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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P "월드컵 온라인생중계" 투자기피 원인

 

인터넷 접속 서비스 사업자(ISP)들이 ‘월드컵 인터넷 생중계 사업’에 머뭇거리는 이유는 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정부의 전시행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 사업의 핵심인 멀티캐스트(multicast)는 대량 데이터를 인터넷 전송하는 기술 중 하나로 시스템의 부하를 줄이면서도 데이터 전송효율이 높아 혁신적인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한 ISP 관계자는 “멀티캐스트를 적용하면 앞으로 접속 폭주로 속도가 느려지거나 해상도가 떨어지는 등 사용자의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단말기, PDA등 모바일 매체에도 파급효과가 커 인터넷 환경 개선을 위해선 멀티캐스트의 도입은 필수”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 기술은 국내 중소기업이 독보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월드컵 기간 중 인터넷 방송에 성공한다면 대외적으로 정보기술(IT)강국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세계 최초 멀티캐스트 도입사례라는 홍보효과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ISP들의 불만은 월드컵이 이런 절호의 기회임을 잘 알고 있는 정통부가 행사 6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뒤늦게 준비에 나섰다는점을 꼬집고 있다. 인터넷 방송분야 신기술인 ‘멀티캐스트’가 마땅한 도입 사례 없는 상황에서 기술적 검증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채 시간에 쫓겨 이 사업을 진행할 경우 자칫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5일 사업계획서 제출 연기를 정통부에 통고한 한 ISP 관계자는 “이런 대형 사업의 계획서를 세우는데 정통부가 준 시간은 3주”라면서 “파워콤의 망을 임대하고 있는 온세통신이나 두루넷은 아직 시설투자 제의도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멀티캐스트 같은 신기술을 월드컵 같은 국가적 대사에 적용하려면 좀더 일찍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면서 “멀티캐스트는 지난 백지영 고별 콘서트 때 20만여명을 받은 경험이 고작이어서 보다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업계는 정통부가 이렇게 급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최근 정통부 내부에 지상과제로 떠오른 월드컵 총력지원 분위기를 지적한다. 지난해 김대중 대통령이 관련 부처에 월드컵 개최 성공을 위해 적극 협조하라는 지시가 있은 후 정통부는 디지털 방송과 IMT―2000, 미니 FM방송 등 대형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들 사업이 국내 기술을 세계에 알릴 수 있고 산업을 선도할 수는 있지만 정부의 전시행정에 밀려 추진될 경우 부담은 업체가 고스란히 떠앉을 수 밖에 없다고 업체들은 말한다. 실제 정통부는 인터넷 지도 서비스 사업인 월드컵 대비 ‘사이버알리미’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지난달 11월 전면 백지화해 관련 업계의 원성을 샀다.

지난해까지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던 ISP들은 개막식을 4달 앞둔 시점에서 급작스럽게 수백억원들 동원해야 하는 어려움도 크다. 또 월드컵 경기가 끝난 후 투자금 회수(ROI)가 어렵다는 것도 원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10만명 이상의 접속자를 낸 이벤트는 박찬호 등판 경기 중계와 서태지 일본 콘서트와 백지영의 고별 콘서트, 최진실·조성민 결혼식 등 매년 한 두건 정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접속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부가 정보 서비스를 마련하겠지만 3시와 8시에 방영되는 축구 경기를 직장에서 관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면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터넷 방송의 범위를 국내로 제한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접속자가 예상만큼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통부 내부에서도 이런 우려는 나오고 있다. 추진부서의 한 관계자는 “오후 시간 인터넷을 통해 축구경기를 보는 대상층은 대부분 직장인인데, 직원들이 일 안하고 인터넷을 볼 수 있겠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IPS업체들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경우 정통부로부터 괘씸죄(?)에 걸리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월드컵이 국가적 행사인 만큼 적극적으로 협조는 해야겠지만 투자부담을 끌어안자니 리스크가 너무 크고 투자를 하려니 사후 처리가 불투명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엄현경 yogirl@dt.co.kr 2002/01/08


김삿갓
2002-01-08 10: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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