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울티마를 접속하던 그날의 설레임은 아직도 내 가슴속 깊이 남아 있다. 해외는 커녕 제주도도 한번 제대로 가보지 못한 나에게 전세계인을 상대로 맞짱(?)을 뜰 수 있는 기회란 흔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처음 접속한 만큼 울온에 처음 접속했던 그날 벌어졌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나온다. 울온이라는 게임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나에게는 가장 기초단계인 캐릭터 제작부터 말썽이 생겼다. 처음에는 류(Ryu)라는 아이디로 접속했더니 이미 이 아이디는 다른 사람이 먼저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 나는 새로운 아이디를 만들어야만 했다. 내 전용아이디인 '류91(Ryu91)'이라는 아이디를 만들기로 했는데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울온의 메시지에서는 이 '류91'로는 접속할 수 없다고 나오는 것이다. 나는 생각하기에 '세상에… 이 아이디도 이미 만들어져 있었던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다른 서버로 옮겨 '류91'이라는 아이디로 다시 접속했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역시 이 아이디를 만들 수가 없었다. 나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눈치빠른 사람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울온에 있는 모든 서버를 돌아다니며 이 아이디로 캐릭터를 만들어 볼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히 만들수가 없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다른 아이디로 만들수도 있었겠지만 유난히 이 아이디에 애착이 있던 나에게는 이 아이디말고는 다른 아이디는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난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괜히 죄없는 키보드 자판을 내동댕치기도 하고 볼펜을 아그작 아그작 씹기도 했다.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이미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난 미쳐가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서버상에 문제가 아닌가 싶어 컴퓨터를 재부팅한 후 다시 울온에 접속해 '류91'이라는 아이디를 만들어보았지만 이번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난 너무 화가난 나머지 이성을 잃고 말았다. 냅다 죄없는 컴퓨터를 주먹으로 뻥치며 이렇게 소리질렀다. "이거 버그 아냐? 무슨 놈이 아이디 하나 만드는게 이렇게 힘들어"라며 버럭버럭 화를 내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선배(울온에서 어느정도 일가견이 있는 선배였다)의 한마디. "너 바보 아니냐?" 그 선배의 말인즉 울온에서는 숫자가 들어간 아이디는 죽어도 만들 수가 없단다. 울온에서는 오로지 영문으로 된 아이디만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허헉… 그럼 난 2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거란 말인가? -_- 난 선배의 그 한마디에 난 하늘만 바라보며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