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부터 검증이란 말로 불씨를 당긴 것은 박근혜 측이었고 이명박은 그다지 대응을 하지 않는 쪽이었다. 근데 사실 좀 웃기긴 했다. 도덕성에 대해선 그다지 할 말이 없는 두 후보끼리 다른 것도 아닌, 그 부분을 검증하자고 하니 말이다. 이명박 왈, 나는야 높은 도덕성을 가진 자 일생동안 살면서 대단한 무슨 그런 것은 아니지만 ‘높은 도덕성 수준’을 지키며 살아왔다. 올 1월, 이명박이 한 발언이다. 뭐, 청계천, 뉴타운 개발 등 각종 의혹이 있긴 하지만 여기선 논외로 치고 현재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논란을 중심으로 얘기해보자. 과연 저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 사람인지. 최근 이명박의 ‘X파일’이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연예인 X파일 사례에도 볼 수 있듯이, 사람들은 유명인의 뒷담화나 사생활 엿보기 등을 좋아라 하며 관심을 기울인다. 이처럼 이명박의 소식을 접하고 나서 나의 반응 역시 흥미진진, 기대만발로 요약할 수 있을 거다. 제 1라운드는 박근혜의 법률 특보인 정인봉이 주인공이다. 그의 카드는 위에서 말한 X파일이었고 이명박의 부동산, 현대건설 등을 언급하며 왠지 모를 후폭풍이 불 것처럼 관심을 증폭시켰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지금까지 그에게서 나온 건 “선거법 위반”과 관련된 것으로서 ‘별 것 아닌 코미디’로 보는 쪽이 우세였으므로 논란은 수그러드는 것 같았다. 버뜨, 상황을 반전시키며 강력한 펀치를 날리는 이가 있었으니, 이명박의 전 비서관이었던 김유찬이었고 제 2라운드로 접어들게 된다. 우선 당시, 어떤 사건이 문제가 되어 이런 일이 촉발되었는지부터 간단하게 살펴보자. 기억의 한계 상, 신문 보도에 나온 내용으로 정리해봤다.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빨간색으로 표시한 부분은 이명박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잘 설명해준다. 김유찬을 도피시키는 것도 모자라, 허위로 작성된 서신으로 가증스럽게 결백까지 주장했다. 국민들을 기만하고 조롱한 거다. 또한 위의 파란색 줄 친 부분에선 1심, 항소심을 거치는 과정동안에도 끝까지 발뺌하고 음모론이나 읊기에 급급할 뿐, 뉘우치는 모습은 눈곱만치도 없다. 그런데도 현재 이명박 측은 이미 사건에 대하여 사과를 했으니 ‘과거를 묻지 마세요’라며 이비어천가를 부른다.
천만의 말씀 만만에 콩떡이다. 설사 사과를 했더라도 사과에도 급이 있다. 진심으로 하는 사과와 가식적으로 마지못해 하는 사과가 있을 게다. 비록 내가 이명박의 속에 들어갔다 나올 재주는 없지만 (능력이 주어진다하더라도 돈 줘도 싫다) 정황 상, 엄연히 후자 쪽이다. 끝까지 오리발 작전만 구사하고 살 길만을 도모하는 사람에게 무슨 진심이 있겠는가.
게다가 이명박의 파렴치한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 것 같다. 위증교사와 살해위협까지 받았다고 김유찬은 말한다. 그 내용인 즉, 이명박으로부터 해외도피 자금 외에도 위증의 대가로 1억 2천 500여만 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누어 받았고, “너를 목에다 돌을 달아 인천 앞바다에 던져 죽이자 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을 내가 말렸다”라며 협박조로 쏘아 붙였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경악할 만한 일이다. 위증을 요구한 것만으로도 국민입장에선 대단히 실망스럽고 괘씸죄 지대로 적용할 일인데, 조폭세계에서나 나올 법한 “목에다 돌을 달아”와 “죽이자”라는 말이 등장한다. 그동안 이명박이 보여주려고 했던 이미지와는 너무 다른 깍두기 아저씨가 연상되는 발언이니 갑자기 무서워진다.
아무튼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장의 진실공방은 이 두 부분에 주목해서 벌어질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도덕적으로 타격을 입을만한 부분인데도 이명박은 미온적인 대응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켕기는 게 많긴 많은가 보다. 나 같으면 벌써 명예훼손 거론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어쨌든 만일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 타격은 적지 않을 것이란 예감이 스쳐 지나간다.
도덕성 검증 필요하다
대개 수사과정에서나 형을 확정할 때, 범죄를 저지르기 전 서전 공모여부, 치밀하게 계획했는지, 의도성은 얼마만큼 개입되었는지 여부에 집중한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명박은 ‘악질 범죄자’ 유형에 속한다 할 수 있다.
그러니 이쯤 되면 이명박의 도덕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고도 남음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들썩거리지 않는다. 이제껏 장관 내정자 또는 현직 장관에 대하여 도덕성 시비를 끊임없이 걸고 나왔다. 그 뿐인가? 자진 사퇴, 경질, 퇴진을 요구했고, 퇴진한 장관들도 꽤 된다. 대통령 탄핵 때는 또 어땠는가? 근데 웬걸?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명박 사건에 대해선 관대한 분위기다. 의심이 감지될 때마다 특수 안약으로 씻어 내리나 보다. 가히 ‘도덕 불감증 당’다운 면모이지 않는가?
초등학생에게도 요구되는 도덕적 측면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후보에겐 적용시키지 않는 그런 요상한 논리는 없다. 도덕성이란 기본 마인드에서도 최악을 보여주는 자가 대통령이 되어 ‘어린이 여러분, 법을 준수해야 됩니다’라고 말하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빚어져선 안 되지 않는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장면이다.
대통령의 도덕성에는 유통기한이 없어야 한다. 이명박은 대선 후보로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 (그렇게 되어선 안 되겠지만) 이다. 되기 전이나, 되고 난 후에도 도덕적 흠결이나 하자가 있다면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치밀하게 검증 작업을 통해 접근하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공소시효가 지나간 일이라는 둥, 음해, 흑색선전, 제 2의 김대업 사건이라는 둥, 논란거리도 안 된다는 발언을 하는 인간들을 보니 그들의 뇌구조가 심히 궁금해진다.
2월에 실시된 헤럴드경제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조사한 설문에 의하면 전·현직 대통령 중 도덕성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분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한다. 그렇게 흠집 내고, 없는 말까지 지어내가며 타격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성적표를 받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이명박을 한 번 보고, 고개를 돌려 대통령을 보니 비교됨은 물론이거니와 거듭 강조하지만 대통령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란 생각만 든다.
마무리하며
현재 이명박은 ‘부자 몸조심’을 하고 있다. 뭐, 명박스런 해법이고 한나라당에선 이미 보편화가 되어버린 대응방식이긴 하다. 일종의 당훈이랄까. 그러나 의혹이 제기된 만큼 벗길 것은 깔끔하게 벗겨야 한다고 본다. 국민의 알권리 가볍게 패스하는 센스는 뒷마당에 묻어두시고, 사나이답게 정면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상큼할 것 같다. 사과할 건 하는 ‘당당 맨’으로 변모할 건지, 아님 계속 보여 왔던 모습인 ‘비겁 맨’으로 남을 건지 한 번 지켜보자.
앞으로 이 일이 대선정국에 어떠한,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끼칠지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사안이므로 어물쩡 넘어가서는 안되는 건 분명하다. 암튼 이명박을 중심으로 모락모락 피어나는 의혹을 풀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그리고 박근혜에 대해 이명박이 반격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도 기대가 크게 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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