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지지율 1위라는 명함을 달고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명박이,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하여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웃지 못 할 촌극의 내용은 이랬다. ⓒ 차차[삥아리] ◆ 노무현과 이명박, 프로와 아마의 차이 ⓒ 실사구시
진행자인 이몽룡 씨가 일해공원의 명칭 논란에 대해 묻자, 예상치 못한 질문에 적잖이 당황했는지 “저는 내용을 자세히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가지고 했는지도 모르겠고...”라며 말꼬리를 흐리게 된다. 이에 진행자는 상황 설명을 하지만, 이에 돌아오는 대답은 “예산을 지원해준 주최의 관련된 사람들 뜻 모아서 해야겠죠. 한 사람이 결정하기보다는 여러 사람의 뜻을 모아서 하는 게 좋겠죠. 전 깊은 내용을 잘 몰라서 답변 잘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라는 동문서답이었다.
대화를 하다보면, 화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청자는 있기 마련이다. 1) 귀의 이상 2) 화자의 설명 부족 3) 청자가 이해하기에 내용이 어려운 경우 등이 있을 수 있겠다. 솔직히 이명박의 경우, 1)은 아닐 것이고 2)와 3) 역시 진행자가 부연설명을 덧붙였으니 이도 아니다. 그리고 여타의 가능성이 있다하더라도 그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그렇다면? 정답은 모르쇠일 것이다. 즉 알면서도 이해하지 못한 척 했을 뿐이라는 말이다.
모르쇠 포지션은 정치인들이 자주 취하는 자세로서, 그 이유야 대개 계산기 두드리며 덧셈, 뺄셈한 결과물인 셈이다. 뻔히 아는 문제도 불리하다 싶으면 회피하고자 하는 비겁한 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은 정말 몰랐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게 된다. 30일 이명박 측이 일해공원 문제에 대하여 “이 전 시장이 그런 일에 어떤 입장을 표명할 것도 아니다. 관련된 말씀을 하시지 않았다”라고 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이미 인지하고 있었을 공산이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입장표명할 문제가 아니라고 규정지은 것이다. 최근 여·야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영남 지역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는 실정이니 이명박 측 계산기 역시 영남 표를 의식해서인가. 아니면 한나라당 전신인 민정당을 창당한 것이 다름 아닌 전두환이니 난감한 문제라서 그런가. 이도저도 아니면, 정말로 언급할 가치조차 없었던 문제로 인식했던 것인가. 그렇다면 참 저렴한 역사관을 가지고 있노라고 말하고 싶다.
설령 몰랐다고 치자. 그러나 분명 진행자는 “합천에 기념공원을 세우는데 그 명칭을 전두환 전 대통령 호를 따서 일해공원으로 하자는 얘기”라며 친절하게 정리까지 해줬다. 그런데도 생뚱맞게 예산을 운운하는 의도에서 그의 검은 속내를 엿볼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한나라의 대통령이 되고자 대권후보로 나선 사람이, 게다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정치인이, 이 정도의 상황분석조차 못했다면 더욱 실망감을 안겨줄만한 일이다.
현재 이명박이 현재 취하고 있는 스탠스는 수수방관, 애매모호인데, 노코멘트로 일관하며 수면 위로 올라온 이 논란이 잠잠해지기만 기다리는 얄팍한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지율의 공포증에 사로잡혀, 신주단지 모시 듯 옆에 끼고 있는 모습이 처량하기까지 하다. 것도 쿠데타, 광주학살도 모자라 독재를 서슴지 않았던 전두환을 성역화 하는 사업에 찍소리도 못하니 말이다.
비단 이명박이 ‘아무 것도 몰라요’ 식 태도를 보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5일 신년 인사 차 전두환 자택을 방문 했을 때의 일이다. 기자들이 강재섭의 낙지 발언에 대해 묻자 “무슨 발언? 나는 못 들어 봤는데, 신문에 났어요?”라며 능청을 떨기도 했다. 아마 이명박에게 상승하고 있는 지지율에 조금이라도 흠집이 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하여 질문해 보시라. 모르긴 몰라도 몸 사리기 모드에 돌입할 것이고, 즉답에는 지금처럼 꼬랑지 내릴 것이 자명하지 않은가.
다음은 진행자가 위의 일해공원에 대해여 언급하기 이전, 이명박에게 한 질문이다.
이몽룡: 1등하기 괴롭습니까? 즐겁습니까?
이명박 전 서울시장: 뭐 괴롭기 즐겁다기 보다는 책임감을 많이 느끼죠. 국민의 기대감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끼고 저도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기대에 반하지 않도록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명박의 모순이 드러남을 지적하고 싶다. 국민의 기대라 함은 국민이 바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사람이 다수의 국민이 반대하고 있는 일해공원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고 그 태도 자체가 무책임을 광고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앞에서는 버젓이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것처럼 자신을 포장해놓고, 정작 국민의 뜻에 반하는 일해공원 언급에 난색을 표하는 이명박의 이중플레이에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
항상 이런 식이다. 한나라당에서 밥 빌어먹고 사는 인간들은 항상 ‘국민이 원하지 않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뇌에 저장해 놓고 앵무새마냥 읊어대는 놈들이다. 그런데 정작 저네들에게 불리한 문제에는 이 공식을 ‘절대’ 적용시키지 않는다. 말하자면 한나라당 식의 국민이란 개념은 유·불리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당최 이명박에게 국민이란 개념이 어떤 것인지 묻고 싶어진다. 이해관계에 물리면 모른 척 외면할 수 있는 대상, 자신의 안위를 위해선 저버려도 되는 대상, 정치 생명을 이어나가기 위한 방패막이 정도로 생각하느냐는 말이다. 이명박이 그랬고, 박근혜, 한나라당 그러했기에 이런 행태를 꼬집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명박은 2005년 “5·18 항쟁 서울기념행사” 그리고 5·18 민주화운동 26주년을 맞이해 개최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바 있다. 영령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그리 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대선을 고려하여, 5·18 학살의 주역이자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만행을 저질렀던 전두환의 영향력에 편승하고자 신년인사를 갔다. 지금은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퇴색시키다 못해, 국민에게 치욕감을 안겨주는 일해공원에 대해선 어떠한 입장표명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호남 측 표 얻기에 안간 힘을 쓴다. 웃기지 않는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이고 그의 이중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진심으로 5·18 민주화 운동의 의미와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광주 분들을 생각했다면 저런 식의 행보는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국민을 깡그리 무시하고 기만하는 태도이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차기 정부를 노리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심을 품었으니 어이가 없다. 옳고 그름이 명백한 일에도 손익만을 계산하시니 그냥 주제파악이나 했음 하는 바람이 생긴다. 암튼 이번 이명박의 태도를 보며,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충고를 해주고 싶어진다.
그래서 제가 대통령 후보가 됐을 때 패널들이 저한테 ‘노 후보, 김정일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오?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예’ 하면 그날로 박살나는 거거든요. ‘아니오’ 해도 곤란하고, 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는 것이 한국 유일의 정치 풍토, 정치 문화 아닌가,
그 사람도 판단력은 있겠지요. 어떤 기준의 판단력, 민주주의 사회 기준의 사고력과 분석력을 가지고 있는 판단력이냐, 공산주의 또는 주체사상이라고 하는 그 체제에 거기에 맞는 수준의 그것을 기준으로 봤을 때 그 수준에서는 적어도 판단력이 있지 않겠느냐, 쉽게 말해서 사람이 저 죽을 짓 하겠냐, 이런 것이지요.
궁지에 몰리면, 완전히 궁지에 몰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이런 것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인데, 저 죽을 짓까지 무릅쓸 만큼 돌아버린 거냐, 아니면 이상한 사람이냐, 이것까지 우리는 합의를 못 이루고 있는 거거든요.
우리 한국사회가 그 정도 합의가 안 되는 겁니다. 저 사람 제정신 맞아, 어떤 사람은 설마 제정신이겠지, 어떤 사람은 걔 완전 돌았어, 이런 거거든요.
노무현 대통령 민주평통 자문회의 연설 중
2006년 12월 21일
이몽룡: 이 전 시장께 곤란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경남 합천에 생길 전두환 전 대통령 기념공원, 일해 공원 명칭 둘러싸고 찬반논란 뜨거운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명박 전 서울시장: 저는 내용을 자세히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는데 무엇을 가지고 했는지...
이몽룡: 합천에 기념공원을 세우는데 그 명칭을 전두환 전 대통령 호를 따서 일해공원으로 하자 이런 이야기거든요.
이명박 전 서울시장: 그것은 어느 예산으로 하는지는 모르지만 예산을 지원해준 주최의 관련된 사람들 뜻 모아서 해야겠죠. 한사람이 결정하기보다는 여러 사람의 뜻을 모아서 하는 게 좋겠죠. 저는 그 깊은 내용을 몰라서 답변 잘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2007년 2월 1일 오전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 중
둘 다 자기네 입장에서 답변 곤란한 질문을 받았다. 물론 노무현은 남북관계를 호전시켜야 하는 막중한 대의에 입각해서 곤란한 입장이 된 것이고, 이명박 입장에서는 집권을 위해서 수구세력 눈치를 보아야 하는 소인배적 입장에서 그렇게 된 것이다. 이렇게 대의에 입각해서 보아도 둘의 포지션은 비교가 안 되지만 대처 방식도 프로와 아마의 차이가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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