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을 제안한 지 3일이 지나지 않아 기자간담회를 자청하며 국민을 대상으로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에 대한 정당성을 설파하고 자신의 개헌 주장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야당들과 여론조사의 역풍을 보도한 일부 언론들에 대한 적대감을 원 없이 표출하는 자리가 TV 화면을 타고 전국에 방송되었다.
기자간담회를 빌어 설파된 대통령의 발언들은 마치 죄 없는 자들이 법정에서 자신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죄가 없는데 왜 자신을 범죄자로 모느냐에 대한 강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개헌의 정당성과 순수성을 항변하고, 제헌에 동참하지 않는 야당들과 일부 언론들에 대한 적대감 표시, 국민을 향한 자신의 진정성 수용 등이 기자간담회의 주된 강변 내용이었다.
개헌에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한 조건부 탈당, 대통령이라는 권한을 내세운 개헌 발의 강행 협박, 개헌이 실패하더라도 대통령의 신임과는 연계하지 않겠다는 자리에 대한 연연, 개헌 제안에 토론의 길을 막는 야당 지도부에 대한 반민주성, 독재성 운운 등의 거침없는 강변에서 이 나라의 암울함이 잘 나타나 보인다.
중립거국내각 구성을 통해 남은 임기동안 정치가 아닌 국정에 전념하라는 일부의 조언을 개헌을 위한 조건부 탈당을 내세워 거래를 일삼는 행위, 국민의 반대와 야당들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을 앞세워 개헌 발의를 강행하겠다는 민의 수렴이 없는 독단적 정치행위, 개헌이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대통령 신임 문제와는 연계하지 않겠다는 권력에 대한 끝없는 추구, 개헌을 추진할 원동력을 상실한 정권에서 개헌을 하겠다며 야당의 무대응을 반민주적이고 독재적이라 말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타당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공당의 소속 의원으로서 당론에 배치되는 행위에 제동을 거는 것을 두고 반민주적이니 독재적이니 하는 것은 권력을 손에 쥔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표현은 아니다. 독재란 권력을 가진 쪽에서 하는 것이지 힘없는 야당이 무슨 수로 독재를 한다는 것인지 그 사고의 편협함과 독선에 기가 찰뿐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임기 내 개헌을 “노무현이 하면 싫고 반대한다”는 궁색한 논리를 내세워 마치 자신이 힘없는 핍박자인 것처럼 묘사하는 것도 역겨움을 자아내게 한다.
아직도 대통령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독선과 오만으로 국민의 뜻과 야당들의 반대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고 들이대는 노 대통령을 보고 있자면 사람이 표현할 수 있는 그 어떤 비속한 언어와 표현으로도 그에 딱 맞는 말을 찾기가 힘들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고 아무리 순수한 의도를 담고 있다할지라도 노무현 대통령과 현 정권에 몸담고 있는 자들이 제안하고 집행하려고 한다면 우선적으로 거부감이 들고 반대하고픈 것이 솔직한 국민감정이다. 하물며 정치판을 흔들어보겠다는 너무도 분명한 대통령의 정략이 눈에 보임에도 이를 지지해 달라고 떼를 쓰고 협박하는 것은 어디가 모자라거나 정상적인 정신세계를 가진 것으로 보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어 보인다.
대통령 자신이 취임한 초기에는 개헌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더니 임기 막바지에 와서 실정으로 점철된 결과와 꼼수로 일관한 정치개입에서 비롯된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려고 펼치는 막무가내의 몸부림을 어떻게 정당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를 국민들이 수용하고 지지해주기를 바라는 것인지 정신과 생각이 똑바로 선 국민과 야당들이라면 당연히 무시하고 반대하는 것이 정상이다. 더 이상의 꼼수가 국민들에게 통하지 않음도 대통령 자신을 탓해야지 야당이나 언론들을 탓할 일이 아니다.
사람이 위기에 처하면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이 어렵다 하더라도 아직 1년이나 남은 임기 전에 벌써부터 살길을 찾아 헤매는 대통령이 행하는 지금의 좌충우돌이 결과적으로 어떤 결과로 대통령에게 귀결될 것인지를 모른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너무도 모자란 대통령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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