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S, 96년총선前 이회창·박찬종 영입…선관위 "위배안된다"- 청와대, "대통령 입 봉쇄…선관위, 권위 인정위해 오버"- 청와대, 선관위 대상으로 정면 공세펼듯…헌법기관 충돌`[이데일리 문주용기자]
노무현 대통령과 선관위 등 두 헌법기관이 `대통령 선거법 위반` 결정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그러나 선관위가 지난 10여년 전,
김영삼(YS) 대통령 때는 총선 직전에 이회창 전총리, 박찬종 전의원을 영입한 것에 대해 "선거 관여 금지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 YS땐 노골적 선거개입도 "위배안된다" 유권해석
선관위가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는 게 전문가의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선거법 위반` 시비가 붙었던 지난 1996년 1월 김영삼 대통령의 사례를 보면 알수 있다.
당시 신한국당 총재였던 김영삼(YS) 대통령은 총선 승리를 위해 이회창 전총리, 박찬종 전의원 등 외부인사 영입을 주도, 사실상 선거개입하고 있었다. 일부 정치권 인사에게 서신을 보내고, 민주당등 야당 정치인들을 끌어들이는 일도 청와대에서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와 민주당, 자민련등 야 3당은 "김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한 채 통치권을 이용, 총선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는 "대통령이 국사는 돌보지 않고 선거에만 몰두하고 있어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며 "국정의 총본산이 돼야 할 청와대가 특정정당의 선거운동본부가 되고 있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그리고 선관위에 위법 여부를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자민련은 조부영 사무총장 명의로 보낸 질의서에서 "당총재를 겸직하고 있는 대통령이 통치권 또는 그 직위, 국가기관을 이용해 정당활동이나 선거운동을 하는 행위는 선거법에 저촉된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신한국당은 "대통령의 통상적 활동을 문제삼는 것은 야당의 상투적 선거전략이라고 맞받아쳤다. "대통령이 당총재로서 수행하는 활동까지 제약한다면 공정한 선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당시 선관위 "당총재이자 대통령, 정당총재 직무 수행할 수 있어"선관위가 이같은 정치권 질의에 어떤 답변을 보냈을까.
중앙선관위는 그해 2월2일 YS가 이회창전국무총리와 박찬종전의원의 신한국당 영입에 관여한 것에 대해 "선거법의 `공무원의 선거관여 금지`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당시 선관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김대통령은 신한국당의 총재와 대통령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어 정당총재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따라서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입당시키거나 국민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입당교섭을 벌이지 않는 한 영입자체가 선거법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과거 유권해석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정치활동은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YS 대통령때 사례를 정확히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사전선거운동 지켜보겠다…선관위 권위 인정 요구인가? 한편 청와대는 선관위의 이번 결정이 헌법기관의 무게감을 떨어뜨린, 비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보고, 정면대응을 불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에는 선관위가 분명히 오버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7일 선관위 결정에 대해 청와대가 반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선관위 권위가 훼손되는게 아닌가 하는 조바심 때문에 `사전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지켜보겠다`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선관위가 자신의 권위를 청와대가 인정하고 존중하는지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듯하다.
선거중립의무? "수위 낮췄는데도 또다시 적용?"
6월8일 원광대 발언, 6월10일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사, 613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 등에서 나온 발언에 대해, 논란중인 공직선거법 제9조1항 `공무원은 정치중립의 의무가 있다`는 조항을 그대로 적용한 점에 주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분명히 발언수위가 지난 2일 참평포럼에 비해 현저히 낮아졌다고 언론도 보도할 정도였고, 실제로 발언 내용을 뜯어봐도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도록 유도하거나, 한나라당 후보자에 대해 비판한 게 아니었다"며 "다시 `선거중립 의무` 조항을 적용한 것은 아예 대통령에게 아무런 얘기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에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에 논란이 됐던 발언은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라고 하기에도, 맞다고 하기에도 모호한 경계선에 있었다"며 "발언 하나하나를 따지기 보다 종합적으로 발언 내용을 보고 판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결정이 과거 유권해석과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고 판단하고, 선관위에 대해 본격적인 공세를 펼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결정 내용의 문제점을 검토해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헌법소원 등 법적 절차를 더욱 당겨서 밟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대통령과 선관위라는 두 헌법기관이 정면 충돌할 전망이다.