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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시대정신' 찾아 삼만리

 

한나라당, 시대정신 찾아 삼만리
트라우마에 걸린 한나라당의 수성 끝까지 잘 될까?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각 여론조사기관에서는 이번 FTA 협상 결과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32-33%까지 상승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 등 FTA 협상 타결 이전인 3월 말에도 대통령 지지도는 이미 28%를 넘어서고 있었다. 즉, FTA는 본격적인 상승세에 바람을 불어 넣었다라고 평가하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른다.

물론 낙관적인 전망이다. 언제까지 이 상승세가 계속될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올해 4월부터 내년 4월까지 이미 거론된 의제들이 심상치 않다. 개헌, 6자회담, 남북정상회담, 북미수교, 4자회담 등 그 어떤 의제도 노무현 대통령 지지율에 악재인 것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임기 말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우리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다. 한국의 역대 정권 중 임기 말에 지지도가 상승한 대통령은 한 번도 없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국민들에 의해 끌어내려졌고, 국민들이 세운 장면정부는 박정희 쿠데타로 전복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측근에 의해 피살됐고, 최규하 대통령은 전두환 군부에 의해 끌어내려졌으며,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법정에 서서 실형을 받았다. 김영삼 대통령은 IMF를 통해 지지율의 의미가 없어졌고 김대중 대통령은 측근의 비리로 정권 말기 힘을 잃었다.

△ 중국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 이번 정부의 외교는 이전 정부들과 양과 질 모두에서 차이를 보였다.


또 다른 재밌는 현상이 발견된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해도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10% 안팎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좀처럼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대통령과 적대적이던 한나라당은 여전히 50%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었다. 위기론도 등장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나라당의 최고 책사라는 윤여준 씨가 지난 3월 초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을 우습게 아는데 노 대통령에게 까불다가는 박살날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 아리송한 현상이 이번 FTA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다. 결국 거친 입담으로 저격수를 자처하는 한나라당 전여옥 전 대변인도 이를 인정한다. 전여옥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4월 5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두 후보가 받는 지지율은 착시”라며 “앞으로 한나라당엔 어마어마한 시대적 변화의 폭탄이 쏟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여옥 씨는 이날 “시대적 변화의 폭탄에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50%를 넘는 국민정당 한나라당,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한나라당의 트라우마. 4년간의 농성

2002년 대선에서 ‘시대정신’을 강조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참패한 것은 한나라당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바뀐 시대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한다. 탄핵을 했으되 탄핵을 당한 대통령 탄핵 사건이다.

탄핵 역풍을 맞은 한나라당은 박근혜 씨를 당 대표로 영입하고 ‘읍소 전략’을 수용한다. 한나라당 책사로 불리는 윤여준 씨의 안을 수용했다는 후문이다. 국민들에게 회초리를 맞는 광고가 나가고 ‘무조건 한나라당이 잘못했다. 앞으로 잘 하겠다’로 국민들에게 어필하고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기사회생 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뭘 잘 해야 하는지 정확히 감을 못 잡은 것이다. 대선에서 패했던 이유, 노무현 대통령이 말했던 ‘시대정신’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탄핵 후폭풍의 트라우마가 사라지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과 더 싸울 용기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선택한 전략은 바로 ‘농성’이었다. 성문을 굳게 닫고 싸움에 응하지 않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4년. 농성을 하며 언론들과 함께 여론전만을 펼쳐 온 것이다.

답답해진 것은 대통령이다. 뭘 같이 하자고 해도 한나라당이 응하질 않았다. 대연정을 제안해 내각을 준다 해도 한나라당은 꿈쩍도 안했다. 각종 사안에 대해 공개 토론을 제안해도 한나라당은 수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4년간 반대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대한민국이라는 광장에 홀로 남은 대통령은 할 수 없이 행정부의 나라를 만들었다. 한나라당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준비한 정책들을 계속 진행했다. 사회 전 영역에 손을 댔다. ‘구습의 파괴’가 시작된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 전 영역에 자신의 깃발을 꼽기 시작했다.

그는 과거의 모든 것에 대한 파괴자가 됐다. 정책에 따른 효과는 컸지만 호응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곳저곳에서 손해 보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상한 상황이 발생했다. 보통의 전쟁과 경기에선 공격을 해서 득점을 해야 포인트가 가산된다. 하지만 농성을 하는 한나라당은 앉아서 ‘비난’만 하고도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기뻤다. 하지만 국민에게 회초리를 맞으면서 약속했던 ‘시대정신을 따르는 해야 할 일’은 잊었다. 한나라당 패착의 시작이었다.

전장을 떠난 한나라당이 얻은 거품

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이라는 광장에 자신의 깃발을 꼽고 다닐 때도 한나라당은 여전히 농성으로 일관했다. 대통령이 함께 논의하자며 끝없이 공개토론을 제안했지만 그들은 성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나올 수 없었다.

현재의 정치지형을 단순화하면 오른쪽에 한나라당, 그리고 중간엔 노무현, 왼쪽엔 민주노동당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중간지대에 서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양쪽으로 영역을 넓히며 실질적인 깃발을 꼽고 있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여론은 양쪽에서 중간지대를 압박해 가운데서 참여정부가 허우적거리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착시현상이다.

한나라당이 ‘시대정신’을 외치며 나갈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자기 성마저 뺐길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대북문제는 그것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작년 이맘 때, 국회 본청에서 한나라당의 몇몇 의원들이 주도하는 대북관점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앞쪽 연단에는 국방위원회의 송영선 의원이 자리했고 청중석에서는 홍준표 의원이 앉아 있었다.

회의 후반부 논쟁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의 기존 입장을 이어가는 토론 분위기에서 ‘대북 관점을 이대로 가져가면 대선에서 또 한 번 물 먹게 된다’는 홍준표 의원의 발언 때문이었다. 논란이 계속됐지만 답은 없었다. 의견이 분분하자 송영선 의원이 버럭 화를 냈다.

“그래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말이에욧!”

그랬다. 농성을 택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미 나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상황을 알아도 지지율 때문에 광장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과 2003년에 없어서 그토록 서러움을 경험했던 ‘시대정신’이 2006년의 한나라당에도 없었던 것이다.

한나라당 다시 광장으로~! 과연 성문이나 나설 수 있을까?

2007년 대선 정국이 됐다. 지지율 50%인 한나라당의 농성에 문제가 생겼다. 6자회담이 타결되고 한미FTA가 타결되는 등 ‘한·미동맹’이라는 한나라당의 성 안에 ‘새로운 한미동맹’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깃발이 꼽혀져 있는 것이다.

양쪽 진영에 샌드위치가 되어 압사할 줄 알았던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성 안에까지 얼굴을 디밀고 깃발을 꼽아 놓은 것이다. ‘시대정신’을 잊는 대신 성문은 굳게 닫고 ‘함구령’까지 내렸음에도 성 안에 노무현 대통령의 깃발이 꼽혀 있는 것이다.

6자회담 타결 이후 광장으로 나갈 명분을 찾으며 ‘대북관점전환’을 시도하던 한나라당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대북문제야 해 놓은 발에 다리를 걸치는 무임승차라는 말을 들어도 손해 볼 것이 없지만, 한미FTA는 다르다. 내 성 안에서 무임승차가 가당키나 한 말인가?

이 상황에 이르러 다시 ‘시대정신’이란 말이 나왔다. 2002 대선, 2003 총선 그 때에만 나왔고 완전히 잊었던 ‘시대정신’이 4월 5일 전여옥 최고위원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당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과연 당이 시대변화와 시대정신을 따라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주고 있다.” 2007.4.5. 전여옥.

위기상황, 선거에 패할 때만 나왔던, 잊고 지내던 시대정신이 또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은 시대정신을 이끌 수 있을까? 국민은 농성만 하던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줄까? 광장의 전장은 많고 험한데, 성문을 나서기조차 너무 버겁다.




어제 MBC 백분토론에서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의원이 많이 헤맸다. 위의 글을 연장해서 말하자면 한나라당은 큰 성에서 농성 중이고, 민주노동당은 작은 성 하나 차지하고 농성 중인 듯하다.

큰 성, 작은 성 두 군데를 제외하고 나머지 초원 전역을 누비며 다니는 노대통령의 노마디즘의 승리다. 정착민(수구)들이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초원의 전사들, 그들은 두려움의 존재다.


ⓒ 되는대로



2007-04-07 01:26:44
430 번 읽음
  총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데이스토리 '07.4.7 1:28 AM 신고
    정착민(수구)들이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초원의 전사들, 그들은 두려움의 존재다.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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