편적인'이다. 명사로 '규칙, 원칙'이라는 뜻도 있다. 어원은 "높이 걸린(尙) 깃발(巾)"인데 고대에는 '군주의 깃발'을 가리키기도 했다. 궁성이나 진영에는 왕의 소재를 알리는 깃발을 항상 올려두었는데 거기에는 왕의 통치철학을 담은 글자나 글귀를 써넣곤 했다. 그 때문에 상(常)은 '원칙, 규칙'이라는 뜻도 갖게 됐다. '항상' 나부끼는 '원칙, 규칙'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는 뜻으로 '보편'의 뜻도 나타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상(常)은 한자문화권의 전통적 가르침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동중서의 오상(五常)은 '누구나 항상 지켜져야 할 다섯 규범'이다. <열반경>에서는 불성(佛性)의 4덕으로 상락아정(常樂我淨)을 꼽는데, '상'은 불생불멸, 즉 항구불변이라는 뜻이다. <도덕경>은 변하지 않는 진리로서의 '상도(常道)'를 언급하면서 시작된다.

전통적 가르침이 '상'의 '불변의 원칙/규범'을 강조하는 한편, 상의 '보편성'을 강조하는 낱말도 적지 않다. 상민(常民)은 백성 일반을 가리켰고 상언(常言)은 보편적 지혜로서의 속담을 가리켰다. (최세진은 <번역 박통사(1510)>에서 '상언'을 '상옛말'로 번역했었다. '속담'은 17세기 이후에 생긴 말이다.) 상식(常識)이라는 요즘 말도 이 계열이다.

요컨대 한자문화권의 정상(正常)은 "항구적/보편적 원칙"과 "그 원칙에 따라 분수를 지키는 일"이다. 더 줄이면 "분수와 원칙을 지켜라"가 된다. 현대인도 분수와 원칙을 갖고 산다. 현대인의 분수를 사회적 지위(地位)라고 하고, 지위에 따르는 권한과 의무를 역할(役割)이라고 한다.

어느 사회든지 지위와 역할을 규정하는 원칙이 있게 마련인데 요즘은 그게 법과 규범이다. 따라서 법과 규범에 따라 지위에 걸맞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 그건 다 '정상'이다. (허탈하다. 애써 문헌을 뒤볐는데 결론이 '상식'이다.)

국가가 '10년간'이나 비정상이었다고?

박근혜 의원의 발언에서 "국가"가 "10년간 비정상"이었다는 대목이 자꾸 걸린다. 10년 이전에는 정상이었다는 말이다. 일제 강점기를 빼더라도 이승만부터 박정희를 거쳐 전두환-노태우-김영삼에 이르기까지는 정상이었던 국가가 김대중-노무현에 이르러서 비정상이 됐다는 말이겠다. 정말 그럴까?

편의를 위해 박정희와 김대중 대통령 시절만 비교해 보자. 우선 정치. 박정희는 쿠데타로 집권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선거로 집권했다. 누가 법을 어겼는가? (앞서 봤듯이 '법'을 어기면 '비정상'이다.) 박정희는 헌법 바꿔가며 임기 연장하다가 총에 맞아 죽었고 김대중 대통령은 임기대로 은퇴했다. 누가 비정상인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동안 국민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 군사정권 시기인 1968-1990년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은 122명이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0명이다. 누가 보편적 규범을 어겼는가? (이것도 앞에서 봤다. '규범'을 어겨도 '비정상.')

쿠데타로 시작해서 폭압으로 반인륜 정치를 펴다가 부하 총에 죽은 사람을 칭송하면서, 선거로 뽑히고 인권 정치 실천하다가 임기대로 물러난 사람을 비정상으로 모는 사람의 인식 수준은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이하, 힌트 생략.)

경제를 보자. 통계청 공식 기록에 따르면 박정희 말기 실업률이 17.9%였다. 김대중 대통령 퇴임 때 실업률은 3.1%였다. 박정희 치하에서는 외채가 218억달러로 세계 4위 채무국이었다. 김대중 정권 5년 동안 한국의 외환 보유고는 1천2백12억달러가 늘어났다. 김영삼 정권이 남긴 외채 366억달러를 다 갚고도 846억달러 흑자를 남겨 세계 4위 외환보유국이 됐다. 누가 더 정상인가?

박정희 정권 18년 동안 실질 경제 성장률은 연평균 8.5%였다. 김대중 정부 5년간 실질 성장률은 6.8%였다. 국제 비교하면 사정이 뒤집힌다. 박정희의 8.5%는 주요8국(미,캐,영,독,프,이,일,대) 평균 5.2%의 1.6배였고 대만의 10.0%에 이어 2위였다. 김대중 대통령의 6.8%는 주요8국 평균 2.4%의 2.8배였고 3.1%를 기록한 대만을 두 배 이상 제치고 1위다.

박정권은 '국제 호황' 속에서 '독재'를 했어도 대만에 뒤졌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국제 불황' 속에서 언론과 야당에 '발목'을 잡혀가면서도 1위 성장률을 보였다는 말이다. 누가 더 정상인가?

이게 바로 박근혜 의원이 '지난 10년간 정치도 경제도 정상적인 게 없다'는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찾아봤어야 할 객관적 사실들이다.

내친 김에 작전통제권 얘기도 해보자. 박정희는 자주국방 추진하면서 작통권도 환수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결국 18년간 완전한 국군통수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노태우가 그걸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김영삼 때 평시 작통권을 환수했다. 이제 노무현 대통령이 전시 작통권까지 환수하려고 한다. 대통령의 국군 통수권을 명시한 헌법 74조1항에 비추어 볼 때 어떤 게 정상인가?

'비정상'에겐 '정상'도 '비정상'으로 보이는 법.

정상과 비정상은 상대적이면서도 상호 배타적이다. 따라서 비정상을 정상으로 보는 사람에게는 정상이 비정상으로 보이게 돼 있다. 박근혜 의원이 비정상이라고 매도했던 정부들이 객관적으로 정상이라면, 박근혜 의원의 인식이 비정상일 수밖에 없다.

약속대로, 외래 컨셉도 좀 보자. 영어권에서는 정상을 노말(normal)이라고 한다. 이는 '놈(norm, 규범)'의 형용사형인데 '목수가 쓰는 자(carpenter's square)'를 가리키는 라틴어 '노르마(norma)' 혹은 같은 뜻의 그리스어 '그노몬(gnomon)' 에서 유래했다. '놈'은 '사람의 태도와 행동을 재는 자'라는 비유적인 뜻으로 '규범'이 됐다.

그러나 '정상'에 비해 '노말'은 헐렁한 컨셉이다. '정상'은 규범이되 '항구적'이고 '보편적'인 규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말'보다는 '정상'이 훨씬 정치한 개념이다.

통계학에도 '정상' 개념이 있다. 정규분포라고도 쓰는 '정상'분포가 그것이다. 통계학적인 정상 개념이 차라리 한국식 정상 개념에 더 가깝다. 정상분포는 보편적이며 (샘플 수가 충분하면 '거의 모든' 사건의 분포는 '대체로' 정상분포를 따른다), 규범(평균)을 중심으로 일정한 오차를 용인하는 분수의 한계(편차)를 지정해 주기 때문이다.

결론

정상분포에서는 2-3개의 표준편차 안에 머물면 95-99%의 확실성으로 정상으로 봐 준다. 국민에게 내쫓긴 이승만이나 반란 수괴로 법의 심판을 받은 전두환-노태우만 해도 표준편차 3보다 훨씬 밖에 있는 범죄자들이다.

박정희는 이승만-전두환-노태우에 더해 '친일파'와 '남로당' 경력까지 갖고 있다. 그러니 그의 표준편차는 적어도 5 이상이다. 99.99%의 확실성으로 '박정희는 비정상'이라 주장해도 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박근혜 의원은 '국가의 정상-비정상'을 따지기 전에, 한국적 정상 개념이나 통계학적 정상 개념으로 '자기 인식의 정상-비정상'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다.



ⓒ 평미레



2006-09-08 14:30:42
752 번 읽음
  총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메기 '06.9.8 8:03 PM 신고
    비정상인거는 맞는데요 -_-
    기간에 문제가 있을뿐이지. 지금의 정치경제 상황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시나보죠? -_-;; 제가 보기에는 사람이 있어야하는 자리에 개빡에 안보이는데. ↓댓글에댓글
  2. 2. 참잘했어요 '06.9.9 2:05 AM 신고
    대구리가 비정상인 것덜에게는 정상도 비정상으로 보일 겁니다.
    부처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그거 눈에는 그것만 보이듯이여. ㅋㅋ ↓댓글에댓글
    • ㄴ 1. 메기 '06.9.9 8:08 AM 신고
      님 말대로 대가리가 비정상인 것들한테는 비정상이 정상으로 보이겠죠 -_- 개새끼들이 사람잉로 보이고
  3. 3. ▒ 마왕 ▒ '06.9.9 2:12 PM 신고
    개 눈엔 똥이 밥으로 보이는게 정상이겠지요.
    똥이 똥으로 안보이니 아무리 밥이라고 우겨도 다른 사람들은 똥으로 보니 노무현이 속이 타겠지요....
    왜 밥을 남들은 똥이라 부를까...... ㅎㅎㅎㅎㅎㅎㅎㅎ정상인데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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