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하니깐 생각나는 일이 있다. 물론 패치전의 일이지만 어이 없는 일이 있었다. 다름 아닌 해적을 만난 일이었다. 낚시 지엠이 된 후 낚시로 돈버는 재미를 만끽했던 나는 그날도 전날밤에 건진 SOS병으로 보물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악 3개째의 보물 상자를 건져올려 상자를 배 창고에 넣어두었을 때 였다. 근데 북쪽에서 한척의 배가 유유히 다가왔다. 먼바다에서는 사람을 만난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난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며 "하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좀 이상한 기분이 느꼈다. 여느때의 다른 기분. 그 이상한 기분은 예전 레슈에서 처음 만난 머더러의 느낌이었다. 순간 가슴속에 밀려드는 이상한 두려움에 그 사람의 얼굴을 바로 보았다. 두터운 헬멧속에 감춰진 어두운 얼굴, 그리고 그 안에서 보일 듯 말듯한 비열한 웃음. 그랬다. 바로 머더러였던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해볼 사이도 없이 곧바로 날아드는 에너지 볼트와 플레임 연타. 회사에서 접속했다면 어떻게 반항이라도 해보겠지만 그때는 집에서 모뎀으로 접속했기 때문에 반항은커녕 움직이지도 못한채 곧바로 난 황천길로 향했다. 유령이 된 상태에서 난 그 머더러에게 "너 뭐야!! 짜샤"라며 욕을 해댔지만 그 머더러에겐 이렇게 보였을 것이다. "oOoOOOoo"라고 말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한가지. 그 머더러의 이름은 내가 알고 있던 머더러, 그것도 나에게 처참한 기억을 안겨줬던 머더러 '로스트 커넥션(이 로스트 커넥션을 모르는 독자분들이라면 PC POWER Zine 1999년 5월호를 살펴보기 바란다)'이었던 것이다. 로스트 커넥션은 류가 레슈에서 광부로 일할 때 하루에도 서너번씩 죽였던 그 비열한 머더러였다. 난 속으로 '이름만 같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속으로 '바보, 날 죽일 순 있어도 내 물건은 못훔쳐갈꺼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보는 나였다.-_- 왜냐하면 잠시 뒤 로스트 커넥션은 내 배 문을 유유히 열고 내 배로 넘어왔기때문이었다. 깜박잊고 배문을 잠궈놓지 않았던 것이다. 내 배로 건너온 로스트 커넥션은 내 배와 내 몸을 뒤지며 물건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물건을 챙긴 로스트 커넥션은 자신의 배로 돌아가기전에 유령이 된 나를 쳐다봤다. 난 기분이 나뻐서 "뭘봐!! 임마!"라고 소리쳤지만 그 녀석에겐 유령의 말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로스트 커넥션은 나를 뚫어지듯 바라보더니 잠시 뒤 "Hey, do u know to me?(이봐, 너 혹시 나 알지 않아?)"라고 묻4?것이었다. 난 순간 '이놈이 혹시 유령말 알아보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다. 내가 유령인 상태인 것을 깜박했다는 듯이 로스트 커넥션은 날 살려주었다. 그리고 내게 여러 가지를 물어봤다. 나 역시 혹시 레슈의 그 로스트 커넥션이 아닌가 싶어 이것 저것 물어봤다. 그런데 알고봤더니 바로 이 로스트 커넥션이 그 레슈의 로스트 커넥션이었던 것이다. 나에게 비참한 광부의 말로를 겪게 했던 머더러. 아픈 추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로스트 커넥션과의 대화를 들어보자. 물론 짧은 영어실력으로 대화를 했지만 그 내용은 대강 이러하다.
로스트 커넥션: 네 이름(류)이 낯설지 않다. 혹시 다른 샤드에서 게임하지 않았느냐?
류: 그렇다. 레이크 슈페리어에서 했다. 혹시 당신 레이크 슈페리어에서도 머더러아니었냐?
로스트 커넥션: 그렇다.
류: --. 그럼 혹시 집이 윈드 근처(레슈에서의 집은 윈드 근처였다) 아니었느냐?
로스트 커넥션: 그렇다. 윈드근처에서 주로 살았다.
류:(무섭다기 보다는 반가운 마음에) 오! 반갑다. 나 역시 너를 알고 있다. 난 너에게 하루에도 서너번씩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
로스트 커넥션: 하하하!! 그러느냐. 그럼 그냥 갈 수가 없구나. 다시 죽어라
류: 꾸에엑(아무런 방지책이 없던 류는 다시 죽어야 했다)
어이가 없었다. 레슈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레슈에서도 로스트 커넥션의 악명이 지독했다. 특히 광부들을 무참하게 죽이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여기 아리랑에서까지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날 다시 죽인 로스트 커넥션은 배안에 있던 물건과 내 물건을 싸그리 챙긴 후 "Be Carefully, See u again(조심해, 다음에 보자)"라는 말을 남기며 자신의 배로 유유히 건너갔다. 이게 바로 1년만의 화려한(?) 만남이었다. 결국 난 유령이 된 채로 배를 몰아 브리튼까지 10분이 넘게 걸려 도착해야만 했다. 레슈에서도 그렇게 괴롭히더니 이젠 아리랑까지 와서 괴롭하다니…. 정말 잔인한 녀석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