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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참패라니! 정확히 열린우리당 참패다

재·보선 논란에서 보이는 두 가지 슬픈 코미디

재·보선 성적을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난무한다. 여기서 나는 두 개의 코미디를 본다.

하나는 열린우리당에 관한 코미디다. 정치는 현실이다. 현실적인 결과만 놓고 보자면, 이번 재·보선에서 가장 참패한 정당, 왜 이런 정당이 있는지 이유를 모를 정도인 정당을 꼽으라면 단연 열린우리당이다.

3곳의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후보도 못 낸 곳이 두 군데나 되고 후보를 낸 한군데도 낙선했다. 실제로는 3전 전패라고 봐야 한다. 시장·군수·구청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성적은 빵점이다.

기초의원 가운데 1명 건진 게 열린우리당이다. 열린우리당은 참패라는 말 이외에 다른 용어를 찾아야 할 정도로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지역구도가 온존한 상태에서, 투표율까지 낮은 재·보선에 열린우리당이 참패하는 거야 이상할 게 없는 일이지만, 이 결과를 "절반의 승리"로 자찬한다는 건 정말 코미디다.

나는 또 한나라당에서 두 번째 코미디를 본다. 한나라당은 참패하지 않았다. 성적을 보면 그런대로 준수한 성적이다. 국회의원 선거도 가장 핵심적인 곳이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에서는 열린우리당을 격파했다.

대전 서을에서 국민중심당에게 내준 걸 패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만이다. 영남만 지역감정이 있는 줄 아는가. 충청도도 지역감정은 있다. 영남당을 호락호락하게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대안이 없었을 때야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중심당에서도 핵심 중의 핵심인 심대평 전 지사가 출마한 선거다.

다만 서울과 경기도 경북 등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에게 대거 패한 것이 참패라면 참패인 것인데, 그 대상이 열린우리당이라면 모를까 무소속인 다음에야 참패했다고 해도 상대의 실체가 없는 셈이니 정치적으로는 무의미하다.

한나라당은 절대 참패하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경쟁하는 정당구조라면 선전한 결과다. 비정상적인 현재의 지역구도 속에서도, 최대의 경쟁자인 열린우리당의 형편무인지경인 성적에 비하면 이건 1등 정도가 아니라 특등 성적을 올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한나라당이 선거전에 보여줬던 말기적인 단말마에 비하면 정말 한나라당은 선전한 것이다. 공천과정에 있었던 각종 추문, 당이 보여줬던 행태 등을 고려하면 한나라당이야말로 기초의원 1명 정도 빼놓고는 전패하는 것이 매우 정상적인 결과여야 했다. 하지만 꽤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왜 한나라당은 그런데도 참패라고 엄살을 떠는 걸까. 기성언론들도 여기에 놀아나서 한나라당 참패, 후폭풍 이런 말들을 쏟아내는 걸까. 왜 이런 희대의 신파극을 한나라당과 기성언론들은 합창하는 걸까.

말할 것도 없다. 한나라당은 지금 부자 몸조심하고 있는 것이다. 개헌의 개자도 못 꺼내게 했던 것이냐, 공약사항인 임기 내 개헌을 '시도'라도 해보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도를 좌절시키기 위해 '실현불가능한' 차기개헌 약속이나 남발하는 것이나, 지금 선거참패라고 엄살을 떨고 있는 것이나 본질 면에서는 똑같다.

한나라당은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 게 아닌 것으로 비친다. 혹시라도 다된 밥상에 코 빠트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내겐 비친다. 그래서 코미디다.

한나라당은 반성해야 한다. 선거과정에서 보여줬던 그런 행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이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만큼이나 된다는 건 한나라당의 재산이요, 무기다. 뭐가 참패란 말인가.

다만 나는 유권자들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이 표로 응징해야만 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나 몰라라 하는, 우리 정치의 저변에 흐르는, 보이지는 않으나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재·보선 불패의 신화를 쌓게 만들었던 그 원동력이기도 한, 영남의 지역감정, 영남의 비이성적인 상실감이 안타까울 뿐이다.

한나라당은 참패하지 않았다. 참패했다는 건 사기다. 열린우리당은 그럼 뭐라고 표현해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