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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각 스님의 어느 날 이야기...

 

이름 : 현각
출생 : 1964년
출생지 : 미국
학력 : 하버드대학교대학원 비교종교학
경력 : 화계사 국제선원장, 2001년 현정사 주지
특이사항 : 하버드대학원 재학중 숭산스님 강연을 듣고 1991년 출가



비가 내리는 어느 여름날 지하철을 탔다. 일요일이었는데도 사람들로 붐볐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내가 탄 지하철 칸으로 들어왔다.

''아뿔사, 우산 파는 사람이 아니었구나.''

잠시 후 나는 그가 예수님을 파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천천히 들어보니 그는 나에게 이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오직 성경만 읽어라. 오직 예수님만 믿어라. 예수님만이 당신을 구원할 수 있다."
나는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단전으로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었다를 반복했다.
그는 나에게 뭔가 계속 얘기를 해댔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흥분에 가득 찼다.

"조심하라. 사탄들이 권하는 사악한 종교를 믿지 마라."

그는 내 뒤에 똑바로 서서 쉬지 않고 퍼부어댔다.
나는 점점 더 앞으로 밀려나 지하철문 유리창에 안경이 닿을 정도까지 되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나의 무관심에는 아랑곳없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다른 종교를 믿지 마라. 그것들은 악마의 가르침이다. 만약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면 당신은 지옥으로 간다.
금불상에 절하지 말라. 우리가 IMF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에 금불상이 하도 많아 하느님이 우리를 벌주셨기 때문이다.
오직 예수님만이 우리와 우리나라를 구하실 수 있다"

그는 계속 내 뒤에서 성경 구절을 인용하고 있었다.
그는 소리치고 있었다.

"성경을 읽으세요! 성경을 읽으세요!"

나는 속으로 약간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그에게 말했다.
''저는 이미 어렸을 때부터 성경을 수십 번도 더 읽었는데요. 하버드 신학대학원에서 성경을 따로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사탄의 종교가 판을 치고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자기 교회 팸플릿을 내 주머니에 찔러놓기도 하고 자기네 교회에 나와 예배를 꼭 보라고 간곡하게 권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내 팔목을 잡아 끌기까지 하면서 소리를 지른다.

"당신 미국에서 온 것 맞지요. 미국 아저씨. 미국은 예수님 나라입니다. 그런데 왜 사탄의 가르침을 믿습니까?"

그리고는 아예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지하철에 탄 사람들을 향해 "악마의 말을 전하는 사탄"이라고 소리지르기도 한다. 한번은 한 중년여자가 나에게 오더니 "우리나라는 예수님 나라이니 하루 빨리 한국을 떠나라"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그들에게 내가 얼마나 예수님께 감사하고 있으며 예수님 가르침에 따라 살려고 하는지 성경책에서 글귀를 찾아내어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한번 시도했다가 큰 모욕을 당한 적이 있어 아예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그들은 내가 무슨 대응이라도 할라치면 ''어찌 감히 이런 옷(승복을 가리키며)을 입고 예수님 말씀을 인용하느냐''고 따졌다.
심지어 어떤이들은 나를 따라 내려 내 앞길을 막으며 나와 논쟁을 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당신이 하느님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럽군요''

재미있는 것은 정작 기독교의 종주국이라 할 미국에는 이런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1996년 내가 묵고 있는 화계사에 세 번이나 불이 났다.
경찰은 기독교인을 범인으로 추정했다.
화계사는 불탄 절을 다시 세우고 개·보수하느라 1억여 원을 들여야 했다.

미국에는 수백 개의 사찰이 있다.

전통적인 기독교의 나라이지만 그 어느 누구에게도 불교 사찰에 불을 지른다든지 탱화를 훼손한다든지 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



▒ 마왕 ▒
2006-11-12 08:58:20
2499 번 읽음
  총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아리만 '06.11.13 8:30 PM 신고
    헐...
    우리나라에 기거하시는 외국계스님들....정말 힘드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 한국만큼 종교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한 곳도 그리 많지않으니까요.. ↓댓글에댓글
  2. 2. 음냐.. '06.11.13 9:45 PM 신고
    참 가슴깊이 와닿습니다 ㅡ_ㅡ 우리네 현실이, 제가 출근길과 퇴근길에 겪었던 일화들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위 본문에 거진 게재되있군요. 허허...십자가 프랜차이즈 날로 포악해져 갑니다 ㅡ_ㅡ 이젠 야경은 시뻘건 십자가 프랜차이즈 간판밖에 안보이는군요. 그모습을 보니 힘든 일상에 가슴마저 답답합디다 ㅡ_- 오랜만에 팔공산 올라가니... 갓바위에서 버젓이 예수천국을 외치는 또라이가 있더군요. 말세입니다 ㅡ_- 그들의 모습을 보면 예수께서 말하신 사랑은 꼬장질 뿐인거 같습디다. ↓댓글에댓글
  3. 3. 도마령 '06.11.14 1:08 AM 신고
    ㅜ.ㅜ
    대응했다 봉변 당한 ......가슴에 와닿는군요 . 조심해야 됩니다 지하철에서 괜히그분들께 공중도덕을 지키자고 하면 들고다니는 십자가를 휘두른답니다 . 뭐 그분들한테는 마귀에게 정의의 철퇴를 휘두르는거겠지만 ㅜ.ㅜ 맞는 마귀는 아프답니다 . ↓댓글에댓글
  4. 4. 듀오 '06.11.15 7:50 PM 신고
    딱
    한대 맞고 두어명 증인 앞세워서 경찰에 인계 현행범으로 체포 해야 합니다. 고성방가와 폭력죄를 적용해..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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