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은 서울을 보기 좋게 포장함으로써 자기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김민석 후보가 보여준 청계천에 대한 모호한 태도 덕분에 시장이 된 이명박은 청계천을 임기 내에 끝내도록 독려했으며 서울의 대중교통 체계에도 손을 댔습니다. ⓒ 스쳐지나
이명박이 조금만 더 안목이 있는 정치가였으면, 청계천과 서울 교통체계의 완성시기를 이맘때쯤으로 해야 했습니다. 지금 완성한다고 해도 그 공이 역시 이명박에게 귀속될 텐데 말입니다. 공은커녕 과오만 나타나는 시기가 됐네요. 내년 대선이 무르익을 때쯤이면, 온갖 부작용이 터져 나올 겁니다.
문제는 그 밀어붙임에 있습니다. 버스전용차로로 버스의 운행시간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상대적으로 요금도 줄었습니다. 하지만, 그 뿐입니다.
도시 내에서 요금 연계는 이전부터 검토됐던 것이고 그건 이명박의 결단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이명박은 카드업체 선정과정에서의 미혹함으로 엉망으로 만들었을 뿐입니다.
어쨌든 좋습니다. 그나마 이대로 되었으니까 이대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겠지요. 하지만, 문제는 .
버스전용차로제 자체에 있습니다.
도시의 상업적 기능을 배려하지 않은 버스전용차로제는 도시구성원의 상업적 행위를 심각하게 저해합니다. 상권과 이용 인구를 분리합니다.
버스를 타고 가던 중에 허브 전문샵을 봤습니다. 제법 규모도 있고 깔끔해 보였습니다. 간판은 새것이었는데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점포를 폐쇄한 듯했습니다. 문제는 거기에 있습니다. 그 점포를 유심히 쳐다보는데 도저히 그 가게에 들어갈 방법이 없습니다. 가게가 큼직해서 동네 장사로 버틸 수 없는 규모였습니다.
버스를 이용한대도 정류장 이름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일부러 버스를 타고 그곳까지 가진 않습니다. 자동차를 이용한대도 길가에 주차가 불가능합니다. 주차위반 범칙금은 물론이거니와 펜스가 인도로 접근할 수 없도록 가로막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유료 주차장도 없었고 우회해서 적당히 주차할 골목길도 없습니다.
어딘가 정류장이나 10분 이상 거리의 전철역에서 걸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허브 한 줌을 사기 위해서 말이지요. 더 우울하게 느껴진 건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 도로에서 사람들은 섬으로 되어 있는 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에 서 있을 뿐 아무도 길을 걷는 사람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 누구도 그 노력으로 허브를 사러 가진 않을 겁니다. 생필품을 파는 쌀집이었대도 그 집은 문 닫았을 겁니다. 쌀은 더 불가능하지요. 무거운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 가게가 시세보다 싸게 나오지는 않습니다. 건물주는 임대료를 내리지 않을 겁니다. 사실 임대료를 내려야 한대도 문제는 많습니다. 그건 다른 문제이겠지요. 어쨌든 손님의 접근성이 무시된 그 점포는 문을 닫았습니다.
이런 도로가 서울시에 자꾸 늘어납니다. 최근에는 마포지역도 그렇게 되었지요. 물론 마포는 점포로 이루어진 도로가 아닙니다. 빌딩이 연이어 서 있을 뿐입니다. 전철 때문에 지하로 이동하기 때문에 도로에 나올 일이 없습니다. 지하도가 발달하여 있어서 도로변으로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았습니다. 중앙차로제 덕분에 그나마도 사람구경을 할 수 없는 도로가 되겠지요.
상가는 행인을 대상으로 장사를 합니다. 행인이 없는 장사는 십중팔구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나 도로에 있는 시간은 정류장으로 가기 위해서입니다. 도로에 물건을 사러 나가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어딘가의 목적지를 향해 순간이동하기 위해 도로에 나설 뿐 도로에서 물건구매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도시생활에서 생필품 구매는 승용차를 끌고 주말에 한 번 가는 슈퍼마켓만큼 생겨버린 할인점으로 갑니다. 선진구매형태로 그냥 치부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세상은 변하니까요. 문제는 도로에서 밀려난 점포주들의 생계입니다.
재래시장에 손님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어느 재래시장은 시장의 반이 비어 있습니다. 근처에 할인점도 없었는데도 상황이 악화하여갑니다. 그곳에서 수십 년 장사하신 분의 얘기로는 버스 정류장을 이용하기 위해 걸어 다니던 사람들이 모두 마을버스로 이동하기 때문에 시장에 올 일이 없다는 겁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면 마을버스를 타지 못합니다. 멀미나도록 거친 운전에 사람을 잔뜩 태운 마을버스에 비닐봉지를 들고 탄다는 건 신기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러니 그 시장의 상권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서울시내에서 모든 도로는 사람이 머물지 못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이건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서울시민 모두가 사무직 종사자는 아니기 때문이죠. 이 도시에 사는 자영업자는 오지 않을 손님. 버스를 타고 횅하고 지나가는 고객과 땅속에서 이동하는 얼굴조차 모르는 고객들을 기다리면서 무심히 자리를 지키는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 내에서의 물류비용을 줄이는 게 과연 얼마큼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동네 상권을 살린다고 백화점 셔틀버스를 없애버렸지요. 그래도 셔틀버스를 타고 다닐 때는 소매의 구분이 있었습니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구매할 물건과 동네에서 구매할 물건이 구별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구분이 없어졌습니다. 그저 차를 몰고 할인점에 가면 됩니다.
셔틀버스 탈 때는 손에 들고 올 수 있을 만큼만 구입했지만 이젠 자동차로 한꺼번에 구매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셔틀버스 운행 중지로 동네 가게를 이용한 게 아니라 무리해서 중고차를 구매했습니다. 두어 차례 마을버스를 이용했지만 노선도 곧지 않았고 지하도를 건너야 한다는 건 고역이었습니다. 동네 가게에서 사면 될 거라는 무책임한 충고는 사양하겠습니다.
콘크리트로 곧게 만든 하천이 유속만 빨라질 뿐 하천의 역할은 전혀 해내지 못합니다. 한강이 그렇게 되어 버렸듯 서울이 그렇게 될 것입니다.
버스전용차로가 늘수록 할인점에 가는 길만 빨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생계수단을 잃은 자영업자는 도시를 떠나야 합니다. 이 거대한 서울은 강남에 사는 다주택 보유자가 먹여 살릴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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