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선배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마법사를 키운 나는 본격적인 수행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일리선배의 말을 따르면 마법사는 초반에는 던전을 가기보다는 주로 여행객을 모셔다 주고(?) 돈을 버는 여행사가 최고라는 것이다. 여행사라는 것은 브리타니아 대륙을 여행하는 사람들(모두 NPC다)을 원하는 목적지에 데려다 주고 돈을 받는 것으로 마법사들에게 제법 짭짤한 수입원이다. 나 역시 들은바가 있는지라 선뜻 마음이 끌렸고 일리선배의 주의사항을 듣는 둥 마는 둥(난 여기서 잘들어야만 했다. T_T) 일리선배가 찍어다 준 룬 가방을 옆에 끼고 브리타니아 대륙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흐흠… 아까 일리선배가 여행객을 모으는 말이 뭐였더라? 그렇쥐! 데스터네이션(Destination: 목적지), 데스터네이션이었다. 카하하하!! 마자, 마자. 이 천재성!! 역시 난 대단해! 무하하하'라며 자아충족감(?)에 입을 헤벌죽하며 웃었다. 내가 처음 간 곳은 브리타니아 대륙의 수도, 브리튼이었다. 난 당연히 수도라서 많은 여행객들이 모여있을 줄 알았다(이때까지만해도 여행객들이 NPC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었다). 난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브리튼의 서쪽은행에서 큰소리로 외쳤다. "Destination!!"라고 말이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당연히 없을 수 밖에 -_-). '어라? 이상하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니? 좋아! 다시 한번!'라고 생각하고 다시한번 큰소리로 외쳤다. "Destination!!"라고 크게 불러보았지만 역시 반응이 없었다. 난 속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계속 은행주위를 돌며 "Destination!!", "Destination!!", "Destination!!"라고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난 '아! 이 바보, 지금 있는 사람들은 다 한국사람들이잖아, 그냥 한국말로 해야쥐. 가끔 내가 멍청할때가 있다니깐"라고 생각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아저씨!! 어디 여행가실 때 없어요? 내가 곧장 배달해(?) 드릴 수 있는데…"라거나 "어이! 학생, 싼값에 보내줄게, 가고싶은 곳 말해봐"라는 식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_?(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시)'였다. 한참을 그렇게 헤메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내게 다가오더니 "류야? 너 여기서 뭐하냐?"라고 말했다. 누군가 보았더니 일리선배였다. "어? 선배… 여행객 모으고 있는데, 여행하는 사람들이 없네? 거참, 이상하네?"라고 말하자 일리선배는 어이가 없는 듯 "너 지1?여기서 여행객을 모으고 있다고? 그것도 NPC가 아닌 게이머들한테?"라고 말했다. 난 당연히 "응!"이라고 말했더니 일리선배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너 정말 바보 아니냐?"라는 것이 아닌가? 일리선배는 나를 한심한 듯 "야, 이너마(이놈아)! 여행사는 게이머들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라 NPC를 상대로 하는거야. 그리고 장소도 여기가 아니라 스카라브레나 젤름으로 갔었야지, 너 아까 말한 주의사항 못들었어?"라고 했다. 당연히 들을 리가 없지…. 난 다시한번 주의사항을 일리선배에게 듣고 배운대로 따라하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한 곳은 젤름의 부둣가, 일리선배의 말대로 했더니 제법 많은 여행객들이 나를 쫓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요령도 생겨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돈을 쉽게 벌 수가 있었다. 여행사가 잘되자 난 속으로 정말 기뻤다 '흐흐… 이런식으로 가다가는 금방 떼부자되겠다'라며 흐뭇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누가 그랬던가?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좋은일도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한번은 정말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날도 아침 일찍 브리타니아 대륙을 돌아다니며 여행객을 모으고 있었는데 젤름의 한 부둣가에서 여행객을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한 NPC가 자신을 브리타니아로 보낼달라고 하길래 난 속으로 '오케, 오케'라고 쾌재를 부르며 그 NPC에게 다가가 "I will take thee(그곳으로 보내줄께)"라고 말한 뒤 그 NPC를 게이트테 태워 브리타니아로 데려다 주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도 NPC는 돈을 주지 않는 것이었다. 난 이상하게 생각해 혹시 다운된 것인가해서 살펴보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버그인가 싶어 난 일리선배에게 "선배! NPC가 돈을 안줘"라고 말하자 일리선배는 "무슨소리야?"라고 내 곁으로 와서 화면을 보더니"어? 이거? 이거 임마, 너 NPC한테 사기당한거야, 임마. 그냥 잊어버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건 또 무슨 소리? 난 하도 어이가 없어서 "무슨 NPC가 사람을 상대로 사기를 쳐? 이게 말이 돼?"라고 말하자 일리선배는 웃으면서 "그거 말이돼, 나도 많이 당해봤거든. 그렇게 화나면 그냥 죽여버려라!"라고 말했다. 난 하도 열이 바쳐 "정말 죽여도 돼?"라고 되묻고 답변을 들을 사이도 없이 그 고약한 NPC를 에너지 볼트로 공격했다. 순간 내 스피커에서는 '뽕!'하는 소리와 함께 화면에는 "You are Dead(너! 죽었어)"라는 표시가 떴다. "너 그걸 정말로 공격하면 어떡해! 바부! -_-". 라는 뒤늦은 일리의 선배의 말이 내 귓가에 들어왔다. 그날 난 벌었던 돈을 모두 날렸고 컴퓨터한테까지 사기당한 바보로 취급받았다. 여러분, NPC 사기 그거 장난아니데요…. 정말 장난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