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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연설과 우리 언론

 

12월21일 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한 노대통령의 연설에 대하여 주류언론과 그에 의하여 대변되는 보수진영은 언제나 그러했듯이 연설의 스타일, 표현 방법, 용어 등에 대하여만 집요하게 공격하였을 뿐, 연설의 내용 자체에 대하여는 정작 별다른 반론도, 비판도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고작해야 '고건 실패론'이 신당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군복무 기간 축소여부에 대한 언급이 대선을 겨냥한 정치공학적 '노림수'인지 따위에만 지면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이나 연설 내용을 언제나 이렇게 '정치공학적'으로만 받아들일 뿐 아니라, 마치 그렇게 하는 것이 무슨 탁월한 분석인줄 오해하는 태도는 한국 언론의 정치 담당 기자들의 한계이다. 그들이 내뱉어 내는 언론보도에 영향받는 일부 국민의 여론 형성 능력 또한 그저 정치인의 '意中'과 '속내'에 대한 짐작이나 일삼는 허황된 '독심술(讀心術)'에 기대어 제기하는 근거없는 갑론을박에 그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과연 어느 언론이 이번 노대통령 연설내용 중 미국, 북한에 관련된 부분과 그 연설이 행해진 시기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고, 깊이있는 분석을 시도하였는가?

이번 6자회담의 핵심 쟁점은 미국이 견고히 유지하고자 하는 BDA 북한 자금 동결에 관한 것이었다. 대통령 연설이 있은 12월21일은 이 문제를 두고 베이징에서 6자회담이 한창 열리는 중이었다. 노대통령은 그날 서울에서 행한 연설을 통하여 BDA 자금 동결 결정이 2005년 9월 미국에 의하여 일방적, 전격적으로 감행되었을 뿐 아니라, 그 시기 또한 남북간 협력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던 '포괄적 접근방법'에 합의한 9.19 선언이 공식 발표되기 직전에 이루어진데 대하여 강력한 의혹을 제기하며 유감을 표명하였다.

거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주한 미군 재배치 및 감축에 대하여 미국정부가 보인 석연찮은 협상태도를 지적하고, 남한을 겨낭한 미국의 언론 플레이에 대하여 매우 높은 수위의 비판을 제기하였다.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한 주한미군 감축협상 내용을 국내 언론에 흘린 것이 누구인지 "수사해 보지는 않았다"라고 우회적으로 언급하였지만 이는 남한 일부 진영의 안보불안을 부추김으로써 남남 갈등을 증폭하여 남한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해 보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질 여지도 없지 않은 미국의 전략에 대하여 매우 강력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었다. 그리고 작통권 환수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에 대한 '심리적 의존상태'를 극복하여야 함을 역설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러한 '자주적' 발언은 초강대국 미국이 국제사회와 한반도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현실로서 인정하여야 함을 지적하는 등 외교적 균형감각을 강조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보면, 거의 확실한 점은 12월21일 경에는 이미 이번 6자회담에서 BDA 문제에 대하여 아무런 진전도 기대할 수 없음이 명백하였다는 것이고, 미국이 계속 이런식으로 북미, 남북 관계의 정상화에 비토를 하는 경우, 남한의 독자적, 자주적 대응의 폭이 커질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미국에 경고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 이번 평통자문회의 연설의 주요한 내용이자 이유의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오늘(12.23) 뉴스는 과연 이번 6자회담이 아무 성과없이 종결되었음을 확인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이 북한과 남한에 대하여 어떠한 전략을 선택할지, 그리고 그 선택에 이번 연설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하여 설득력있는 분석기사를 우리 언론이 제시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정녕 무망한 것인가? 언제까지 '노림수'타령이나 듣고 있어야 하는가? 언제까지 말투와 표현의 격식만을 물고 늘어짐으로써 정작 본질적인 논점은 회피하거나 묻어버리려는 '속 보이는' 수법으로 일관할 것인가? 심지어 어느 신문은 노대통령의 이번 연설에 대하여 <“70분 동안 경제 언급 한마디도 없어” 재계 실망의 목소리> 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였다. 이번 노대통령의 연설이 혹시 전경련 회관에서 경제인들을 상대로 한 것이었던가? 주류언론이 점차 외면받고 인터넷 언론이 부상하는 이유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독자의 수준을 무시하는 언론이 아무 탈없이 장사를 계속할 수 있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 youknowit 



2006-12-25 12: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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