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주도하는 ‘2002 월드컵 축구 인터넷 생중계사업’이 인터넷 접속서비스사업자(ISP)들의 외면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사업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됐던 차세대 인터넷기술인 ‘멀티캐스트’의 도입이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 두루넷, 하나로통신, 데이콤, 온세통신 등 ISP 5개사는 멀티캐스트기술을 기반으로 공중파 방송 3사와 함께 월드컵 인터넷 생중계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최대 5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비용 부담과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 등으로 사업착수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KT를 제외한 나머지 ISP업체들은 당초 지난 5일까지 정통부에 제출하기로 했던 인터넷 생중계 사업계획서를 아직까지 이를 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지난해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방식인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사업에 100억원 이상 투자했는데 최근 1일 평균 10만원의 매출도 못 올리는 상황에서 또 다시 유사한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하나로통신을 비롯한 나머지 후발업체들도 멀티캐스트 기술 도입을 도약의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이지만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초기 투자비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사업에 대한 수익성 확보가 불투명한 점도 이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또다른 원인이다. ISP업체의 한 관계자는 “월드컵 경기기간 중 100만명 이상의 대규모 접속자를 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는데다 도입 후에도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대형 이벤트가 거의 전무하다”며 “멀티캐스트가 유망기술이긴 하지만 아직 성공사례가 없어 실제 투자를 해야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월드컵 개막식을 4개월 앞둔 상황에서 정통부가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도 높다. 정통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이 사업을 준비, 12월 전격 발표했으나 아직 ISP업체들과 방송3개사는 국제축구연맹(FIFA)와 인터넷방송과 관련된 별도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ISP업들이 월드컵에 앞서 인터넷 생중계를 테스트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정통부는 업체들의 사업참여를 독려할 뿐이지 강요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조만간 정통부 장관이 직접 추진단 대표들을 만나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엄현경 yogirl@dt.co.kr 2002/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