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청와대가 '개헌'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균형발전''부동산'을 주제로 조선.동아.중앙일보의 논리에 조목조목 근거를 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청와대로선 지난 23일 동아일보를 향해 '기자적 자존심을 갖고 글을 쓰십시오'라며 비난을 토해낸지 이틀만에 다시 이들 신문과의 전면전에 나선 셈이다.
청와대는 25일 홍보수석실 명의로 청와대 브리핑에 '묻지마 반대 소신도 논리도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일부 신문의 말 뒤집기를 돌아 본다'는 부제를 달고 신문의 사설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반론을 펼쳤다.
청와대는 글에서 "일부 보수 신문의 말 바꾸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대통령이 제기한 국가적 중대사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을 바꿨다. 왜 소신을 버리고 말을 바꾸는지 이유는 대지 않는다"며 포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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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반대’, 소신도 논리도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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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신문의 ‘말 뒤집기’를 돌아 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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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보수신문들의 말 바꾸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행정수도, 부동산, 전시작전통제권, 개헌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이 제기한 국가적 중대사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을 바꿨다. 왜 소신을 버리고 말을 바꾸는지, 이유는 대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설명할, 그럴듯한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유가 있다면 단 하나. 그 제안을 한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사실 뿐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참여정부 출범 이후 4년 내내 계속됐다. 일부 신문들의 대표적인 말 뒤집기 사례를 돌아보았다.
■ 개헌
20년 만에 돌아오는 기회 → 왜 지금 개헌인가
대통령이 지난 1월9일 원 포인트 개헌을 제안하자, 한나라당과 언론은 일제히 ‘정략적’이라고 비판했다. 갑작스런 개헌추진은 대선판도를 흔들려는 것이므로 개헌은 차기 정권에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제안은 결코 갑작스럽지 않았다. 대선공약이었을 뿐만 아니라 언론·정치권·학계에서 수차례 필요하다고 했던 것이다.
조선일보는 “만약 개헌을 한다면 이번이 20년 만에 돌아오는 호기(好機)”(05.2.16)라고 강조했었다. “2007년 12월 대선과 2008년 4월 총선은 두 선거 사이의 간격이 거의 없다”는 설명도 했다. 동아일보는 그 시기를 “새 국회 초반부터 개헌 논의에 빠져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2006년 후반기와 2007년 초”(동아 04.4.29)라고 못 박았다. 중앙일보는 좀 더 구체적으로 중임제를 골자로 한 “원 포인트 개헌”(05.7.8)을 주장했다. 5년 단임제의 폐해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불일치를 지적하고 개헌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낸 것은 물론이다. 청와대와 대통령의 현재 생각과 거의 일치했다. 적어도 대통령이 개헌제안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한 다음날(07.1.10) 모두 말을 바꿨다. 조선일보는 “개헌논의는 다음 기회로 미뤄야 한다”고 했고, 동아일보는 “왜 지금인가 의문”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지금 여건상 개헌이 쉽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차기정권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을 설파했다. 지금 하면 왜 안되는지, 차기정권에서 개헌이 가능한지 등은 면밀하게 따져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이들이 차기정권에서 개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다. 조선일보는 2005년 사설에서 분명하게 말했었다. “5년 단임제를 바꿔 다른 선거주기와 맞추려면 대통령 혹은 국회의원들 중 어느 한쪽이 자기 임기를 양보해야 하는데, 참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다음 정부에서 개헌이 실현될 수 있다고 보는가에 대해 50% 이상이 ‘불가능하다’고 답한다. 개헌은 필요하다면서, 지금 해도 안되고, 다음에도 어렵다면, 어쩌자는 것인가.
■ 전시작전통제권
2000년 이전 전시작통권 확보 과제 → 무모한 일
작전통제권 환수는 1987년 당시 노태우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다. 그것을 1994년 김영삼 대통령 때 전시와 평시를 구분, 평시작통권만 이양 받게 된 것이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이를 ‘제2의 창군’이라 했다. 언론도 “한국 국민의 자존심을 살리고 대외 입장을 강화하는 의미”라며, 찬사와 함께 하루빨리 전시작통권도 환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94년 ‘평시작통권 환수 의미’를 분석한 기사에서 “자주방위의 큰 진전”이라 평하고, “2천년 이전에 전시작통권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10.7)라고 했다. 동아일보도 “우리가 작통권을 유엔사령관에게 넘겨준 것은 전쟁 중 작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였다”며 “휴전 41년이나 지났으니 작전권의 일부가 아닌 전부를 하루속히 되찾아야 한다”(10.9)고 강조했다.
그 이후 10여년이 흐른 2007년 2월25일, 비로소 한미양국은 한반도 전시작전통제권을 2012년 4월17일 한국군에 이양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하루속히’ 전시작통권을 되찾으라던 언론들이 “강력한 전쟁 억지 체제가 사라졌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전시작통권 환수를 “정권의 시위 성공”으로 폄훼하고, “무모한 일”로 매도했다. 당장 안보위기상황이 초래될 것처럼 불안 심리를 자극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은 수백조원의 안보 부담을 지고서도 안심하고 살 수 없는 대가를 치르게 됐다”고 했고, 동아일보는 “안보 공백을 메우는 일이 다음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며 탄식했다.
참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작통권 환수 논의가 한창이던 1994년 3월 ‘서울 불바다 선언’이 나오고, 1994년 6월 북한이 IAEA를 탈퇴했을 때에도, 전시 작통권까지 환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신문들이다. 그런 신문들이 세계 7위의 국방력을 갖게 된 지금, ‘안보공백’ 운운하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균형발전
수도를 옮겨라 → 천도, 밀어붙이기식은 곤란
2004년 우리사회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들끓었다. ‘천도(遷都), 밀어붙이기식은 곤란하다’(6.12), ‘참여정부, 여론 밟고 수도이전 할 건가’(8.12), ‘구름 위의 균형발전, 땅 위의 투기대란’(9.23), ‘수도이전 국력소모 이젠 끝내야’(10.22)…. 수도이전 문제가 마치 처음 거론이라도 된 듯 조선 동아 등에는 거의 매주 행정수도이전을 반대하는 사설이 실렸다. 노무현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을 뿐 아니라, 2003년 말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특별법이 통과될 때도 조용하다가 막상 법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자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사실 거슬러 올라가면 행정수도 구상은 박정희 대통령 때 처음 나왔다. 당시 언론은 “박대통령의 일대영단” “영도자로서 심모원려”라는 수식어와 함께 “국력의 팽창과 발전의 상징”이라고 보도했다. 이후에도 조선은 1991년 “수도를 옮겨라”라는 제목의 칼럼(최청림 칼럼, 9.25)을 싣고, “그래야만 수도권의 인구분산 및 전국의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언했다.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최 전 국장은 칼럼에서 “박 대통령 때 구체화된 수도의 이전계획이 5공 들어 상당부분 실행에 옮겨졌는데, 6공 들어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며 “(6공 정부가) 수도권의 지옥화를 유도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더 이상한 건 신문지면에서 ‘수도권과밀화’와 ‘국토균형발전’ 문제가 자취를 감췄단 사실이다. ‘수도권 집중’ ‘서울 과밀’ ‘인구폭발’ 등은 묵은 과제이자 90년대 이후 신문의 단골메뉴였다. 동아일보는 이미 1990년 사설(8.26)에서 “서울은 이미 도시화의 한계를 넘었다”며 “서울은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1990년 42.8%이던 수도권 인구는 2000년 46.3%로 늘어났다. 이미 십수년 전에 ‘지옥’이라 불렸던 수도권 과밀과 지역공동화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언론은 마치 지역불균형은 이제 문제도 아니라는 듯 지면에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을 ‘국력소모’ ‘천문학적인 비용’ ‘투기대란’으로 공격할 뿐이다. 불균형 문제는 이대로 방치해도 좋다는 뜻일까.
■ 부동산
부동산 대책 핵심은 보유세 강화 → 보유세 폭탄
2003년 10.29대책에 이어 2005년 8.31대책, 2006년 11.15대책에 이르기까지 참여정부가 부동산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보수신문들은 집요하게 흔들기를 시도했다. 주된 논리는 부동산에 정부가 개입하지 말고, 시장에 맡기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경고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세금폭탄’이라는 말을 동원, 조세저항을 부추기는데 온 지면을 할애했다. 이는 정권이 바뀌면 정책은 후퇴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심어줬고, 국민들은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낡은 끈을 놓는 것을 주저했다.
그러나 보수신문이 항상 이런 주문을 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90년대만 해도 땅과 집을 ‘공공재’로 인식했고, 땅 투기 억제는 ‘절대 선’이라고 강변했었다. 회사 입장을 대변하는 사설을 통해 동아일보는 “부동산대책의 핵심은 역시 보유세 강화에 있다”(90.4.14)고도 했다. “일정규모 이상의 부동산 소유자가 지금보다 재산세를 더 내게 될 때 확실히 투기는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종부세 반대논리와는 영 딴판이다. 조선일보도 ‘아파트값 자율화 안된다’(93.2.3) 사설에서 부동산은 사적 시장기구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땅과 집이 투기적 이윤을 보장하지 못하도록 토지-주택관계 제도와 조세체제의 완전한 정비”를 주문하기도 했다.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다고는 하나, 부동산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달라질 수는 없다. 보유세를 강화하라던 보수신문이 ‘보유세 폭탄’이라는 말로 국민을 속여선 안된다. 시장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며 아파트값 자율화를 반대하던 신문이 분양가 상한제를 무조건 반시장적이라고 공격하는 것도 옳지 못하다. 역대 정부의 일관성 없는 부동산정책은 ‘부동산불패 신화’의 가장 큰 적이었다. 경기가 침체될 때마다 부동산 규제를 풀어 시장의 내성을 키워온 것이다. 여기에는 언론의 일조도 적지 않았다. 참여정부는 끊임없는 언론의 흔들기 속에서도 부동산투기억제, 부동산거래 투명화, 조세형평성이라는 원칙을 지키며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기는 어려워도, 뒤집기는 쉬운 일이다. 손 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고 원칙을 뒤집고 소신을 꺾어버리는 일은 장삼이사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다. 하물며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언론이 그리 하는 것은 납득할 사유가 있어야 한다. 일부 신문들의 표변은 무슨 연유일까. 오로지 대통령이 싫어 그런다면 국가와 국민 앞에 너무 큰 해악을 끼치는 것이다. 일부 신문들이 맹목적 ‘반노무현주의’에 빠져 부박하게 손바닥을 뒤집기보다 손바닥을 가슴에 대고 성찰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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