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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고발한다.. 누가 ‘민생정치’를 저버리는가..

 
누가 ‘민생정치’를 저버리는가
2년 이상 사학법에 발목 잡혀 민생법안 처리 무산
4월 국회, 57개 법안 중 19개 처리 불과
 관련기사
 국민연금법 개혁 지체로 매달 2조4000억 부채
 임대주택법 개정 지연…‘비상계획’ 수립 불가피
 로스쿨법 처리 무산으로 대학 큰 혼란

4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제1당인 한나라당이 2년 반 이상을 끌어온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를 국민생활과 직결된 민생개혁법안 처리와 연계시킴으로써 국민연금법, 로스쿨법, 임대주택법 등의 국회통과가 또다시 무산됐다.

기회만 있으면 '민생정치'을 주문하고 다짐했던 정치권이 정작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민생은 내팽개친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눈에 빤하게 보이는데 이런 걸 무산시켜버린 국회가 과연 국회인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이유이다. 노 대통령은 또 “한나라당의 이런 막강한 뱃심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인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 고 지적했다.

2일 법제처에 따르면 4월 임시국회에 상정된 57개 법안 중 본회의 의결을 거쳐 처리된 법안은 19개(33%)에 불과했다. 상정 법안의 3분의 2가 다음 국회로 넘어간 것이다. 4월 국회에서 상임위와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로 회기를 마친 법안은 각각 34개, 4개였다.
이쯤되면 국회의 정체성과 나아가 정치권의 생산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핵심 민생개혁법안인 국민연금법의 경우 단일안(보험요율 9%에 급여율 2018년 40%)을 도출해 합의처리키로 하고, 로스쿨법은 한나라당이 자유투표하는 형태로 처리하기로 합의까지 했는데도 결국 본회의 통과가 무산됐다.

“사학법 재개정 없이는 국민연금법과 로스쿨법을 처리할 수 없다”는 방침에서 한나라당이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학법을 위해 민생을 내동이친 전형적인 ‘인질정치’ 혹은 ‘파업정치’라는 비판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이밖에 2011∼2012년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맞춰 차질없이 추진돼야 할 ‘용산공원조성에 관한 특별법’, 2009년 사회보험징수공단 출범을 위해 필요한 ‘사회보험료 부과 등에 관한 법률’ 등도 처리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사학의 개방형이사 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학교운영위원회(또는 대학평의회)와 이사회 비율을 5대 5 동수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열린우리당은 학교운영위원회를 과반으로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사학법 처리가 난관에 부딪히자 한나라당은 사실상 합의점을 찾았던 국민연금법과 로스쿨법 등 핵심 민생개혁법안 처리를 연계시키며 국회를 마비시켰다.

사학법 재개정을 둘러싼 국회 파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5년 12월 사학법 개정 이후 국회를 박차고 나와 거리에 서는가 하면, 2006년 정기국회 때는 예산안도 사학법과 연계돼 처리되지 못했다.

이처럼 사학법 재개정을 둘러싼 국회 태업사태로 초래된 국가적 손실은 엄청나다.
우선 국민연금법 개정이 미뤄짐으로써 하루에 800억원씩의 잠재부채가 쌓이고 있다. 로스쿨법안 처리 무산으로 수많은 학생들과 대학 당국이 커다란 혼란을 겪고 있다. 또 비축용 임대주택 사업의 밑거름이 될 임대주택법마저 무산시킴으로써 부동산시장 안정을 바라는 국민들의 희망도 버림받았다.

어떤 특정 집단의 이익도 민생에 우선할 수 없다. 어떤 정략도 국회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킬 만큼의 정당성은 없다.

신현기 (nollst@korea.kr) | 등록일 : 2007.05.02



국민연금법 개혁 지체로 매달 2조4000억 부채

국민연금 개혁이 국회의 무책임 탓에 3년 6개월이 넘도록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보험료는 현재대로 소득의 9%를 내면서 급여율을 현재의 60%에서 2028년까지 40%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에 4월 19일 합의해 놓고도 사학법을 둘러싼 의견차 때문에 국민연금 개정안까지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았다.

◆ 개정지체로 인한 손해

국민연금 개혁이 지체되면서 국민이 입게 될 피해는 막대하다. 우선 금전적인 손해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잠재부채를 기준으로 할 경우 하루 국민연금 잠재부채는 800여 억원씩으로 법 개정이 한 달 지체되면 2조4000여억원의 잠재부채가 더 쌓이게 된다.

현 제도가 유지되는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계산된 국민연금 잠재부채는 238조원이다. 이는 2030년 2809조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미래세대의 부담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잠재부채 발생액은 하루 390억원으로 줄어든다. 2030년이 되면 잠재부채는 1337조원이 되는데 이는 현행 제도에 비해 1472조원이 줄어든 액수다.

국민연금 개혁 지체로 인한 손해는 금전적인 손해뿐만이 아니다. 이번 국민연금 개정안에는 그동안 불합리하다고 지적됐던 내용을 개선한 것이 다수 포함돼 있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국민들만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가입자의 불만이 많았던 중복급여 조정제도를 개선했다. 노령연금과 유족연금 등 2개 이상의 연금을 받게 되는 경우, 기존에는 가입자에게 유리한 연금 하나만을 선택할 수 있었다. 개정안은 유리한 연금 하나를 선택하더라도 나머지 연금의 일부를 함께 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금전적 손해와 함께 국민혜택도 줄어

또한 과거에는 연금을 받는 나이 이후에 소득 활동을 하는 경우 연금지급을 중단했는데, 개정안은 당사자가 수급개시 시점을 늦출 수 있도록 했다. 수급기간이 짧아져 전체적으로 받을 돈이 줄어드는 것을 보상하기 위해 개정안은 나중에 지급하는 연금액을 늘리도록 했다.

개정안은 또한 이혼한 배우자에게 지급되는 분할연금을 배우자가 재혼하는 경우에도 노령연금과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여성의 연금수급권을 강화했다. 기존 제도 아래에서는 재혼하는 경우 분할연금을 받을 수 없었다. 이밖에 유족연금도 남녀차별적인 요소를 개선해 성별에 관계없이 수급연령을 55세로 동일하게 조정했다.

장애연금의 경우 지금까지 ‘가입 중 발생한 질병’에 대해서만 인정을 해왔던 것을 개정안은 ‘가입 전 질병이라도 가입 뒤 초진을 받은 경우’로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이와 같은 조치들은 국민연금 개정안이 공포된 날부터 시행하도록 돼 있다. 법통과가 지체되면 지체될수록 개정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국민의 수가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혼선·막연한 불안감…국민연금 신뢰도 저하

특히 법안이 통과됐더라면 올해 7월 1일부터 새롭게 시행될 예정이었던 ‘병역의무를 이행한 자에게 군복무기간 중 6개월을 인정하는 군복무크레딧’과 ‘둘 이상의 자녀가 있는 가입자에게 둘째 자녀에 대해 12개월을, 셋째 자녀에 대해 18개월을 가입기간에 추가로 인정하는 출산크레딧’도 시행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연금제도의 신뢰도가 저하됐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제도 개혁이 3년 6개월 넘게 지지부진하면서 국가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줄어들어 국민들이 혼선을 겪었고 막연한 불안감으로 국민연금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 그 동안의 추진과정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2002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법에 따라 국민연금발전위원회를 만들 연금재정을 다시 계산했다. 결과는 암담했다. 2036년이면 거둬들이는 보험료보다 지급하는 연금이 더 많아지고 2047년에는 기금적립금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결과였다.

정부는 2003년 10월 지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바꾸는 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대통령 탄핵사태 등에 휘말려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16대 국회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2003년 정부안, 논의도 제대로 못해보고 폐기

정부는 2004년 6월 17대 국회가 시작하자 개정안을 다시 제출했다. 이번에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정부는 보험료를 15.9%로 올리고 받는 연금은 50%로 내려 재정안정화를 시도했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연금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 노인의 소득보장을 강조했다.

두 야당은 보험료와 급여율을 각각 7%와 20%로 낮추고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20% 수준의 기초연금을 주는 안을 내놨다. 양측은 국회에 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 합의를 시도했지만 특별한 성과없이 끝났다.

이에 정부는 2006년 8월 보험료를 12.9%로 낮추고 받는 연금을 50%로 조정하는 대신, 65세 이상 노인 60%에 소득의 5%(8만9000원)를 주는 기초노령연금제도를 포함한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2006년 11월 30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고, 올해 3월 30일에는 법사위도 통과해 본회의 처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정부안→수정동의안→수정안…결국 무산

그러나 정부안에 불복한 야당은 수정동의안을 제출했다. 야당은 보험료 9%를 유지하고 급여율을 40%로 낮추는 동시에 65세 이상의 노인 80%에 소득의 10%를 지급하는 안을 내걸고 여당과 대치했다. 결국 양측 안 모두 부결됐고, 기초노령연금법만 국회를 통과했다.

여론의 비난을 의식한 양측은 4월 17일 수정안을 제출했다. 열린우리당은 대폭 양보해 보험료율 9%에 연금지급액 45%, 기초노령연금제도 현행 유지를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보험료 9%에 연금지급액 40%라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65세 이상 노인 80%에 연금가입자 평균소득의 10%를 지급하는 기초연금제를 포함해야 한다며 맞섰다.

결국 양당은 4월 19일 보험료율 9%에 연금지급액 40%를 지급하되, 65세 이상 노인 60%에 평균소득액의 10%를 지급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렵사리 마련된 국민연금 개혁법안도 사학법의 '인질'이 또다시 처리되지 못했다.
정재용 (jjy9545@korea.kr) | 등록일 : 2007.05.02



임대주택법 개정 지연…‘비상계획’ 수립 불가피

지난 1ㆍ31부동산대책에 포함된 대표적 주거복지정책인 ‘비축용 임대주택’은 주택 가격이 급등할 때 매각해 시장 불안을 막는 새로운 개념의 임대주택이다.

특히 수요 대상이 중산층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공화국'이라고 할 만한 우리사회에서 집을 투자가 아닌 주거의 개념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4월 국회에서 관련 임대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불안 조장 우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주택법 개정이 지연됨에 따라 부동산 정책 추진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보험, 연기금 등이 참여하는 수 조원대의 임대주택펀드를 조성해 비축용 임대주택을 지을 계획이나, 법 개정이 되지 않자 올해 시범사업 5000가구 건설 자금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금융기관이 특정 사업의 사업성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법) 방식으로 조달한다는 ‘비상계획’을 세웠다. 하반기에 법 개정이 된다 해도 사업 추진 일정 상 올해는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임대주택펀드 방식 사업이 어렵게 됐다.

물론 PF 방식은 올해에 한정된 고육지책일 뿐 2008년 이후 연간 5만가구씩 10년간 50만가구를 건설할 자금을 확보하는 수단은 될 수 없다. 임대주택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임대주택펀드 설립과 재정 보전의 근거가 없어 연기금 등 민간자금 유치에 애로가 발생하고, 2017년까지 50만호 공급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로서는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지금 기반 잘 닦아야 다음 정부서 추진 가능

국민임대주택 사업이 2002년 5월 국민의 정부 말에 마련됐으나 본격적인 추진은 참여정부에서 했듯이, 비축용임대주택 사업도 지금 기반을 잘 마련해야 다음 정부가 추진해 나갈 수 있다.

법 개정이 되지 않았는데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 신뢰를 잃지 않으려는 정부의 노력이다.

비축용 임대주택은 사업 추진 방식이나 효과 면에서 획기적인 측면이 많다.

국민임대주택 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주택공사의 지난해 기준 부채 비율은 319%, 부채규모는 무려 30조원을 넘을 정도다. 임대주택펀드는 이처럼 임대주택을 지으면 지을수록 빚이 쌓이는 문제점을 해소하는 돌파구로 마련된 것이다. 시중의 유휴자금을 이용하며 정부 재정은 투자손실분을 메워주면 되기 때문이다. 또 투자원금은 임대기간이 끝난 뒤 비축용 주택을 매각한 돈으로 돌려주면 된다.

비축용 임대주택 사업 왜 필요한가

비축용 임대주택은 민간 공급이 위축되는 경우에 대비해 공공 부문의 주택 재고량을 넉넉히 확보하겠다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또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충분히 늘려주면 거주 중심의 주거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비축용 임대주택 사업을 반대하는 측은 △기존 10년짜리 임대주택과 유사 △저소득층 국민임대 사업 차질 △민간 임대 공급 위축 △집값 하락 시 재정부담 가중 △토지공사 참여로 공기업 비대화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비축용 임대주택은 분양권을 주지 않고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매각이 가능하기 때문에 10년 뒤 분양되는 임대주택과는 다르다. 시장불안의 완충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국민임대는 매년 10만가구씩 예정대로 차질없이 건설된다.

토지공사의 사업 참여는 토공의 여유자금을 활용하기 위한 조치이며, 양질의 택지 확보에 유리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아울러 정부는 향후 10년간 소비자 물가수준으로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고 매각 가격을 산정했으며, 이는 우리 주택시장이나 선진국 주택시장 동향을 감안해볼 때 재정손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또 일정 기간 이후 사업을 재점검해 공실이 발생한 곳은 공급계획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박철응 (hero@korea.kr) | 등록일 : 2007.05.02



로스쿨법 처리 무산으로 대학 큰 혼란

"법조인을 희망하는 수많은 학생의 인생계획이 유예되고 있으며 로스쿨을 준비하고자 수천억원을 투자한 대학들은 국회를 원망하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법조인의 전문화 및 법학교육의 국제경쟁력 강화는 이제 발등의 불이 됐다. 국회는 사법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분명히 자각하고 국민의 대표로서 그 책무를 다해야 한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법학전문대학원법)이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하자 전국 법대 학장협의회가 발표한 성명의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사법제도 개혁을 위해 법학전문대학원을 도입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법은 정부가 이미 2년 전인 2005년 10월에 국회에 제출한 법안이다. 국회제출시기를 넘어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은 법학교육 정상화와 법률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1995년부터 개혁안이 제시됐다. 이후 정부, 시민단체, 법조계, 국회 등에서 10년이 넘도록 토론과 합의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는 이뤄진 상태다.


당초 2005년 정기국회를 통과하고 2008년 3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국회교육위원회에서 2006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법률안 쟁점사항을 합의하고도 사학법 재개정 연계 방침에 의결을 보류한 이후 제도도입시기를 2008년 3월에서 2009년 3월로 미뤘다. 1년이 지났지만 똑같은 이유로 법학전문대학원법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10여 년의 사회적 합의가 무색해진 것이다.

법안 통과 지연으로 벌어지고 있는 수험생과 대학의 혼란

법안의 국회통과가 미뤄지면서 이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대학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우선 법조인을 꿈꾸는 고등학생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이 제도도입시기, 설치대학과 법조인 선발계획이 미뤄지면서 대학진학결정에 혼란을 초래한다.

정부안이 법학전문대학원 신입생의 1/3을 타대학·타학과 출신을 뽑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된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되면 학부는 관심분야로 진학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을 나와 전문변호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법안이 무산될 경우 법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지름길이 된다.

대학생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미리 군대를 다녀와야 할지, 아니면 대학원에 입학해야 할지, 차라리 시기가 늦어져 포기하고 취업을 준비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상황이다. 특히 법대 1, 2학년 학생들의 경우 사법시험을 준비해야 할지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결정해야 할지 난감한 상태다.

2000억원 이상을 들여 건물과 기자재를 확보하고 법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대학 당국도 국회의 법률통과에 목을 매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논의가 본격화된 2004년부터 전국의 40개 국·사립대학은 법학전문대학원을 위해 ‘법학전문도서관’, ‘모의법정’을 마련하는 등 건물 신·증축과 기자재 구입에 2000여억원을 쏟아 부었다.

또 교수 1인당 학생 수 15명 이하, 전임교원 20인 이상의 설치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전임 교수도 대거 충원한 상태다. 앞으로도 이들 대학들은 시설설비에만 2000억원 가까이 투자할 계획을 세워 하루빨리 법학전문대학원 대상 대학을 선정해 주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준비중인 대학의 건물 및 기자재 투입 현황. 단위 백만원.

법학전문대학원법이 미뤄지면서 수험생의 혼란과 대학의 비용이 표면상 나타난 문제점이라면 고시낭인 방치, 파행적인 법학교육,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법조인 부족 등의 문제는 우리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문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법조인은 현재 대졸 전문직 가운데 외국어 능력이 최하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법에 의한 민·형사 분야 송무 전문에 몰리고 국제법 분야는 대단히 취약하다. 한 언론사가 자산기준 상위 30대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7%가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국제거래를 외국 로펌에 맡기겠다고 답변한 것은 단적인 사례다.

폐쇄적인 법조 문 열고 경쟁력 높이는 법학전문대학원법

법학전문대학원은 10여년 전부터 사법개혁에 대해 논의할 때마다 제기된 숙원과제로 ‘폐쇄적인 법조의 문을 열어 국민을 위한 사법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사법개혁의 핵심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은 현재의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고 3년제 법학전문대학원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 정원제인 사법시험제도를 절대평가제인 변호사 시험제도로 전환하고, 의사시험처럼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에 한해 변호사 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한다. 기존 법학과 학생과 사법시험 준비생을 위해 한시적으로 사법시험제도도 병행한다. 공무원인 판사와 검사는 변호사 자격자 중에서 선발한다.

다양한 학부전공의 기초위에 전문적인 법률 교육을 한다는 취지에 따라 법학전문대학원 설치하는 대학은 의무적으로 학사과정의 법학과를 폐지한다.

이처럼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 일회성 시험이 아닌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법조인이 양성되면서 법조문에 갇힌 편협함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영학을 전공한 기업 전문 법률가, 공학을 전공한 지적재산권 전문가, 외국어 능력과 국제적 감각을 갖춘 국제법 전문가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위에 법학교육을 더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특화된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다.

또한 법학과, 사법시험으로 이어지는 법조인 양성체계에서 다양한 학부전공,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되면서 법조인이 되기 위한 파행적인 법학교육이 개선되고, 고등학교 졸업단계에서 우수인재가 집중되는 현상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법학전문대학원법, 백지화 위기

2009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이 문을 열려면 2009년 입시 6개월 이전인 2008년 5월말까지는 대학에서 입학전형 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법학전문대학원이 설립되면 학부과정의 법학전공을 폐지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입학전형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여부를 최소한 2008년 3월까지는 확정해야 한다. 하지만 법학전문대학원 설치를 결정하기까지는 법학교육위원회 구성, 총정원 협의, 인가기준 확정, 인가신청공고, 인가심사 등 최소한 7개월 이상 걸린다. 여기에 법안 통과 이후 시행령 제정, 공포 등 법의 요건을 갖추는데 만도 2개월 이상 소요된다.

이런 점을 감안할 경우 6월 임시국회에서 법률안이 통과되면 대학별 입학전형계획 발표를 1개월 이상 늦춰야 한다. 대학입학전형 기본계획을 1년 6개월 전에 공포해야 한다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지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수험생과 대학의 혼란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다시 고개 드는 사법개혁 저지 움직임

법학전문대학원법의 처리가 늦춰지는 틈을 이용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법조계를 비롯해 일부 의원들이 변호사수의 지나친 증대, 법학교육의 질 저하, 인문학 초토화 등을 이유로 법안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에 지나지 않는 것이 확인된다.

우선 법학교육의 질 저하의 경우 현재는 법학 관련 과목을 35학점만 들으면 사법시험을 볼 수 있지만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 3년간 90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말이 되지 않는다.

대학에서 인문학 교육이 초토화될 것이라는 반대 논리를 세웠지만 법학전문대학원은 학부 성적과 적성시험을 의무적으로 반영해 학부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오히려 학부시절부터 사법시험을 목표로 고시를 준비하는 현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인문학 교육을 더 황폐하게 한다.

인구대비 법조인 수. *기준 : 한국 ’02년, 일본 ’01년, 미국 ’00년, 영국 ’00년, 독일 ’00년, 프랑스 ’99년

반대논리 중에 가장 솔직한 표현이 ‘변호사수의 지나친 증대’다. 기존 법조인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뜻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요국가의 인구대비 법조인 수만 보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의 법률서비스가 얼마나 법조인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법조인 1인당 국민 수는 5783명에 달한다. 그만큼 법률서비스는 높은 수임료를 유지하며 국민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미국의 법조인 1인당 국민 수는 266명에 불과하다. 영국도 557명, 독일도 578명 수준이다. 우리와 유사한 사법시험을 치러왔던 일본이 2001년 기준으로 5644명을 기록하고 있지만 일본은 이미 3년제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들이 2006년부터 ‘신사법시험’을 통해 변호사로 입문하고 있다. 일본은 2010까지 사법시험 합격자도 30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손혁기 (pharos@korea.kr) | 등록일 : 200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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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2 16: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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