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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종말과 상식인의 탄생

 

제가 쓰려는 글의 제목이 참 좋지 않습니까? 지식인의 종말과 상식인의 탄생이라,

[지식인의 종말]은, 프랑스 철학자 드브레의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읽으려다가 마음이 상해서 밀어버린 책이지요. 왜 마음이 상하냐? 다 아는 이야기를 그렇게까지 신랄하게 할 게 뭐 있냐 하는, 먹물 최후의 자존심 때문이지요^^

어쨌든, 지금 시기가 전지구적으로 지식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패배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사회는 제대로 된 지식인들의 활약을 보기도 전에 종의 몰락을 먼저 경험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펜보다 총과 화염병을 들어야만 했던 선배세대들의 수고 위에 주단이 깔린 지난 90년대 후반에서 2천년대 초반까지,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기회를 낭비했습니다.

지식인의 종말 또는 몰락이 그렇다고 마냥 고소해 하거나 즐거워해야 할 상황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과거 계몽주의 시대에 지식인들이 했던 역할은 분명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식인이란 말에 대해 사회가 바친 경의는 그런 수고의 대가입니다. 수고하지 않고 공으로 그 이름을 먹는 사람들이 있었던 게 문제일 따름이지요.

하지만 어쨌든, 이제 지식인이란 호칭, 그것도 스스로 지식인임을 자임하는 일이 수고로운 일을 떠맡는 헌신이 아니라 우스꽝스런 부역이 되고 만다면, 공동체의 언어와 공동체의 지향을 위한 수고를 함께 할 또 다른 이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2000년에 우리는 안티조선의 깃발을 들면서, 지식인의 종말을 앞당기기 위한 전투를 시작했지요. 지식인, 이란 이름의 가장 전위에 있는 기자들이 자신들의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단지 직업인으로 변신하고 있었으니까요. 자본에 봉사하고 자본에 복종하면서 지식인은 죽었습니다. 그 결과로 홍세화, 김정란, 진중권, 박노자, 김규항 같은 이름들이 피 끓는 청춘의 독서목록을 장식했지요.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 바라보면, 그것은 상식, 즉 모든 이가 합의할 수 있는 생각의 최저 기준을 확보하기 위한 전투였습니다. 그 최저기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투였지요.

서프 식으로 말하면, 눈팅족들의 높은 기준을 만들기 위한 전투.

지식인이란 말 안에는, 필연적으로 "지식"이 들어갑니다. 지식인이 되기 위해선 일단 지식이 좀 있어야겠죠^^ 하지만, 지식은 이제 일상다반사가 되었습니다. 대학에서의 학문연구조차도 더 이상은 지식학문이 아닌 정보학문이 되어가는 판에, 구글이 모든 지식을 실시간으로 대령해주는 판에, 필요한 건 판단력과 분별력이지 지식이 아닙니다.

그 판단과 분별의 힘, 이걸 가리켜 우리는 상식이라 부릅니다. 극우수구를 왜 우리가 혐오할까요? 길거리에서 방뇨하는 것이 왜 나쁘죠? 그런데 부시 앞에서 바지를 벗고 오줌을 누면 왜 좋은 일이죠? 이런 건 지식으로 분별되지 않잖아요^^ 한나라가 황당한 건 상식이 없기 때문인 거, 이게 지식으로 됩니까?

그래서 저는 "상식인의 탄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름 멋진 생각, 함께 풍부하게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저는 또 "지식의 바다인 인터넷" 속으로 돌아갑니다. ㅋㅋㅋ


ⓒ 노혜경



2007-04-26 17:38:24
570 번 읽음
  총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1. 데이스토리 '07.4.26 5:41 PM 신고
    이 글 읽고 속상한 사람은 지식자영업자..
    고개 끄떡이는 분은 진정한 열린 지식인...아닐까요^^? ↓댓글에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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