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산하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가 간첩활동으 로 복역한 전력의 학생운동권 출신 인사를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한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정체성을 해체해나가기 위한 ‘붉은 의도’의 일단으로 비친다. 위원회가 설치근거인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제1조에서 ‘민주 주의 발전’과 ‘국민화합 기여’를 목적으로 제시하고 있음에도 간첩 전력자를 민주투사로 받드는 것은 입법목적까지 그르친 ‘ 자기 부정’이라는 게 우리 판단이다.
위원회는 4일 건국 이래 최대 간첩단 사건이라는 1992년 남한조 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에 연루돼 복역한 인사를 민주화 유공 자로 인정하면서 그의 전력은 “고려 사항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고 한다. 1987년 학생조직인 구국학생연맹 활동으로 역시 국보법 위반의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은 “불법 정권에 항거함으로써 민주헌정 질서 회복에 기여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평가했다. 어떻게 법원이 이적단체로 심판한 조직과 그 활동을 민주화 단체, 민주화 공로로 뒤집을 수 있는가. 1979년 적발된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 연루자 38명에 대해 지난 3월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한 것이나,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가 2004년 7월 남파간첩과 빨치산 출신 3명에 대해 “반민주적 제도인 사상전향제도 폐지에 기여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신장시켰다”는 식으로 칭송하 며 민주화 기여자로 인정한 것도 한결같은 맥락이다. 위원회의 이름만 다를 뿐, 대한민국을 적대시한 인사들을 편드는 행태는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이상경 열린우리당 의원에 따르면 보상법이 시행된 2000년 5월 이래 지난 3월까지 6052건, 4874명이 명예를 회복했다. 이들을 위해 쓴 국민 혈세가 550억원대다. 물론 옥석(玉石)은 가려야 하지만 간첩 전력자까지 민주투사로 받들어 그 ‘명예’를 회복시 킴으로써 대한민국의 명예는 그만큼씩 흑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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