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때문에 매우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노무현이라면 처20촌까지 뒤져서라도 끌어내리고 싶어 발악을 하던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노비어천가’를 연일 부르고 다닌다는 것이다. 평소 말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얘기만 하던 전여옥조차도 노무현을 길이 찬양하면서 난리도 아니다. ⓒ 술한통회한접시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안 하던 짓을 한다든가? 그러면 이들이 죽을 때가 다된 것일까? 물론 아니다. 헐리우드 영화의 법칙 중에 ‘드러난 범인은 범인이 아니다.’가 있고, ‘최고의 악당은 항상 마지막에 죽는다.’가 있다. 조중동을 비롯한 한나라당은 아직 죽을 때가 되지 않았다. 워낙 최고의 악당이라 그들을 종식시킬 주인공의 라스트씬까지 있을 수밖에 없다.
죽을 때가 아닌 데도 평소에 안하던 짓을 하는 이유는 나름대로 잔머리를 굴렸기 때문이다. 한미FTA는 어차피 반대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집단이다. 물론 찬성하는 척하면서도 개별 사안에 대해서 노무현을 물고 늘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보다 노무현을 확실하게 빨아주는 쪽을 택했다.
노무현은 정치적으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있다. 그를 지지하는 정치기반은 다 허물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보진영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개혁세력으로 지칭되는 쪽도 대부분이 등을 돌린 상태다. 한 마디로 왕따 당한 것이다.
그런 노무현을 치켜준다고 해서 정치적 상황이 반전될 리는 없다고 본 것이고 이번 기회에 노무현이 그나마 가지고 있는 개혁적 이미지를 완전히 수구화함으로써 혹시나 긴가민가 하는 기존의 지지자들도 싸그리 등을 돌리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성동격서’요, ‘허허실실’의 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노무현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제법 먹혀들 수 있는 수법일 수 있다. 간간이 그것을 혼란해 보이는 사람들도 보이는 것 같다.
조중동이, 한나라당이 노무현에 대해 그렇게 패악질을 부리는 것은 노무현이 밉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정말 두렵기 때문이다. 탄핵의 후유증이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들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태연히 벌이기 때문이다.
대북송금특검을 부결할 줄 알았는데 덜컥 받지를 않나, 이라크 파병을 당당하게 보내야 한다고 하질 않나, 자신들에게 대연정 하자고 손을 내밀지 않나, 개헌부터 한미FTA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노무현의 속을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잔머리를 굴린 것이 이번 기회에 확실히 왕따를 시키자이다. 임기 말의 대통령을 고사시키려고 했는데, 그래서 개헌도 모르쇠로 일관했는데 한미FTA로 주목을 받고 있으니 주목을 받을 바에는 자기들 쪽 사람으로 인식되게끔 함으로써 개혁의 향수를 지닌 지지세력의 표밭을 깡그리 짓밟아 놓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보진영의 반노무현 구도를 더욱더 굳힘으로써 일종의 ‘차도살인’을 하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그래 봐야 잔머리는 잔머리인 것이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정상적인 대선에서 늘상 실패하는 이유는 국민의 다중성을 이해 못 하는 데에 있다. 그들이 ‘노비어천가’를 부름으로 해서 진보진영이 확실히 반노무현으로 돌아선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반노무현에 있던 사람들 또한 노무현을 쳐다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민은 냉철하지만 뭉쳐서 대중이 되면 사소한 것만으로도 쉽게 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제까지 쳐다보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노무현을 쳐다봤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까?
그것을 알아보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동아일보 사설인지 컬럼인지 모르지만 노무현을 칭찬하면서 넌지시 개헌을 포기하라는, 협박인지 충고인지 모르는 얘기를 하고 있다.
지금 노비어천가를 부르며 노무현의 고립무원을 더욱더 부채질하고 있지만 조만간 나올 ‘개헌’이 발의되면 어떨까? 한미FTA 이전보다 더욱더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그토록 ‘노비어천가’를 부르던 집단이 같은 사람이 제시한 ‘개헌’에 대해서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한다는 것은 아무리 잘 봐주려야 개그밖에 안 되는 것이다.
물론 조중동과 한나라당은 그것을 꿋꿋이 이겨낼 수 있는 뻔뻔함과 철판을 두르고 있지만 그들로 인해 다시금 쳐다본 국민의 표밭은 어찌할 것인가 말이다. 만약 진보진영에 기대여 반대 여론을 형성하고자 하면 바로 아웃된다.
진보진영이 아무리 한미FTA로 마음이 상하고, 민주노동당이 뻘짓을 하더라도 한미FTA와 ‘개헌’은 지구와 안드로메다 성운 바깥의 이름 모를 별과의 거리만큼 다른 사안이다. 한미FTA를 빌미삼아 국회에서 부결을 시킬 경우 그 정치적 후폭풍을 감당할 간뎅이 큰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다. 다들 처음에는 반대 비스무리 나가다가 결국은 국민에게 떠밀리고 만다.
우리나라 국회만큼 권한은 악착같이 챙기면서 책임은 한 푼도 안 지려는 비생산적인 국회의원이 어디 있을까. 공이 국민에게 넘어오면 개헌은 기정사실이 된다. 한미FTA는 찬·반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한국 근·현대사에 획을 긋는 중대한 사안이다. 국민은 그것을 우려와 흥분 속에서 맞이하고 있다.
일단 미국과 어떤 형식으로든 맞짱을 떴다는 것은 그동안 미국에 대한 불평등과 패배주의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역외지역 인정은 국민의 99.99999%가 바라마지 않는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달성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그런 국민에게 ‘개헌’은 다시금 대한민국 미래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대한 사안으로 비칠게 틀림없다. 그리고 무엇이 올바른 의사결정인가를 주인으로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주인공은 나중에 나타나다’ 라는 영화의 법칙이 있다. 조중동은, 한나라당은 ‘나중에 나타날 주인공’을 위해 라스트씬을 화려하게 장식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얘기하면 ‘제 발등을 지가 찍고 있다’ 라는 얘기다.
누군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개헌 얘기한다.
“개헌하면 안 됩니다. 노무현의 정략입니다”
“너거들 노무현 무지 좋아 했잖아. 갑자기 왜 그래?”
한나라당이 ‘개헌’과 ‘한미FTA’를 가지고 노 대통령에게 빅딜을 제안한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개헌을 포기하면 한미FTA를 무조건 찬성할 것이고 아니면 반대할 수도 있다’라는 식의 발상 말이다. 하고 나서 바로 웃음이 나왔다. 노 대통령이 빅딜을 받아들였건 말건 간에 한나라당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빅딜을 받아들이면 둘 다 아웃, 안 받아들이면 한나라당은 남고 대선은 아웃된다. 한나라당은 왜 남아 있느냐구? 라스트씬은 다른 사람을 위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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