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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가자! 희망의 나라, 아니 발해로…

 

얼마전의 일이다. 아리랑에 이어 2번째로 생긴 발해에서 있었던 일이다. 소문만 무성하던 두 번째의 한국서버가 소개된 것은 지난 12월 15일. 많은 게이머들이 아리랑, 소노마, 레슈 등 여러 서버에 분산되었던 많은 한국분들이 부푼 꿈을 안고 발해로 향했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중의 하나! 이전 아리랑 서버로 옮기기전 못이뤘던 그 꿈을 실현하고자 곧바로 발해로 향했다. 못이뤘던 꿈이 뭐냐고요? 에이… 다 알면서. 그건 다름아닌 커다란 성을 하나 지어보는 것입니다. X님의 근엄한(?) 명령도 명령이었지만 그래도 싸나이(=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썩은 호박이라도 짤라야 된다는 말이 있듯이 다시한번 도전하게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꿈은 단 3일만에 처참하게 무너졌다. 난 이 발해로 옮기면서 그래도 은근한 기대를 했었다. 아리랑에서 있었던 일이 그대로 벌어지겠느냐, 이제 우리 한국분들이 정말 많이 착해졌을꺼야 등등 부푼꿈을 안고 발해로 달려들어갔다. 초기멤버는 일리선배를 비롯, 이전에 알던 분들과 함께 계획을 짜고 들어갔다. 그러나 발해의 상황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반대였다. 아리랑과 마찬가지, 아니 더 심했다. 도둑에서 시작해서 도둑으로 끝났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발해 서버의 한국분들의 행동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오어 도둑이나 나무 도둑은 말할 것도 없고 던전에서는 최고의 루팅맨들을 자랑하면서 도저히 발해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싸악 사라지게 되었다. 처음엔 아리랑과 마찬가지로 생산캐릭을 만들려고 했지만 내가 하도 많이 당했던 기억이 남아있어 발해에 투입된 인원들은 모두 전사와 마사 중심의 전투 캐릭터로 가기로 했다. 차라리 초반에 힘들더라도 전투캐릭터로 시작하면 나중에 편해질 것 같아서 였다. 초반에 우리는 제법 성과가 좋았다. 물론 모두 울온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라 우리들의 자금 동원력은 상당했다. 하지만 어느새부터인가 초기 멤버들이 한두명씩 다시 아리랑과 이전 서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유는 단한가지 '더이상 발해에 있고 싶지 않다'라는 것이었다. 얼마지나지 않아 나와 일리선배 역시 같은 이유로 발해 서버에서 더 이상 게임을 하지 않게 되었다. 한번은 일리선배와 내가 발해 디시트 던전에서 파이어 엘레멘탈을 잡고 있을때였다. 우리 둘은 초반에 그런대로 스텟을 완성한 후 디싯트 던전으로 가는 배를 얻어타고 어렵사리 던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 뒤 갖은 고생 끝에 디싯트 3층0?파엘이 등장하는 던전에서 파엘을 잡았다. 뭐 서버 초기라서 다행히 사람들이 드물어서 다행이었지만 우린 파엘 한 마리 잡는데도 거의 10분이상의 시간을 소요하면서 겨우 겨우 잡을 수가 있었다. 그런 뒤 한번은 일리선배가 파엘에게 독을 걸고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나는 일리선배의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힐링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어떤 사람(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니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순간 우리 둘은 상대방을 경계했다(그때도 노토 피케이나 도둑이 극성이었기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친근하게 '하이'라는 말을 하면서 다가오길래 우리는 안심하며 계속 파엘을 공격했다. 그런데 파엘의 에너지가 조금밖에 남지 않았을 때 갑자기 내 옆으로 한덩어리의 불똥이 지나갔다. 그리고 괴음을 내며 쓰러지는 파엘, 우리는 좀 황당했지만 그분에게 '도와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분이 갑자기 파엘쪽으로 다가가더니 우리가 거의 다 잡았던 파엘의 소지품들을 들고 유유히 걸어가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너무 황당해 내가 "저기, 그거 저희들이 잡은 건데요"라고 말하자 그분은 이렇게 대답했다. "무슨 소리에요! 마지막에 내가 죽여잖아요! 여기서는 마지막에 잡은 사람이 루팅해가는 거에요!"라며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는 어이가 없어 할말이 없었고 허탈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독자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서버 초반에 파엘 한 마리 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변변한 공격마법이 없는 초반에는 고작해야 독을 걸고 시간이 지난 후 여러명이 모여들어 잡는 그만인 상황에서 다 잡아놓은 몬스터를 남에게 빼앗기는 기분이 얼마나 참담하고 처참한지를…. 이 일이 있은 후 일리선배는 '더이상 울온하기가 싫다. 옛날에는 정말 이러지 않았다. 새 서버 생기면 얼마나 서로들 도와주고 이해해줬는데…'라며 화를 참지 못했고 나 역시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 어쩔 수 없었다. 이후 우리들은 더 이상 발해로의 여행을 그만두었다. 한국의 새 서버 '발해'는 우리에겐 너무나 험난하고 멀기만 느껴지는 세상이었다.



written by (kjsprl)
2002-01-25 12: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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