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이 조선일보가 제안한 <균형발전 정책>을 수용했다가 혼쭐이 났다. 노대통령은 지난 30일 지방 언론사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균형발전 2단계 전략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선일보가 펄쩍펄쩍 뛴 것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가슴부터 콱 막힌다.", "답답한 이 정권" 라고 심경을 피력했다.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1단계 균형발전 정책까지는 참았지만 2단계까지 만들겠다고 하니 그 동안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조선사설] 이 정권의 70년대식 균형발전론 (편집자 주 - 원문보기 클릭) ⓒ 노라조
대통령은 30일 지방 언론사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방 균형 발전 2단계 전략을 만들어 올해 안에 立法입법까지 끝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2단계 정책에 “2010년까지 53조7000억원, 2030년까지 116조400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지방 균형 발전에 수십조원의 血稅혈세를 쏟아 부은 정권이 다시 그 몇배의 국민 세금을 더 퍼붓겠다는 것이다.
우선 가슴부터 콱 막힌다. 세계 흐름에 이렇게 거꾸로 갈 수 있는가 하는 생각에서다. 일본은 2000년 들어 1970년대 초반부터 30여년간 펴 왔던 수도권 규제를 통한 균형 발전정책을 버렸다. ‘수도권과 대도시 집중 육성을 통한 전국 동반 성장’ 전략으로 돌아선 것이다. 그 이후 도심 空洞化공동화로 죽어 있던 도쿄는 최근 몇년 사이 완전히 되살아나고 있다. 都心도심 곳곳에 우리 63빌딩만한 초대형 오피스빌딩, 고층 맨션, 상가들이 雨後竹筍우후죽순처럼 솟았다. 대형 개발붐을 타고 기업 투자와 일자리도 늘었다. 도쿄都도 총생산은 5년 전보다 1.7% 늘었고 인구도 6년 새 65만명이 불어났다. 일본 경제는 2002년 ―12.8%였던 기업 투자가 2006년 15.2%로 뛰어올랐고 2002년 5.5%였던 실업률도 4%로 뚝 떨어졌다. 수도권 규제 철폐가 전체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데 一役일역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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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그로폰테 MIT 교수도 “IT 기술로 세계 경제가 통합되는 시대에는 중앙과 지방의 구분이 없어진다”고 했다. 과거의 閉鎖型폐쇄형 경제에선 수도권을 묶으면 공장이 지방으로 갔을지 모른다. 그러나 국경 없는 글로벌 개방경제시대에 수도권을 조이면 기업들은 중국, 인도,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까지 빠져나가 버린다. 수도권과 지방이 共滅공멸하는 것이다. 이 大轉換대전환의 시대에 70 年代式년대식 思考사고에 갇혀 있는 것이 답답한 이 정권이다.
사정은 이렇다.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조선일보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하나 추진한다. 이름하여 <내셔널 아젠다 프로젝트 - 차기 대통령에 던지는 아젠다>. 당시 조선일보 수뇌부는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기정사실처럼 믿고 있었다. 따라서 다른 언론보다 확실한 공을 세우고자 노력했다. 사실 그들은 항상 차원이 다르게 공을 세웠고 누구보다 한 발 빨랐다.
<내셔널 아젠다 프로젝트>도 그 중의 하나. 이 기획특집은 이회창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기정사실화 하고 조선일보가 야심차게 기획한 것이다. 총 12개 분야의 내셔널 아젠다(국가과제)를 뽑아 과제별로 4~5명의 관계 전문가를 위촉하여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당시 동아일보와 신경전까지 벌이며 전력을 다한 프로젝트다. 당시 언론계에서는 조선과 동아의 이 같은 신경전의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자들은 뻔한 충성경쟁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하루 빨리 치고나온 조선일보의 승리를 아무도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의 기획 관계자는 "지난 7월 편집국장 취임 이후부터 준비한 것인데 타사에서 먼저 나와 놀랍고 당혹스럽다."라고 의혹의 눈길을 숨기지 않았다.
<균형발전>은 이 프로젝트의 8번째 아젠다로서 그것이 오로지 이회창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염두에 두고 기획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조선일보의 심정을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사모하는 이를 위해 정성을 다해 차려놓은 밥상을 어믄 이가 와서 먹고 있다면 당장 밥상을 엎어버리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조선일보가 노대통령의 균형발전 정책을 못마땅해 하는 것은 그런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당시 조선일보가 <내셔널 아젠다 프로젝트>라는 기획특집을 통해 이회창 후보에게 상납한 <(8)균형 있는 국토개발>의 제안 내용을 살펴보자. 이 8번째 과제에는 정영일, 최상철 서울대 교수 등 총 5명이 참여했다. 물론 이들도 이회창정권의 시절이 도래했다면 자신들이 국가의 개발전략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을 꿈꾸며 참여했을 것이다.
기획특집면 전면을 할애해 제안한 이들의 균형발전론은 이렇게 시작한다.
"국토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근본적인 방법은 낙후된 지방을 살리는 것이다. 서울에 집중된 경제력을 분산시켜 지방에 '고급 일자리'를 쏟아낸다면, 수도권 집중이 야기한 제반 문제를 대부분 해소할 수 있다."<2002. 12. 08 조선일보 내셔널 아젠다 프로젝트팀>
그리고 국토의 균형개발을 위한 과제로 4개 분야 총 15개 과제를 제시한다. 그러나 그들의 꿈은 2002년 12월 19일 저녁 출구조사 발표와 동시에 깨졌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회창 후보를 위해 준비한 자신들의 <내셔널 아젠다>가 노대통령에 의해 하나씩 추진된다는 것이었다.
행정도시 이전,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및 지방 혁신도시 건설, 용산기지 이전 등 자신들이 준비한 정책이 추진되는 것을 지켜보는 심정이 급기야는 이번 조선일보의 사설을 통해 표출된 것이다. "가슴부터 콱 막힌다.", "답답한 이 정권"의 의미가 그런 것이다.
그들이 사모하는 다른 님을 위해 차려놓은 밥상 옆에 앉아 곱지 않은 시선으로 흘겨보는 이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이 던진 균형발전 아젠다를 소화시키는 노대통령의 소화력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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