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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실명공개로 본, 유신시대 언론의 자화상

 

//news.kbs.co.kr/article/society/200702/20070204/1295421.html

[미디어포커스] [미디어 속으로] 판사 실명공개로 본, 유신시대 언론의 자화상

 

<앵커 멘트>

이번 주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한 권의 보고서가 있습니다. 바로, 긴급조치위반 판결분석 보고서가 그 것입니다.

대다수 언론은 이번 판결분석 보고서 발표에 대해, 못마땅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대체 이 보고서의 무엇이, 언론을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오세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31일 공개된 긴급조치 위반 판결분석 보고서.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내 놓은 이 보고서엔 1412건의 긴급조치 위반 판결문 분석 자료와 당시 판결에 관여했던 판사의 실명이 공개돼 있습니다.

492명의 판사 명단 중 현직에 남아있는 법관은 모두 열세 명. 법조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신현호(대한변협 공보이사): “이런 일들이 계속 악순환이 된다면, 앞으로 판사할 사람 별로 없고요. 판사를하게 되더라도 소신을 갖고 어떤 중벌을 가할 용기를 갖기가 어려울 겁니다.”

대다수 언론도 이런 논리에다 현 정권 비난을 덧붙였습니다.

조선일보는 과거사 뒤집기를 강요하는 정권은 참으로 얼굴이 두꺼운 사람들이라 논평했고. 동아일보는 일련의 과거사 청산 작업이 현 정권 코드에 영합한 행동은 아닌지 자성하라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중앙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가, 긴급조치 시대를 고도성장을 이룩했고 안보가 지켜진 때라고 회고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들 언론이 판사 명단공개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위의 법으로 군림한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 반대는 물론 사석의 취중 잡담도 유언비어로 처벌했습니다.

집회와 시위도 금지됐고, 언론의 유신헌법 비판도 역시, 원천 봉쇄됐습니다.

언론의 무기력 속에 언론자유과 집회결사의 자유는 철저하게 유린됐습니다.

등교거부를 계획했던 여고생들은 무기정학을 당했고, 고려대와 신학대를 비롯한 각 대학의 교수 면직사태도 줄을 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한 수많은 법관들은 법원을 떠나야 했습니다.

<인터뷰> 이영구(당시 부장 판사/변호사): “일신상 그만 나오겠다 이런 식으로 사표낸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을 거로 봐요. 자기 가정 사정 빙자해서 나온 경우도. 그런 전체적인 틀 위에서, 좀 더 이 체제에서 그대로 사법관 하기 어렵다. 양심상. 그럴 때 사표내고 나오는 거죠.”

과거사위가 정리해 발표한 긴급조치 판결문을 보면, 당시의 기막힌 시대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명풀이를 하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는 당선이 안될 것”이라고 말했던 시민. 유언비어 날조유포 등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1년의 징역을 선고 받았습니다.

술김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사진을 보고 “한 밤 중에 총을 들고 들어가 정권을 뺏었다”고 말한 시민은 2년간 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무심결에 흘린 말 한마디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가 전체 긴급조치위반 사건 1심 판결 중 절반가량이나 됩니다.

정권의 폭력이 극에 달했지만 긴급조치 9호가 선포된 후, 언론은 오히려 앞 다퉈, 이를 찬양하고 나섰습니다.

한국 일보는 모두 한 덩어리가 되자는 사설에서 긴급조치 9호 선포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조선일보는 이틀에 걸쳐 긴급조치를 옹호했습니다.

첫날 사설에선 긴급조치를 국론분열을 막고 국민의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한 조처라 표현했고, 다음날에는 국가 안보라는 큰 테두리를 위해선 생활 질서를 여기에 맞춰야 한다고까지 주장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아무리 당시 시대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논평을 내놓습니다.

<녹취> 1975년 5월 15일 중앙일보(난국에의 대처): “박정희 대통령의 이번 긴급조치 선포는 그런 의미에서 난국에의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중략) 학생은 공부만을 해야 하고 정치인은 국력의 결집을 저해하는 반체제적 활동을 삼가야 하며, 사회적 부조리는 엄중히 척결 돼야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과거 독재 권력에 부역하고 긴급조치를 앞장서 옹호했던 언론들, 이번에 판결문과 판사 이름이 공개되자 긴급조치도 실정법이었고, 당시 판결이 시대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두둔하고 나선 것은, 어쩌면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변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대다수 언론들이 판사명단 공개 반대에만 몰두하며, 우리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성찰의 기회와, 젊은 세대들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길 공론의 장을, 철저하게 막아버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 한상희(건국대 법대 교수): “언론같은 데서 과거사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 의미 부여해서 연관시킨 이런 건 어떤 의미에서 언론보도 자체가 정치화 되어서 사건들 과거사 사건에 대한 정상적 평가를 가로막는 은폐한 잘못된 우를 범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많은 언론이 이야기 합니다. 당시 시대가 그랬는데 이제 와서 무얼 어쩌란 말이냐. 일제에 협력한 친일파의 논리와 어찌도 그리도 똑같은지 참 놀랍습니다.

과거의 잘못에서 교훈을 찾자는데 그걸 굳이 찾아서 뭐하냐는 일부 지식인과 언론의 태도가 안타깝습니다.

미디어 포커스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사회] 오세균 기자
입력시간 : 2007.02.04 (11:39)

 

//news.kbs.co.kr/article/society/200702/20070204/1295421.html



2007-02-06 03: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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