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공과, 그리고 근본적 대안
이태경(토지정의시민연대 협동사무처장)
1. 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진단
□ 2006년 11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유례없는 위기상황임. 국민의 정부 말기부터 시작해 작년까지 계속된 부동산 가격 앙등은 지역으로 따지면 이른바 ‘버블세븐’지역, 부동산 형태로 따지면 아파트 위주로 진행된 반면 금년 추석 무렵부터 본격화된 부동산 가격 폭등은 수도권 전역 및 연립주택까지 확산되는 양상임. 또한 주택, 그 중에서도 아파트의 가격 상승폭이 무서울 정도임. 지금의 시장 분위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임
상황이 한결 나쁜 것은 지금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상당 부분 실수요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임. 그간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것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쫓는 투기적 가수요였던 점과 비교해 보면 지금의 상황은 대응하기가 훨씬 어려운 것이 사실임
정부를 믿고 집값이 안정되기만을 바라던 실수요자들이 서둘러 주택 구입에 나서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얼마 전 있었던 추병직 전 건교부장관의 검단신도시 건설발표였음. 아마 추 전 장관은 추석이후 수도권 집값이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황급히 공급확대라는 신호를 시장에 주어 집 값 급등세를 막아보려는 생각이었을 것임.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시장참여자들은 추병직 장관의 검단신도시 건설발표를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해석함
더욱이 지금으로서는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이 거의 없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태임
Ⅱ.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
□ 본 장에서는 정부 수립 이래 가장 강력하다는 부동산 정책들이 연이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동요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겠음. 참여정부 출범 이후 수립된 굵직한 부동산 대책들만 꼽아 보아도 10.29대책, 5.4대책, 8.31대책, 3.30대책 등이 있음.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역대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들 가운데 위에서 열거한 부동산 정책들을 능가할 만한 위력을 지닌 정책은 노태우 정부 시절에 시행됐던 토지공개념 3법이 유일함
참여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들 안에는 부동산 세제(稅制) 및 금융개혁을 통한 투기적 가수요 억제, 2기 신도시 건설로 상징되는 공급확대, 거래 투명성 확보, 기반시설부담금과 개발부담금 부과를 내용으로 하는 개발이익 환수 등의 조치가 포함되어 있음. 꼼꼼히 살펴보면 알 수 있지만,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 속에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정책 수단들이 망라돼 있다고 평가해도 무리가 아님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불안함. 저금리(低金利)로 인해 시중에 부동자금이 차고 넘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동요는 심상치 않은 수준임. 아니 현금의 부동산 시장은 막 분출을 시작한 활화산 같은 느낌을 줌. 지금부터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방해하고 투기심리를 부추기는 요인들을 차근차근 짚어보도록 하겠음
1. 참여정부의 실책들
□ 참여정부는 적어도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역대 어떤 정부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함. 특히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보유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현실화시키려고 노력한 점은 칭찬받아 마땅함. 그러나 참여정부도 현금의 부동산 시장 불안에 책임이 없지 않음. 부동산 시장 불안과 관련한 참여정부의 잘못은 다음과 같음
⑴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청사진의 부재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을 밝혀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고 부동산 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대책을 내놓았음. 그 결과 시장에는 내성(耐性)이 생겨서 어지간한 부동산 대책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이 초래됨
만약 정부가 출범초기에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새로운 패러다임-예컨대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과 같은-을 천명하고 이를 그대로 밀고 나갔더라면 부동산 시장은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컸음. 결국 정부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만 것임
⑵ 잇따른 증세정책으로 인해 보유세 등의 정책효과가 상쇄
정부는 비전2030과 같은 증세정책을 발표한 바 있음.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대단히 열악한 대한민국의 복지수준을 감안할 때 정부의 정책에도 일리가 있음. 그러나 증세는 매우 민감한 문제임. 참여정부가 추진한 부동산 정책 가운데 가장 소중하다 할 보유세 현실화 정책이 증세정책의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져 그 정책효과가 반감된 건 매우 아쉬움
만약 참여정부가 토지 보유세는 대폭 올리고 다른 세금, 예컨대 자동차세 같이 국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세금들을 과감히 감면했더라면 이른바 ‘세금폭탄론’이 저토록 맹위를 떨치지는 못했을 것임
⑶ 대통령 이하 정책당국자들의 과도한 장담
참여정부는 자신들이 발표한 부동산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 지나칠 만큼 호언장담을 거듭했음. 물론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매우 강력한 것은 사실임.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만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는 것은 아님. 지금과 같은 저금리 여건 속에서는 더욱 그러함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이하 고위 관료들은 "강남이 불패면 대통령도 불패다", "헌법만큼 고치기 어려운 부동산 정책을 만들겠다", "이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자신들이 만든 부동산 정책을 과신했음
본래 큰소리 친 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큰소리친 사람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법임. 정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자 정부를 믿었던 국민들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실망하게 됐고 정책의 신뢰성은 급속도로 추락하게 되었음
만약 노무현 대통령 이하 고위 관료들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국민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야 한다. 부동산 투기 없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함께 고민해 보자"라고 하면서 겸손하게 국민들의 동의와 설득을 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음
⑷ 혁신도시 및 기업도시 등의 졸속추진
참여정부는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할 장치를 마련하지도 않은 채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의 개발을 전국 도처에서 추진해 시장참여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었음.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기조가 투기적 가수요 억제인데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할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혁신도시 등을 건설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에 다름 아니었음
2. 열린우리당의 반개혁적 행보
□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하는 데에는 여당의 공도 큼. 여당은 10.29대책을 크게 후퇴시켜 안정을 찾아가던 부동산 투기 심리에 불을 붙인 것을 시작으로 틈만 나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훼손시켜 왔음. 8.31대책의 입법화에도 미온적이던 여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직후에는 참패의 원인 중 하나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지적하며 맹공을 퍼부음
지방선거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부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 재산세 상승율을 인하하기로 결정한 것도 여당의 강력한 주문이 있었기 때문임. 이 같은 당정의 결정은 결과적으로 6억원 이하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데 일조함
3. 또 하나의 정부,〈조중동〉
□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수구언론이야말로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무력화시키고, 지금의 부동산 시장 불안을 야기한 일등공신임. 이들은 집값이 오르면 오른다고 참여정부를 질타하고 정부가 오르는 집값을 안정시키려 각종 대책을 마련하면 '세금폭탄'이니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느니 하면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공격했음
특히 이들이 발명해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된 '세금폭탄론'의 위력은 가히 가공할 만 했음. 서글픈 일이지만 집 한 채 없거나 달랑 저가 주택 한 채를 소유한 사람들마저 〈조중동〉이 유포한 '세금폭탄론'에 감염돼 정부의 보유세 현실화 방침에 반대하고 있음
작금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불로소득 전유를 목적으로 하는 투기적 가수요 때문임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임. 보유세 및 양도세 현실화가 투기적 가수요 억제에 특효약이라는 사실도 누구나 알고 있음. 그런데 〈조중동〉이 유포한 '세금폭탄론'은 바로 이 보유세와 양도세 현실화를 정조준하고 있음. 세금 부담이 그리 늘지 않는 서민들마저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걸 보면서 새삼 〈조중동〉의 힘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음. 또한 〈조중동〉이 지속적으로 전파한 ‘공급확대론’(수급불균형론)도 정부와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침. 기실 11․15부동산 종합대책도 〈조중동〉이 유포한 ‘공급확대론’의 자장(磁場)안에 있는 것이 사실임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수구언론의 활약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약화시키는 데에서 멈추지 않음. 이들은 정부가 각종 규제를 하고 있지만 집값이 도통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머지않아 집값이 요동칠 것이라면서, 부동산 시장참여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었음
경제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는 시장참여자들의 심리가 가격 형성에 큰 역할을 함. 쉽게 말해 시장참여자들 대부분이 장래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면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 이를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 하는데 〈조중동〉을 위시한 수구언론이 앞장서서 이를 이끌고 있음
지금의 <조중동>을 보면 쉐프터(Martin Shefter)와 긴스버그(Benjamin Ginsberg)가 말한 바 있는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가 연상됨. 행정부와 의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언론 등의 힘이 지나치게 커지는 현상을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라고 하는데, 현재의 한국사회 그 중에서도 부동산 시장을 이 개념만큼 정확하게 설명하는 개념도 그리 많지 않을 성 싶음. 적어도 <조중동>은 부동산 시장에서만큼은 또 하나의 정부(政府)임
4. 수권정당 자격이 없는 한나라당
□ 〈조중동〉이 원외에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무력화시키는데 몰두하고 있다면 원내에 있는 한나라당은 각종 부동산 법률의 개악(改惡)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음
한나라당이 지난 9월 14일과 11월 10일 각각 국회에 제출한 법률안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음. 한나라당이 9월 14일 국회 재경위 전체회의의 제출한 종부세법 개정안을 보면 종부세 과세기준 금액을 현행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세대별 합산을 인별 합산으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음. 또 한나라당이 제출한 법률안 속에는 현행 6억원 이상인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부과기준을 9억원으로 높이고, 주택 한 채를 20년 이상 장기 보유하면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소득세법 개정안과 소득이 많지 않은 고령자 중 1주택 소유자에게 종부세를 감면해 주는 내용의 종부세법 특례안도 포함돼 있음
금년 4월 건교부와 지자체에서 발표한 개별 주택 공시가격 발표에 따르면 종부세 부과대상이 되는 주택은(공동주택+단독주택)은 약 15만 8000호로서 전국 1301만호 주택의 1.2%에 불과함. 결국 한나라당은 고작 1.2%밖에 되지 않는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후퇴시키려고 노력중임
한나라당이 11월 10일 국회 상임위에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음. 한나라당이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1가구 2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해 50%의 단일세율을 매기는 현행 법안을 폐지하는 내용임. 이는 투기목적으로 다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자들에게 실현된 불로소득을 전유케 하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음
한나라당의 행태가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한나라당이 정부가 8․3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해 7월 20일 종부세를 세대별로 합산과세하고,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해 중과세를 해야 한다는 등의 당론을 발표한 바 있기 때문임. 아무런 설명도 없이 기존의 당론을 1년 만에 완전히 뒤집는 한나라당의 행태는 보통 사람들의 상상력을 초라하게 만들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음
차기 대선에서 집권이 유력시되는 한나라당이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부동산 불로소득의 차단 및 환수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을 차례로 무력화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는 마당에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리가 없음. 기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못 찾는 큰 이유는,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부동산 대책-그 중에서도 보유세 및 양도세 현실화, 개발이익환수 등-이 전부 원점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시장참여자들의 기대감 때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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