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등쳐먹고 사는 내 이야기를 지겹게 다시 해보자. 나는 환자들의 '문제해결'을 위해서 진료실을 지킨다. 현대의학 교육의 제일 목표도 의학도로 하여금 일차 진료의사로서 문제해결능력을 갖추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건강과 질병에 관한 '문제'는 수학정석에 나오는 수학문제처럼 '해결'될 성질의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은 자신들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문제들을 병원에 가서 의사가 지어준 약을 먹거나 수술만 받으면 학원강사가 수학정석 문제를 풀어주는 것처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한다. 아니, '약'이라는 관점으로만 국한하자면 환자들의 목적은 병원진료가 아니라 '약'을 손에 넣는 것에 있다. 무슨 약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그 약에 대한 맹신이 마음 속에 자리잡으면 병원과 약국을 통하지 않고 그 약을 구할 수만 있다면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나마 병원에 가서 처방전 끊고 약국가서 조제받는 것은 그것이 가장 쉽고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장땡이니까 그냥 혈압약만 먹으면 고혈압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모든 합병증으로부터 자신이 보호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좋게 말하자면 순진무구함이요, 솔직히 말하자면 멍청함 그 자체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환자들은 나에게 빚보증을 받듯 건강문제에 대한 절대보장을 요구한다. 두통에 관한 글에서 말했지만 전체 두통환자에게서 CT나 MRI 검사상 이상 소견을 보이는 경우는 3% 내외이다. 머리가 아파서 병원에 왔는데 나의 진단은 편두통이다. 당연히 큰병원 가서 MRI 찍는데 돈낭비 말고 예방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 정말로 MRI 안찍어도 돼요? ' 나의 대답은 '99% 신뢰수준으로 이상 없을 확률 97%. '이다. 이미 왠만하면 MRI 찍지 않으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상태라면 내 대답은 명답이 된다. 반대로 꼭 찍으려고 마음먹은 사람에게 나의 대답은 내가 크고 좋은 병원 가서 정밀 검사 받는 것을 방해해서 싸구려 동네 병원에서 자신을 붙잡고 진료비나 챙겨 먹으려 하는 나쁜 의사 새끼라는 증거가 된다. 사람들의 선입견과 편견에는 이유가 없다. 이유가 없으니까 선입견과 편견이 된다. 거기에는 맹목이라는 심리상태도 필연적으로 함축된다.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다. 보고 듣고 판단하는 과정은 자신의 맹목에서 출발한 선입견과 편견을 합리화하는 데코레이션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이것은 정말로 골 때리는 사회병리 현상이다. 이명박의 경부운하는 한마디로 '구라'이다. 삽질 노가다 수준의 대가리에서 나온 '운하 구라 개그쑈'를 띄워주는 애드벌룬으로 고용 창출, 골재확보, 수질개선, 경기부양 등 말도 되지 않는 정신분열적 망상들이 후속탄으로 쏟아져 나온다. 나는 공부깨나 했다는 과학자, 경제학자, 인문학자 부류들이 태연자약하게 학자로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그런 망상을 주절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반면에 이명박의 도덕성에 대한 검증 논란은 별로 이슈거리가 되지 못한다. 이명박의 대항마로 여권에서 누가 대선후보로 나서더라도 현재 이명박에게 걸려 있는 수많은 자질과 도덕성 문제 중 아주 사소한 단 한가지라도 유사한 문제가 여권후보에게서 발견된다면 그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여권후보는 난도질당하여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이것은 신뢰수준이나 확률 운운할 필요 없이 100% 장담할 수 있는 진실이다. 도대체 이 엄청난 사회병리 현상은 어디서부터 왔을까? 진보 장사치들도, 민생 장사치들도 노무현이 일관되게 행해왔던 '권력의 해체'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혈압약 먹는 것이 고혈압 치료의 전부가 아니다. 금연하고, 운동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낙천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의사가 혈압조절을 좌우할 수 있는 부분 역시 별거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도 아닌 의사새끼가 할 일이 별로 없다니 좋은 소식이겠지만 의사가 할 수 없다고 인정한 부분은 그 누구도 아닌 환자 자신의 책임영역이 된다. 즉, 고혈압 치료는 혈압약 50% + 자신의 노력 50%라는 의미이다. 박정희는 개헌을 어떻게 해치웠는가? 공안정국을 조성하거나, 계엄령이나 위수령을 때려서 사회공포 분위기부터 조성했다. 그리고 북괴의 위협과 한국적 민주주의를 뇌까렸다. 사회적 논의? 국회 심의 과정? 국민투표? 유신시절 초등학생 때 북한의 선거는 철저한 감시 하에 치러지므로 투표율 100%, 찬성율 100%라는 말도 안되는 결과가 나온다고 배웠다. 젠장, 당시 교과서 만든 인간들 사돈 남말 하는 지랄 옆차기 짓거리를 저지르면서 어떤 심정이었는지 졸라 궁금하다. 잘라 말하지만 그 시절 진정한 저널리즘의 마지막 보루는 '선데이 서울'과 '주간 경향'이었다. 박정희 같은 인간에게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대한민국의 전부이고, 자신만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를 가졌다는 과대망상 속에 살다가 비명횡사한 인간이었으니 말이다. 술탄이 하렘을 거느리는 것이 당연하듯 그의 엽색행각도 그런 맥락이었으리라. 이명박이 수치와 염치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그 주제에 대통령 되겠다고 발광하는 것도 마찬가지. '나는 특별하니까.'라는 심보이다. 박정희도 이승만의 클론으로 그렇게 살다가 죽었듯, 이후의 대한민국 지도자들도 박정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김대중 대통령마저도 박정희의 그늘에서 100%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그것은 유신시절 나에게 주입 교육된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궤변의 망령이리라. 그리고 오늘도 내가 환자들에게서 경험해야 하는, '약'에 대한 순진무구한 맹신과 자신을 진료하는 의사의 조언도 거부하고 오로지 자신의 예단으로 움직이고자 하는 맹목적 저돌의 또다른 모습이리라. 김대중이 권력을 돌려주고 싶어도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준비는커녕, 인식조차 없었던 것이다. 노무현은 비로소 권력의 해체와 분점과정을 통해 국민의 고유권한이었던 자유의지를 돌려주었다. 동시에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힘, 대한민국을 아름답고 강하게 키우는 동력 역시 우리들의 선한 자유의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숙제도 안겨 주었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분초단위로 꽉 짜여진 각본을 우리들에게 총칼로 강요했다면 노무현은 지침서나 필드 메뉴얼을 우리들에게 진지하게 권한 것이다. 만약 상황이 FM대로 안 굴러가면? 각자 알아서, 그게 안되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기. 그것이 민주주의 아니었던가. '박정희 향수'는 지침서와 필드 메뉴얼이라는 생전 보지 못한 시스템을 접한 국민들이 본능적으로, 반사적으로 보이는 패닉현상에 불과하다. 우리네 부모들, 스파르타식 해병대 합숙 훈련으로 아이들 조져서 공부시키는. 그렇게 해서라도 일류대학의 합격을 보장하는 학원을 선호한다. '공구리 삽질 정신'으로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이게 말이 되냐?)라는 구호로 무장한 이명박에게로 지지율이 몰리는 사회병리 현상도 결국은 무소불위의 파워에 복종하는 것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격에 어울리지 않는 자유의지를 돌려 받아서 발병한 일종의 '공황장애'인 것이다. 쪽발이들의 위안부 문제를 욕하는 사람들이 '양심이'보다 '민생이'를 편애한다. 그래서 '일해공원'이라는 대한민국 양심의 묘비가 자연스럽게 세워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이명박 대세론이라는 콘크리트로 그 묘비의 토대를 굳건히 하려한다. 아마도 그 아래에 '노무현'이라는 우리들의 자유의지마저 묻어버리고 싶어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운하 구라 개그쑈'에 모두가 환장하는 진정한 이유이다. 결론은 이미 정해졌다. 박식한 학자께서 가라사대, 스크류가 돌아가면 강물이 깨끗해진다고 하셨다. 좋다. 나도 의사로서 말하자. 알콜을 많이 섭취하면 몸이 소독되어서 잡균이 죽어 건강해진다고. 그러니까 차떼기 당은 술잔깨는 퍼포먼스 하지 말고 니들 문화대로 폭탄주 권장 캠패인을 화끈하게 전개하라! 아무리 유능한 강사라도, 아무리 내공 깊은 의사라도 우리들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 그저 우두커니 앉아서 떡이나 받아먹으려 생각을 우리가 버리지 못한다면, 보고 싶지 않은, 하지만 꼭 받아들여야 하는 진실을 설득하는 노무현을 미워하는 것도, 그 미움의 연장선상에서 박정희와 전두환의 클론에게 대한민국의 운명을 저당 잡히는 것 또한 어쩌면 자유의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슬퍼하는 것은, 분노하는 것은, 홧김 서방질로 저지르게된 어처구니없는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핏값을 치르는 사람들은 결코 잘나디 잘난 국민들이 아니라 진주처럼 고운 아침이슬 같은 사람들이라는 아이러니이다. 인혁당 사건처럼 말이다. 운하는 구라이다. 게다가 정치를 떠나 생각해도 그 구라는 환경적 재앙을 예고한다. 이 재앙의 시나리오가 장미빛 공약으로 회자되는 사회적 정신분열 발작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딱 하나이다. 바로 노무현이 나서서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하면 된다. 그렇게 된다면 차떼기당과 진보장사치들은 아무 이유 없이 일치단결하여 경부운하를 반대하고 용도폐기 시킬 것이다. 그것이 나에게 보이는 대한민국의 참얼굴이다. ⓒ 내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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