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대 위인들의 유명한 명연설을 들어보면, 연설의 시점으로 부터 오랜시간이 흐르고, 또 바다를 건너오면서 현세의, 혹은 바다건너의 우리에게 정확한 의미를 전달해주기 어려운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깊은 속내에 전달해주는 어떠한 '울림'같은 것이 있다는걸 느낄 수 있다.
칼융의 철학을 빌려 이렇듯 공간적 다름과 시간적 다름을 넘어서 보편적인 이상을 전달해주는 연설문을 설명해보면, 인간이 역사를 통해 학습하고 체득해 본능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집단무의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울림은 연설을 듣는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설명할 수 없는 화학작용을 일으켜 각자가 각자의 내재된 가치를 끌어올림으로 인해서, 사회개혁의 동력을 생성할 수 있는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함으로 한명의 명연설가, 명사상가, 명정치가가 인류의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사회개혁의 주체는 당연히 국민 개개인의 몫이지만, 국민 스스로 '내가 주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동기를 부여해주는 '새로운 시대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유능한 리더의 역할은 사회개혁의 '뇌관'역할을 한다.
명연설과 명연사가 나오기 위한 조건을 생각해보자.
1. 현상세계를 압축해서 받아들이고 요약해서 설명할 수 있는 타고난 통찰력
2. 풍부한 식견을 바탕으로 한 논리의 탄탄함
3. 듣는 모든이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적절한 묘사와 비유
4. 듣는이의 눈높이에 맞춘 친근한 화법, 즉 식자로서의 자기우월감을 표시하지 않는 친근한 수사사용
5. 듣는이의 감정선을 짚어내는 완급의 조절
6. 친밀감을 높이고 감정을 이완시킬 수 있는 유머감각
7. 진실성과 열정
연설이라고 하면, 그저 사무관이 준비해준 원고를 줄줄 읽어내려갈 줄 밖에 모르거나 원리원칙에 입각한 연설밖에 할 수 없었던 대통령들을 주로 만나왔던 우리네 입장에선 생소한 재능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원고를 읽어내려갔던 대통령들의 경우 7번항에서 부터 탈락으로 보면 되겠다.
하기사, 무식함으로 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통령까지 옹립했던 우리 국민이 무슨 할말이 있으랴마는, 미국에서 부시가 대통령이 되는것을 보면서 이러한 부끄러움은 조금 가신게 사실이다.
대통령으로 하여금 '가슴에 울림을 남기는 연설'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도 국민의 정부때가 처음이 아닌가 하는데, 김대중 대통령 역시 3번항, 5번항등에서 특히 강점을 보였을지 모르지만 4번이나 6번항에는 익숙치 않았으며 특히나 우리 정치인들에게 6번의 유머감각을 기대하기란 참으로 요원한 일이었다.
위의 관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을 실례를 들어가며 낱낱이 뒤비(?)보자..
- 어쩌겠습니까? 철저히 파는 거지요. 정말 먼지 나는 것 없나? 잘못된 것 없나? 철저하게 파지요. 별수 있습니까? 공무원들 정신 바짝 차려야지요. 대통령이 일일이 다니면서 감사원장한테 감사 좀 잘하라고 장관 보고 내부 감사 잘하라고 이렇게 할 필요가 없지요. 기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철저히 챙겨주니까요. 그렇습니다. 괜찮은 시스템 아닙니까? -
해석> 정언유착으로 인해 치외법권을 누려왔던 공무원집단의 무사안일과, 그로인해 특권계급이라는 착각으로 정신못차려 왔던 기자들을 동시에 비판하는 내용. 거기에 부연하여 공무원집단과 기자들이 시스템으로 인해 더이상 그러한 특권을 누리기 어려울것이라는 자신감이 내포됨.
상기 문항중에서 1, 3, 4, 6번을 충족하는 부분이라고 판단이 됨
- 우리 한국사회가 그 정도 합의가 안 되는 겁니다. 저 사람 제정신 맞아, 어떤 사람은 설마 제정신이겠지, 어떤 사람은 걔 완전 돌았어, 이런 거거든요. 그래서 멀쩡할걸, 이러면 그날로 박살이 나는 겁니다. -
해석> 너무 오랜 이데올로기 투쟁이 고착화됨으로 인해 야기된 한국 국민의 '다름'에 대한 경직성을 직설적으로 지적한 내용. 문어적인 표현법보다 직설적이고 구어적인 표현법을 씀으로 인해서 친근감과 전달력을 높임.
상기 문항중에서 4, 6번을 충족하는 부분이라고 판단이 됨
-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적절하게 관리해 나가면 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인데, 그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저희더러 사상 검증을 하는 거지요. 장관 지명해 가지고 국회 청문회 내보내놓으면 6.25가 남침이오 북침이오 묻거든요.제가 한국전쟁 6.25 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할 만한 사고력을 가진 대통령이라는 전제가 붙지 않느냐? 참 억울하거든요. 저는 제정신입니다. -
해석> '좌파정부'라고 비난하고 대통령을 빨갱이로 전제하는 수구 세력에 대한 역설적인 반론. '제정신'이라는 말을 씀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자신을 '제정신이 아닌걸로 내모는' 세력들의 사고수준에 대한 실소를 전달하고자 함
상기 문항중에서 4, 5, 6번을 충족하는 부분이라고 판단이 됨
- 그런데 정부가 나서 가지고 국민 여러분! 미사일을 쐈습니다. 라면 사십시오, 방독면 챙기십시오. 이것 해야 하느냐? 새벽에 비상을 걸어야 합니까? -
해석> 사상대결과 위기론 조장을 통해 국민을 끝없는 위기의식에 몰아넣어 지배하고자 하는 기존의 통치방식을 비판하는 내용임. '라면''방독면''비상'이라는 어휘를 사용함으로 인해서 '혼란속에 빠져있는 전시 사회상'을 적절하게 묘사함.
상기 문항중에서 1, 3, 4, 5, 6번을 충족하는 부분이라고 판단이 됨
몇가지 내용을 디비본결과 노무현대통령은, '명연사'이기에 충분한 정치인으로 판단이 된다. 특히나 한국 정치사에서 보기 드물었던 6번의 '유머감각'을 겸비하고 있는 정치인임이 눈에 두드러진다.
왜 6번항이 중요한가? 반드시 연설이 유머러스해야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예, 가급적 유머감각을 내포하고 있는게 낫습니다'라고 대답해주고 싶은것은, 유머라는 놈의 성격 때문이다. 유머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여유'로 부터 비롯된다. 특히나 10%라는 참담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노무현대통령의 연설에서 이렇듯이 '유머'가 느껴진다는것은 아직 그는 자신의 길에 당당하고 기죽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성과 욕설을 동반한 비판보다 '촌철살인'으로 일컬어지는 고차원적이고 유머러스한 한마디 코멘트가 국민의 의식과 판도를 바꾸는데 때로는 더욱 유효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여유로움이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정치인들이 인기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앨고어의 별명이 '보어'인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혹자는, 고어가 조금만 더 인간적인 매력이 있었어도 부시가 집권하기 어려웠을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결국, 노무현대통령이 '빠'들을 거느리고 있는 이유가 이 대목에서 자명해진다. 물론 그의 정치인생이 표징하는 가치관에 이끌린것이 우선하겠지만 아무리 정치이력이 훌륭하고, 인격자이다 한들 연설을 통해, 혹은 토론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타인에게 전달하고, 그로인해 내면의 깊은것을 건드리는 어떠한 '울림'을 자아내지 못하고서는 '끝까지 함께하는' 열성지지자들을 확보하긴 참으로 요원한 일이다.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가 금번 연설을 통해 말했듯이, 정치가와 언론, 사회의 어른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과 기득권세력간의 '언어'와 '세계관'이 다름 때문이며, 그 언행이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해서가 아니라,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뉴타입'의 정치인이므로 그들 입장에선 '판독 불가능'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자신의 사고구조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 본능적으로 사람들이란 거부감을 느끼기 마련이나, 역사의 발전은 언제나 이러한 '거대하고도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고 자기화시킨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유래되어왔다.
아직도, 새로운 시대를 받아들이기에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고하고 싶은것은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으며, 뒤늦게 정신을 차린 이후에는 이미 모든것이 끝나있을 것이라는 거다. 우리의 1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뱀발 : 나머지 부분을 위의 관점에서 분석해보는걸 숙제로 남겨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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